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외계행성’의 수가 5,000개를 넘어섰다고 지난달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했다. 외계행성(Exoplanet)이란 태양이 아닌 다른 별(항성)을 도는 행성을 말한다. 태양이 8개의 행성(수금지화목토천해)을 거느리고 있으니 다른 별에도 행성이 몇 개씩 달렸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은하에만 별이 4,000억개나 있고 이런 은하가 우주에 2조개 정도 있다고 하니, 추산되는 별의 수는 10의 24제곱, 즉 전 지구의 해변에 있는 모래알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그 많은 별들이 각자 여러 개의 행성을 갖고 있다면 그 숫자는 수학의 범위를 넘어설 것이고, 이들 가운데 다른 문명권이 존재할 가능성 역시 엄청나게 증폭된다.
외계행성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92년, 두 천문학자가 지구에서 980광년 떨어진 중성자별을 돌고 있는 두 행성 ‘폴터가이스트’와 ‘포베터’를 최초로 관측했다. 이후 발견된 외계행성의 숫자는 30년만에 5,005개로 늘었는데 이는 우주관측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이다. 나사가 2009년 발사한 케플러우주망원경이 9년 동안 2,600여개의 외계행성을 찾아냈고, 뒤이어 2018년 발사된 테스우주망원경이 임무를 이어받아 지금도 새로운 행성을 찾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쏘아올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역대 초강력 성능을 장착한 만큼 앞으로 숱한 발견이 이루어질 것이고 아울러 2027년엔 나사가, 2029년 유럽우주국이 또 다른 우주망원경들을 발사한다니 바야흐로 우주발견의 시대를 목도하는 듯하다. 나사는 우리 은하에 아직 발견 안 된 행성이 최소 2,000억개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적어도 20년 안에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놀라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주에 관한 세기의 책들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프랭크 허버트의 ‘듄’이다. 오래전 고인이 된 저자들은 인류역사상 누구보다 앞서 광활한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상상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든 사람들이다.
칼 세이건은 20세기 최고의 천문학자이며 나사 자문위원, 10여권의 유명저서를 남긴 학자이자 소설가였다. 특별히 과학의 대중화에 힘쓴 그는 1980년 PBS 13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이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과학베스트셀러 ‘코스모스’다. 우주와 지구와 인류, 그 진화의 역사를 감성적 서사로 풀어낸 이 책은 수많은 이들이 ‘무인도에 가져갈 한 권의 책’으로 꼽고 있으며, 나에게도 ‘우주 속의 나’란 존재에 대해 처음 눈을 뜨게 해준 ‘인생의 책’이었다.
무려 40여년 전 출간된 이 책에서 세이건은 “Are we alone?”(우주 생명체는 우리밖에 없는가?)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외계생명체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 운하 하나에만도 인류보다 고등한 지적생물이 살고 있는 세상이 100만개가 넘는다고 단언한 그는 머잖아 인류가 외계생명체와 조우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1977년 나사가 쏘아올린 우주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에 금박의 레코드판을 한 장씩 실어 보냈다. 지구와 인간의 이미지, 소리, 언어, 음악 등 다양한 정보를 수록한 이 타임캡슐은 혹시라도 ‘보이저’가 성간항해 중 외계문명인을 만날 경우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1호는 2013년, 2호는 2018년에 태양계를 벗어나 끝없는 성간으로 떠나갔으니 수천 수만년 후에라도 그 답이 돌아온다면 우리는 칼 세이건의 혜안에 경의를 표해야할 것이다.
한편 1965년에 나온 프랭크 허버트의 우주대하소설 ‘듄’(Dune)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우주와 인류의 미래를 그려 보인다. 배경은 서기 16,200년. 인류는 오래전 소행성 충돌로 불모지가 된 지구를 떠나 수천수만의 외계행성으로 퍼져나가 각기 다른 세계를 형성했다. 지금으로부터 ‘억겁’의 세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오히려 인류는 중세를 떠올리는 봉건형태의 은하제국에 종속된 삶을 살아간다. 이유는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서 반기계주의 사상이 일어나 고도로 진화한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파괴하는 지하드가 우주 전역에서 발발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영적인 직관을 되찾게 해준 이 운동 이후 미래인류는 극단적 수련과 약물의 도움, 또는 유전자 선택교배를 통해 컴퓨터만큼이나 정신적 신체적 능력이 증폭된 수퍼 휴먼들을 만들어내 우주를 지배한다. 수많은 행성에 거주하는 다양한 부족들의 수천 년에 걸친 이야기가 전 6권을 통해 방대하게 전개되는 이 책은 세 번째 읽고 있는 지금에서야 가까스로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인간과 우주에 대한 심오한 철학과 통찰을 담고 있다.
우주에 대한 이 모든 상상과 탐구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세 질문으로 귀결된다. 125년전 화가 폴 고갱도 던졌던 이 질문은 빅뱅의 파편인 인류가 존속하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풀어야할 화두가 될 것이다.
‘코스모스’와 ‘듄’의 저자들에게 지난 30여년간 인류가 이뤄낸 진보의 소식을 전하며, 앞서 나누어준 지식과 혜안에 무한한 감사와 경의를,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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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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