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여 주인공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마라 역)가 감옥에 있는 연인을 면회하러 가는 기차 속에서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2차 세계 대전 막바지 무렵 어느 이태리 조그마한 시골에 한 청년이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죠지 차키리스(부베 역). 그 당시 이태리는 독재자 무쏠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시대였다. 부베는 이에 저항하고 싸우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이었다. 함께 활동하던 전우의 죽음을 알리려고 찾아 온 부베는 전우의 여동생 마리를 만나게 된다. 둘은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둘이 처음 조우하는 장면에 주제곡이 은은히 흘러 나온다. 그리곤 둘이 만나는 장면마다 이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관객들은 서서히 부베의 여인의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부베 역을 맡은 죠지 차키리스는 오하이오주 Norwood에서 태어났으나 캘리포니아주 롱비치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고교와 대학을 다녔으며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 저녁에는 무용을 익혔다. 그는 2살 때 영화 Song Of Love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으며 영화에 대한 미련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연마한 춤 실력으로 Great Caruso, Marilyn Monroe가 주연한 Diamonds Are Forever A Girl Best Friend, Gentlemen Frefer Blondes에 무용수로 등장했다. 그러던 그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1954년에 촬영한 White Christmas 화보 스냅 사진을 만들 때 여우 주연 배우인 로즈마리 클루니와 함께 찍은 것이 화제가 되었다. 허나 특이한 점은 보통 영화 광고용 화보를 제작할 때 남여 각각 주연 배우를 찍는 것이 관례인데 White Christmas 경우는 주연 남우 배우인 빙 크로스비와 대니 케이 대신 단역 무용수인 죠지 차키리스가 클로우 업이 된 것이다. 화보를 본 팬들이 저 배우가 누구인가요? 하면서 제작 영화사인 MGM에 문의가 빗발치자 영화사는 죠지 차키리스 프로파일을 갑자기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에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재빨리 그와 계약을 맺고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54년 Country Girl, 1955년 Gold Rush. 그러나 그는 이런 영화에 실증을 느끼고 할리우드를 떠나 뉴욕으로 가서 브로드웨이 쪽으로 진출을 모색했다. 그의 몸엔 댄싱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헐리우드 영화보다는 뮤지컬 무대가 그가 원하는 자리였다. 그는 1년동안 롱런하고 있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오디션을 신청하여 ‘제롬 로빈스’ 역할을 따내 22개월 동안 무대에 섰다. 그의 역할은 좋은 호평으로 이어져 1961년 이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 질 때 베르나르도 역할을 제의 받았다. 피부색이 어두운 그에게 ‘제롬’ 역 보다는 샤크파의 리더인 메르나르도가 적합하다는 제작진의 판단으로 그동안 연기해오던 역할이 바뀌게 되었다. 이는 그에겐 최고의 기회가 되었다. 이 역을 맡은 후 그는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받게되는 인생 최대의 순간을 맞이했다.
여우 주연 배우로는 로코의 형제들, 가방을 든 여인에 출연한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가 낙점되었다. 메가폰을 잡은 Luigi Comencini는 촬영을 흑백으로 콘셉트를 결정했다. 그 이유는 남여 주연 배우 모두 피부 색깔이 어두운 바탕이라 칼러보다는 흑백 화면이 그들의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할 거라는 신념으로 그렇게 밀어 부쳤다. 결과는 흑백 화면이 감옥에 간 약혼자를 14년 동안 기다리는 순애보의 여자를 나타내어 촬영 후 평가는 감독의 탁월한 안목의 소산이라고 평가했다. 풋풋하고 소박한 여인과 이념과 사명감에 투철한 청년의 사랑을 테마로 하는 이 영화는 1965년 한국에 상영되자 많은 청춘 남여들이 찬사를 보낸 영화이다.
육감적인 용모를 지닌 그녀를 흑백 필름이 순수한 시골 처녀의 역할을 잘 표현 해준다. 음악을 담당한 Carlo Rustichelli는 2004년 별세할 때 까지 250영화에 음악을 맡은 거장이다. 한국에는 1956년 이태리 영화 철도원의 주제곡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평생을 조그마한 소도시를 운행하는 철도원 기사로 살아온 한 역무원과 그의 아들의 얘기를 담은 이 영화는 꾸밈없이 소박하게 진행되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그 때의 그 감흥을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1963년에 Carlo Rustichelli는 전세계 팬들에게 불후의 명곡 부베의 여인을 선사했다. 슬로 템포의 탱고 리듬 바탕에 애조가 가득 넘치는 선율은 한국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때까지 우리에 익숙한 이태리 음악이나 유럽 풍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멜로디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마치 라틴 풍의 음악을 연상시킨다. 그때의 그 필링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지금도 부베의 여인의 음악을 들으면 잊었던 옛 추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마력이 있다. 메모리얼 연휴를 맞이하여 커피 한 잔 하면서 아련히 떠오르는 젊을 때의 나를 회상 해보자. 물론 부베의 여인의 주제곡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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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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