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이스라엘영화 ‘렛 잇 비 모닝’ 연출 에란 콜리린
이스라엘영화 ‘렛 잇 비 모닝’ 연출 에란 콜리린
이스라엘영화로 코미디 분위기를 지닌 드라마 ‘렛 잇 비 모닝’의 한장면.
-무엇 때문에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는가.
“먼저 책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한 사람은 사예드다. 7년 전에 그가 자기가 소설을 영화 각본으로 쓸테니 영화로 만들자고 말했다. 난 그 때 소설은 읽지 않았지만 언론인인 사예드가 매우 풍자적인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소설의 밑바탕인 사람이 무엇인가에 의해 갇혀있을 때 느끼는 심정과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이는 아주 매력적인 주제다. 소설은 황당무계함이 깃든 사실과 함께 개인적인 것이 결국은 정치적인 것으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아울러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와 함께 내 과거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이런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영화로 만들면서 소설의 내용을 많이 고쳤는지.
“소설과 영화는 각기 다른 매체여서 글을 영화로 만들려면 수정이 불가피 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우선 내가 글 속에 들어가고 또 나를 글에 개인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2004년에 쓴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그 때 상황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고 또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의 내용은 책이 써지기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소설은 우리의 자유는 무엇이며 사람들을 가둔 벽 그리고 지역을 포위한 벽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묻고 있다. 용서와 변화 그리고 행동과 같은 기본적이요 영원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
사예드는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사람이며 나는 유대인 이스라엘 사람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 영화를 함께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가 무슨 일을 할 것이며 누가 무슨 역을 맡을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게 마련이다. 사실 소설의 영화화는 금기사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는 불가능을 영화화 하고 모르는 것을 파고들기를 좋아한다. 사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은 잘 생각하면 그렇게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느낀 기분은 자살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을 활짝 열고, 들을 수 있는 대로 듣고 내가 옳다고 느끼는 것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사예드가 내게 자기 글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대화에의 초청이라고 하겠다. 밖에 보다 큰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런 제안에 대해 ‘노’라고 대답한다는 것이야말로 바른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특정한 순간에 찾아오는 마법적인 것에 대해 순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예드가 나를 믿고 맡긴 것에 대해 나도 같은 믿음으로 응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진실하게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영화에 팝송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팝송을 아주 좋아한다. 이보다 심각한 음악도 많지만 당신을 지옥으로부터 구해줄 음악은 팝송이다. 팝송이야말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당신을 어둠에서 구해줄 음악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어둠에 갇혀 있을 때 그들을 구해주는 수단으로 팝송을 썼다고 보면 된다.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자살 행위라는 느낌을 가졌던 것과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만들면서 다소 유치한 것 같지만 아름다운 러브 송들의 제목들을 일일이 적어 놓았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도 출연진들과 함께 그들이 영화 속에서 겪는 어두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팝송들을 들었다. 시아의 노래가 그 중 하나다.”
-가자지역에 사는 팔레스타인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행동은 과거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이나 마찬 가지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내가 다소 긍정적이요 낙천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늘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내가 가진 이런 긍정적인 뜻을 받아들여줄 증거가 앞으로 가자지역에서 일어날 것이냐 하는 그 질문에 대해선 불행하게도 ‘노’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끔찍한 일이다.”
-어느 한 곳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삶이란 기본적으로 함정이어서 그런 상황을 제대로 관찰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 나면서 자기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곳에 내던져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런 문제들을 다룬 영화와 책들을 좋아했다. 카프카가 그 대표적인 작가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유대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유대인들의 전통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의 얘기는 영화에서처럼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통제권이 전연 없는 소수계의 관점에서 말한 것들이 많다.”
-심각한 내용을 지닌 영화를 만들고 나서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가.
“영화란 러브 스토리나 마찬가지다. 시작하고 절정에 이르고 이윽고 당신을 떠나게 마련이다. 그 것과 함께 살다가 어느 날 그 것이 더 이상 당신과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이 한 과정에서 다음 과정으로 이행하는 순간이야 말로 아주 다루기가 어려운 것으로 삶의 모든 것은 이 변환의 과정이라고 본다. 영화를 만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집에서 가까운 해변을 찾아 백사장에 앉아 파도를 지켜본다. 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술과 함께 가벼운 약물도 즐긴다. 그러나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마련이다.”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처지는 어떤 것인가.
“사예드 카슈아처럼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지고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시민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이스라엘 법의 지배를 받고 있는데 이 법에 의해 여러 가지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2류 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 군 점령 하에 살던 때 보다는 낳지만 결코 이스라엘 시민과 같은 시민이 아니다. 이스라엘 시민이면서도 시민이 아닌 어정쩡한 중간 상태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인간관계 등 여러 면에서 다르게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이스라엘 시민과 같다고 하지만 결코 그들과 동등하지 못하다.”
-2007년에 만든 ‘밴드의 방문’(The Band’s Visit)이 빅히트한 후 할리우드의초청을 받았을 텐데 왜 이스라엘에 남았는가.
“작품 제공을 받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마음을 움직여주는 것이 없었다. 나는 영화 만드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언젠가 할리우드에서 무엇인가 좋은 작품을 내놓는다면 그 곳에 가서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 가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내 목표는 그 무엇과 연결되어 그 것에 대해 얘기를 하고 인간조건과 인간이란 동물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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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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