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열린 최고 미인대회‘2022 미스 아메리카’에 선발된 알래스카 한인 3세인 엠마 브로일스 / 로이터
지난 2020년 시작된 코로나팬데믹이 2021년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연초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소의 해였던 올해 서북미 한인사회는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권원직 시애틀 총영사는 성희롱 사건에 연루돼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한인들을 씁쓸하게 했다. 경사도 있었다. 한국계인 전형승 판사가 연방판사에 지명되고, 알래스카 한인 3세가 미국 최고 미인에 선발돼 기쁨을 선사했다.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인사회의 지난 1년을 되돌아 보았다. <편집자주>
팬데믹속 한인경제 재기 몸짓
지난 해 코로나 팬데믹 후 취해진 각종 제한 조치로 한인경제는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올해는 다소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다. 코로나 백신 보급 등으로 경제 규제 조치가 서서히 풀리면서 한인 경제도 부문별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테리야키 등 요식업도 투고 등이 활성화하면서 많이 회복됐다. 반면 시애틀 다운타운 등 고층 빌딩에 입주해 있는 델리점 등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세탁업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호텔업도 국내 여행 증가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시택공항 주변이나 다운타운 등에 위치한 호텔 등은 여전히 고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델타 바이러스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코로나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모처럼 활기를 찾기 시작한 한인지역 경제는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긴장감을 놓치 않고 있다.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 시위 동참
올 봄 미 전역에서 확산된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 움직임에 시애틀지역 한인들도 동참했다. 벨뷰와 머서 아일랜드, 페더럴웨이, 에드먼즈 등지에서 수백명이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머서아일랜드는 한인 학부모인 교육구에서 다양성 문제에 참여하는 김은영씨가 주도했고, 벨뷰 다운타운 파크를 비롯해 한인 밀집지역인 페더럴웨이에서도 아시안증오범죄 중단 촉구 길거리 피켓시위가 열렸다. 한인이 주도한 시위에는 중국인 등 아시안은 물론이고 백인과 흑인도 동참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아시안 증오범죄를 멈춰라 ▲우리는 모두 같은 미국인이다 ▲증오는 설 자리가 없다 ▲아시안과 연대한다 ▲침묵은 폭력이다 등 각종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나와 시위를 벌이며 한인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원직 시애틀총영사 성희롱 파문
지난해 12월 제16대 시애틀총영사로 부임한 권원직 전 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를 받고 1년도 안돼 한국으로 귀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직 시애틀총영사가 임기 도중 징계를 받아 경질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권 총영사는 지난 5월 말 워싱턴주 밴쿠버와 오리건주 포틀랜드 출장 당시를 포함해 총영사관 등에서 피해 여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일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출장 중 한인회 관계자들과 골프를 치는 등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혐의도 받았다. 조사가 진행되던 중 권 총영사는 총영사관저에 머물며 유선상으로 업무를 봤다. 이로 인해 시애틀 총영사관은 코로나로 한인들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5개월 이상 사실상 총영사 부재 상태에서 업무가 이뤄지는 파행을 겪었다. 귀국 조치 후 권 전 총영사에 대해 외교부는 1개월 감봉이라는 경징계를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입양아 출신 신호범 전 의원 별세
미주 한인정치 1세대인 신호범(영어명 폴 신) 전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지난 4월 12일 별세했다.‘고아 한인 입양아 출신’으로 잘 알려진 신 전의원은 입지전적 삶을 살았다. 1935년 경기 파주시 금촌에서 태어나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4살 때 아버지로부터 혼자 떨어졌다가 6ㆍ25전쟁 당시 미군부대‘하우스 보이’로 들어갔다. 16살 때 미군 치과의사였던 레일 폴 박사에게 입양돼 17살이 되던 이듬해 미국 유타주로 왔다. 18개월만에 독학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브리검영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UW에서 동아시아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쇼어라인 커뮤니티 칼리지를 비롯해 웨스틴워싱턴대 등에서 30여년간 강의를 하고 1992년 워싱턴주 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후 상원 등에 내리 5선 당선된 신 전의원은 2014년 알츠하이머가 찾아오며 18년간의 정치 생활을 마감한 뒤 칩거 생활을 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김동진 목사ㆍ박준우씨 등 잇따라 별세
시애틀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인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애틀지역 원로 목회자로 남다른 사역은 물론 한인사회에서도 남다른 활약을 펼쳐왔던 김동진 목사가 향년 88세로 지난 6월 별세했다. 한국에서 신학대학을 거쳐 군목으로 사역을 하다 루터교 파견 목사로 미국에 온 김 목사는 은퇴 목사이자 문학가로 활동해왔다. 서북미문인협회는 물론 미주크리스천 문인협회 회원으로도,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평통 등 한인사회에서 활동해왔던 박준우씨도 지난 10월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박씨는 건축업에 종사하면서 평통 시애틀협의회 간사, 시애틀한인회 정관개정위원은 물론 늘푸른연대와 세월호 추모모임 회원 등으로 활동하는 등 시애틀지역 대표적 진보인사로 평가를 받아왔다. 서북미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시를 쓰는 등 문학활동도 해왔다. 린우드 베다니교회 최창효 담임목사도 하늘나라로 떠났다.
총격, 추락, 폭행, 뺑소니 사고에 희생
어느 해 보다 많은 한인들이 각종 사건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타코마 한인여성 김수희(42)씨가 9월 22일 새벽 타코마 S. 47가에서 운전중 총격 피살돼 충격을 줬다.
사상권 워싱턴주 밴쿠버 전 한인회장이 지난 5월 조난사고로 향년 74세에 목숨을 잃었다. 사 전 회장은 오리건주 스프리트 마운틴 인근 산행도중 길을 잃어 이틀 만에 구조됐으나 이후 숨을 거뒀다.
오리건에서는 70대 한인여성 이숙희씨가 하이킹을 하다 추락해 숨지는 참변을 당했다. 포틀랜드 중앙교회 권사인 이씨는 이날 교인 3명과 함께 트말로 크릭 폭포로 하이킹을 갔다가 15피트 제방 아래로 떨어져 변을 당했다. 오리건주 80대 강정희 할머니는 자신이 사는 노인아파트 단지에서 흑인에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강 할머니는 폭행을 당한 후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범인은 7살 지능 정신박약 청년으로 밝혀졌다. 타코마 한인 여성 킴벌리 락피터(67세)씨는 추수감사절 새벽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목숨을 잃었다. 킴벌리씨는 이날 지인이 몰던 렉서스 차량 뒷좌석에 탑승한 채 I-5 남쪽 방향으로 가다 아번의 25세 여성이 음주 상태에서 몰던 지프 랭글러 승용차에 받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알래스카 한인 3세가‘미스 아메리카’영광
알래스카 한인 3세인 엠마 브로일스(20 사진)양이 올해 12월 열린 최고 미인대회‘2022 미스 아메리카’에 선발됐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한인회장을 지낸 김부열 전 회장의 외손녀이기도 한 보로일스양은 미스 아메리카 100주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영광의 티아라와 함께 상금 10만달러도 받았다.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앵커리지에 있는 서비스하이스쿨을 졸업한 뒤 현재 애리조나주립대(ASU)에서 바이오메디컬을 전공하고 있는 브로일스양은 지난 6월 미스 알래스카 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알래스카주를 대표해 이 대회에 출전했다. 브로일스양은 자신이 갖고 있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와 손을 물어 뜯는 증세인 더마틸로마니아의 장애를 극복한 경험담과 다운증후군을 극복하고 12년 전 스페셜 올림픽에 출전한 오빠의 감동의 스토리를 전해 심사위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시애틀 한인판사 전형승 연방 판사 지명
주류사회에 한인의 위상이 높아진 해였다. 한국계인 존 H. 전(한국명 전형승) 판사가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법 판사에 지명됐다. 전 판사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킹카운티 법원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8년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로부터 워싱턴주 항소법원 디비전1 판사로 임명을 받았다. 전 판사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전홍국 전 오레곤한인회장의 아들로 컬럼비아대에서 학부를 마친 뒤 코넬 법대를 졸업했다. 한인 변호사로는 드물게 2004년에 이어 2007, 2011년 그리고 2013년에 전체 변호사 가운데 5%만 선발하는 워싱턴주 ‘우수 변호사(Super Lawyer)’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3년 워싱턴주 한인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인사회에서도 활동해왔다.
페더럴웨이 한국공원 ‘첫삽’
서북미 최초로 조성되는 한국공원이 지난 8월 마침내 첫 삽을 떴다. 페더럴웨이 한인사회가 2015년부터 본격 추진했던 한우리공원은 당초 킹 카운티 수영장 인근 5에이커 부지를 페더럴웨이시로부터 승인받으려 했지만 부지 특성상 엄청난 공사비가 들어 접근성이 좋은 팬써 레이크 트레일에서 들어서게 됐다. 1차적으로 작은 부지에 착공했지만 최종 준공 시기는 예산이 확보되는 시기에 따라 결정되며 점차 부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석조와 장독대, 전통 한국문, 화오 등을 갖추게 되는 한우리공원에는 특히 한국 전통 정자가 들어서고 열린마당과 공원의 3면이 봄ㆍ여름ㆍ가을정원으로 에워싸인다. 한우리공원이 조성되면 한미동맹과 우호증진을 상징하는 워싱턴주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샘 조, 장동호, 최돈미 ‘시애틀영향력’100인에
한인들이 시애틀 지역 영향력 있는 100인에 줄줄이 포함됐다. 지역언론‘시애틀 메트’가 발표한‘시애틀 영향력 100인’에는 시혹스 쿼터백 러셀 윌슨을 비롯해 제이 인슬리 주지사,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등 정치, 경제, 스포츠, 문화계 등의 인물들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한인으로는 샘 조 시애틀항만청 커미셔너가 ‘운동선수ㆍ모험가ㆍ여행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 2019년 인구가 240만명에 달하는 킹 카운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시애틀항만청 커미셔너 선거에서 유명한 백인 변호사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시애틀과 워싱턴주 교통분야 최고 엔지니어로 꼽히는 한인 장동호씨도 100인에 들었다. 예술가 분야에서는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최돈미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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