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의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Jacob Blake)는 가정불화 출동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차량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경찰로부터 등에 7발의 총을 맞았다.
차량 안에 타고 있던 제이콥의 어린 아들 3명이 이 끔찍한 장면을 보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었다. 하반신 불수가 되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2020.8.23.) 위스컨신주 커노샤(Kenosha)의 한 아파트 도로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사건 3개월 전에는 경찰에 의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목눌림 질식사 사건이 발생하여 미국 전역에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위스컨신 주지사는 이웃 미네소타주에서 일어난 플로이드의 목눌림 사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제이콥의 흑인차별 사건이 또 발생하자 커노샤에 통행금지령을 발동하였다.
그러나 과격 시위대는 통행금지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로 나와 벽돌과 화염병 등으로 경찰에 저항하며 트럭과 가구점 등에 불을 질렀다. 경찰을 도와 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시민 자경단이 조직되었는데 이때 17세의 청소년 카일 리튼하우스(Kyle Rittenhouse)도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자경단에 가담하였다.
리튼하우스는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백인 3명에게 총격을 가해 2명은 사망, 1명에게는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일리노이주 자택에서 체포되어 1급살인죄로 기소되었다.
리튼하우스는 재판에서 시위대원 조세프 로젠바움(Joseph Rosenbaum)이 자신에게 비닐봉지를 던지며 총을 빼앗으려 했고, 앤서니 후버(Anthony Huber)는 스케이트보드를 휘두르며 접근하였으며, 그로스크레츠(Grosskreutz)는 권총을 든 채 다가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각각 총격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정당방위였다는 것이다.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를 일컫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을 감경해 주는 게 형법의 기본 법리이다. 하지만 각 주마다 정당방위의 구성요건이 다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뉴욕주의 정당방위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힘을 사용해 자신을 지키기 전에 안전하다면 위험 상황에서 도망칠 것을 요구한다. 사람의 안전이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선 총이나 칼 등 치명적인 무기의 힘(deadly physical force)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단지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에는 곧바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주는데 이를 법률용어로 ‘성의 원칙’(castle doctrine)이라고 한다. ‘집은 자신만의 성으로 그곳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에 생긴 전통으로 17세기 영국으로부터 전해졌다.
또 선제 공격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지만 상대방이 더 센 무기로 반격을 해온다면 선제 공격자도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A가 B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B는 칼로 반격해 온다면 A 역시 칼이나 총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플로리다나 조지아주에서는 뉴욕과 달리 후퇴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도 치명적인 위협을 받았다면 도망가지 않고 총이나 칼과 같은 살상무기로 공격이 허용된다. 2012년 플로리다에서 비무장 17세의 흑인 고등학생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을 사살한 자율방범대장 조지 짐머맨(George Zimmerman)이 무죄평결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법리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재판처럼 정당방위가 쟁점이 된 경우에는 검사가 책임지고 배심원에게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토마스 빈저(Thomas Binger) 검사가 “은행 강도가 은행을 털고 도망가는 도중에 군중들이 그를 추격해온다고 해서 아무한테나 총을 쏘고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부당성을 호소했던 것인데 배심원단은 리튼하우스의 모든 혐의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최근 11월19일 무죄를 평결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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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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