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개막한 뉴욕오토쇼의 주인공은 전기차였다. 1900년 시작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존재감을 뽐냈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전시회의 역사에 전환점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도 운전자들 중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 특유의 진동과 엔진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다. 전기차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다가온 현재다.
문제는 가격이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함께 올라간 개스값 때문에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동차 가격을 알아보고 난 다음에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여전히 전기차 가격은 동급의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1.5배 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반도체 공급난이 심해지면서 개솔린 자동차보다 칩이 많이 들어가는 전기차는 가격 상승폭이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구입을 결정한 운전자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먼저 보험이다. 전기차는 자동차 가격이 비싼 만큼 보험료도 비싸다. 20~30% 더 낼 것을 각오해야 하는데 매달 청구되는 비용인 만큼 전기차 소유주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현재 전기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공 숫자가 부족해 고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충전 인프라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에서 비교적 공공 충전 시스템이 잘 갖춰진 가주에서도 전기차 운행은 쉽지 않다. 사실상 추가 비용을 들여 집에 충전 시설을 갖추고 출퇴근 용으로 운행하는게 현실적이다. 내연기관차처럼 장거리 운행을 하기에는 동선에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일일이 찾아서 확인해 놓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보면 서민들에게 전기차는 여전히 구입하기 힘든 재화다. 과거 처음 시장에 출시됐을 때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를 두고 ‘스노비즘’(Snobism) 논란이 인적이 있다. 가격도 비싼데다 실용성도 떨어지는 전기차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친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그러한 이미지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은 돈 많은 부자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조금 달라졌지만 전기차는 실용성을 고려하는 운전자라면 여전히 다가가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업계별로 다르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S&P 글로벌 플래츠는 전기차 시장 전망을 발표했는데 8년뒤 전기차 점유율을 30%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선두 업체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매우 보수적인 전망이다. 특히 S&P 글로벌 플래츠는 2040년이 돼도 전체 자동차 판매 시장의 전기차 비중을 50% 수준으로 봤다. 이는 빠르면 2030년 100% 전기차 전환을 준비 중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전략을 완전 수정해야 할 정도로 상반되는 예상이다.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전망 이유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산업적 구조 결함 때문이다. 지금 테슬라가 출시하는 최신 전기차 모델을 타보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더 좋으면 더 좋았지 부족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런데 전기차의 필수 장비인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이나 황산, 니켈 등은 현재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심각한 공급난 문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기차 산업계가 공장 부족 등 아직 글로벌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탓이 크다.
인력과 제도적 결함은 더 심각하다. 지금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정비공들은 내연기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당장 전기 모터를 고칠 수 있는 실력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정비소는 물론이고 자동차를 연구하는 대학 기관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이러한 준비에는 시간이 걸린다. 전기차와 함께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서는 정부 규제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다가오는 미래를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트렌드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더 어리석다.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운전자라면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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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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