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6일 화상으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 이후 최근 미중 간의 첨예한 갈등 이슈로 부상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 매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한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주요 핵심사안을 모두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발표했다. 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이 제공한 설명문은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관계법에 의해 유도되는 하나의 중국 원칙, 3개 공동성명, 그리고 6개 확약에 대한 공약을 유지한다는 것과 미국은 대만해협 양안의 현재 상태를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일방적 노력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적고 있다.
양안 관계의 불안정성 증가와 함께 미국 측이 최근 자주 거론하는 대만관계법은 1978년 12월15일 지미 카터 대통령이 미중 관계 정상화를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미국 의회가 대만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제정한 국내법이었다.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에 대해 대만과 국교단절, 대만과 상호방위조약 폐지, 그리고 대만으로부터 미국의 철수를 국교 수립의 3대 조건으로 제시했었다. 그런데 카터 행정부가 미중 관계 정상화의 후속 조치로 대만과의 국교단절 이후 양국 관계를 관리할 미국 측 대만 주재 비정부기구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의회에 관련 국내법의 제정을 요청했을 때 미국 의회는 미래의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의 안전을 보장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포괄적인 대만관계법 제정을 추진했다.
1979년 3월 말 대만관계법이 급속히 제정될 당시 미국 의회는 미중 관계의 정상화에 대해 이견이 없었으나 카터 행정부가 대만의 안보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에는 불만을 표출했다. 이때 미국 의회 내에는 대만관계법의 제정 및 이 법률에 포함될 내용과 관련해 강경파·중도파·진보파 등 대략 3개의 분파가 있었다. 진보파는 이러한 법률의 제정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본 의원들이었으며 강경파는 대만의 안보와 미국의 국익을 연결하려는 의원들이었다. 이 강경파 의원 가운데는 1980년대 말 부시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역임한 댄 퀘일 공화당 하원의원이나 1964년 대선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이자 보수주의의 태두로 불리는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 등이 포함돼있었다.
그런데 미중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대만의 안보 위협을 미국의 국가이익에 대한 위협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미중 간의 직접 충돌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는 의회 내 다수 온건파의 입장으로 인해 강경파의 요구는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온건파의 입장을 반영해 대만 문제가 비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되는 것은 미국에 ‘중대한 우려’이며 대만이 위협받을 때 미국은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는 정도로 대만관계법의 문안이 조정됐고 이 법률에 의거해 미국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지금 되돌아보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의도를 가볍게 본 카터 대통령보다 미국 의회의 안목이 미래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더 높게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이 그 당시에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대만관계법 제정에 반대했었다는 점이다. 행정부 차원의 대만 안보 보장 선언 정도면 충분하고 대만관계법의 제정을 통해 양안 분쟁에 미국이 끌려들어갈 필요가 없다던 그가 이제는 ‘대만관계법에 의해 유도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가 하면 대만과 경제 번영 파트너십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지 않고 따라서 미중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으며, 또한 대만 정부가 중국과의 차별화를 추구하지 않았던 시절의 대만관계법은 사실상 사문서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제는 변화된 이 조건들이 어느 하나 쉽게 역전될 기미가 없어 보이면서 대만관계법은 카터의 경우와는 달리 미국 대통령의 대중 정책에서 계속 언급되고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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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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