나이를 세는 방법도 문화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미국의 나이 세는 방법과 우리의 나이 세는 방법도 다를 밖에. 그런데 우리의 나이 세는 방법(보통 ‘세는 나이’라고 말한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몹시 의아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가 다음날인 1월 1일에 두 살이 된다’는 얘기다. 불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한 살도 아니고 무려 두 살이 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오해이다.
그것은 표현상 잘못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이다. 우리 나이로 계산할 때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가 그다음 날인 1월 1일에 두 살’이 되는 것이 아니고 ‘섣달그믐에 태어난 아기가 그다음 날인 설날이 되면 두 살’이 되는 것이다. 12월 31일이 아니라 섣달그믐이라고 말하고 1월 1일이 아니라 설날이라고 말하는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 양력과 음력의 차이이다. 음력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을 양력으로 표현했으니 오해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음력이 가지고 있는 ‘기운(氣運)’ 또는 ‘기(氣)’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 오해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사용하는 양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1년을 계산한다. 1월 1일에 시작해서 12월 31일까지가 한 해이다. 이 한 해마다 고유한 번호가 부여되어서 올해를 2022년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지금은 양력을 쓰지만 양력이 도입되기 전에는 음력을 썼다.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1년을 계산한다. 정월 초하루 즉 설날에서 시작해서 섣달그믐까지가 1년이다. 그리고 햇수를 셀 때에는 갑자, 을축, 병인으로 시작하는 60갑자를 무한 반복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올해를 임인년(壬寅年)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2022년=임인년’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양력과 음력은 별개인 것이고, 양력 2022년은 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만 음력 임인년과 일치한다.
이제 미국의 나이 세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미국은 나이를 셀 때 한 살(one year old)부터 시작한다. 즉 태어난 생일로부터 1년이 지나서 즉 ‘첫 번째 돌아오는 생일에 한 살’이 된다. ‘생일을 두 번째 맞은 날에 두 살’이 된다. ‘생일’을 기준으로 해서 ‘매 생일마다 한 살씩’ 더 먹는 것이다. 이렇게 각 사람은 각자 태어난 날마다 한 살씩 더 먹는다. 태어난 그날에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잘라 나눠 먹으면서 한 살 더 먹는다.
이렇게 매 1년을 채운 나이라는 뜻으로 나이 앞에 만(滿)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만 18세, 만 52세라고 말한다. 그러면 태어난 후 아직 1년이 되지 못한 한 살 이전에는 0살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0살이라는 표현은 없다. 한 살 이전에는 월, 주, 개월을 쓴다. 그래서 How old is he/she?라고 나이를 물어보면 열흘(ten days)/3주(three weeks)/7개월(seven months)이라는 방식의 대답을 듣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태어나면서 그 즉시 한 살’이 된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 즉시 한 살이 되는 이유에 대해 엄마 뱃속에서 생명체로 존재했던 기간을 쳐주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런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음력은 매해, 매월, 매일, 매시가 각각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데 그것을 60갑자로 표현한다.
음력으로 나이를 셀 때에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 즉시 한 살이 되는 이유는 태어나는 즉시 그 해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임인년에 태어나기만 하면 설날에 태어났어도 섣달그믐에 태어났어도 모두 임인년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나이로는 한 살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두 살이 되는 것은 언제일까? ‘출생 후 처음 맞는 설날에 두 살’이 된다. 세 살이 되는 것은 그 이듬해 설날이다. 설날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이유는 설날에 새로운 한 해의 기운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새로운 한 해의 기운을 받을 때 나이를 더 먹는 것이지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태어난 그날 즉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데 나이는 그날 미역국과 함께 먹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한 해의 기운이 시작되는 설날에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모든 사람이 설날이라는 한 날에 동시에 한 살씩 더 먹는 것이다. 그래서 설날에 떡국 두 그릇을 먹은 아이에게 두 그릇 먹었으니 두 살을 먹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앞에서 오해라고 말했던 것을 다시 꺼내자.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가 다음날인 1월 1일이 되면 두 살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섣달그믐에 태어난 아기가 다음날인 설날이 되면 두 살이 된다’고 얘기했다.
예를 들어 신축년 섣달그믐에 아기가 태어나면 태어난 즉시 신축년의 기운을 맞아들였으므로 한 살이 된다. 태어난 지 이틀 된 그다음 날에 불과 하루 전에 태어난 아기는 새로운 해인 임인년을 맞이했다. 너무 어려서 떡국은 먹지 못했지만, 임인년을 맞이해서 임인년의 기운을 받아들였으므로 한 살을 더 먹어서 이제 두 살이 된다. 두 살이 된 것은 신축년도 맞이했고 임인년을 맞이했기 때문이지 365일이 두 번 지났기 때문은 아니다. 태어난 후에 몇 날이 지났는지가 아니라 60갑자의 기운을 몇 번 받았는지가 나이의 기준이 된다. 이것이 음력으로 나이를 세는 방법이다.
미국은 각자 태어난 날에 케이크를 먹으면서 각자 나이 한 살을 더하고, 우리는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서 모두가 일제히 나이 한 살을 더했었다. 우리가 설날에 일제히 나이 한 살을 더하는 흔적을 설날의 세배(歲拜)라는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한 해(세歲) 벽두에 인사로 드리는 절(배拜), 세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으므로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나이를 세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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