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107명의 어머니’ 연출한 감독 페터 케레케스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각본상(공동 수상)을 탄 체코와 슬로바키아 및 우크라이나 합작 영화 ‘107명의 어머니’(107 Mothers)를 연출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쓴 슬로바키아 감독 페터 케레케스(48)를 영상 인터뷰 했다.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질투로 남편을 살해, 7년형을 선고받고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여자 교도소에 수감된 뒤 아이를 출산한 레시아와 재소자들 및 간수와의 관계를 기록영화 식으로 그린 드라마다.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케레케스는 질문에 차분하고 조용하게 대답했다.
페터 케레케스 감독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107명의 어머니’ 의 한장면.
-원래 기록영화로 만들려고 한 내용을 왜 극영화로 만들기로 했는가.
“당초 기록영화를 만들기 위해 광범위하게 여자 교도소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어린 아이를 가진 어머니들을 수감하는 제74 교도소를 찾아냈다. 그런데 재소자들의 얘기가 어찌나 강력하고 또 심오한지를 알고 나서 이를 기록영화로는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감정을 전하기 위해서는 극영화라는 형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비록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긴 하지만.”
-대부분 비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느낌을 경험했는지.
“주연 배우와 다른 두어 명의 배우들을 빼고 나머지는 다 재소자들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실제 삶과 연기를 제대로 조화시키는가 하는 것이 중요했다. 재소자들이 매우 강인하고 거칠어 이에 대조되도록 주연배우는 부드럽고 과묵한 연기를 하도록 시켰다. 레시아는 다른 재소자들의 거울과도 같은 인물이다. 레시아는 다소 겁에 질려 색 다른 환경 안의 다른 재소자들의 모습과 행동을 관찰하면서 새 경험을 하는 것인데 이를 보는 관객도 레시아와 같은 경험을 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제목을 ‘107명의 어머니’라고 한 까닭은 많은 재소자들의 얘기들을 모아 하나의 큰 얘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대화와 제스처 그리고 태도 등을 다 빌려다 썼다. 그런데 재소자들은 모두 뛰어난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는 가급적으로 연기를 덜 하고 침묵하면서 관찰하도록 시켰다. 분위기가 어찌나 강렬하고 감정적이었는지 제작진도 촬영 내내 이것이 실제인지 또는 허구인지를 분간치 못할 정도였다.”
-교도소의 재소자들 중 몇 명을 인터뷰 했는가.
“교도소에서 출산한 모든 재소자들을 인터뷰 했다. 100명 정도 된다. 그들의 얘기는 어떤 것은 매우 지루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도전적이요 생명력으로 가득 찼다. 이들의 얘기를 취합해 영화의 내용으로 만들었다.”
-간수로 나오는 마리나 클리모바를 어떻게 선택했는지.
“여자 교도소에 관해 연구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다. 마리나가 교도소의 책임자여서 우리를 안내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가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필요할 땐 거칠고 강인하다가도 곧 이어 남을 돕고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순식간에 한 성격에서 다른 성격으로 달라지는 것은 알고 보니 그가 자기 직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강한 개성을 지닌 여자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삼고 그가 일하는 교도소에서 영화를 찍기로 한 것이다.”
-남자 감독이 여성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면 여성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해야 하는데 당신의 그런 감수성은 어디서 오는가.
“모르겠다. 아마 내가 어렸을 때 노는 척 하면서 할머니가 친구들과 하는 얘기를 경청한 경험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경험이 내 머리 뒤에 남아 있었나 보다. 이 영화의 중요성은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 재소자들의 삶을 연구하고 또 그들의 많은 얘기를 진정으로 들으려고 한 것뿐이다. 그래서 처음에 영화 끝을 4가지로 만들었다가 지금 것으로 결정했다. 나는 그들의 얘기를 들음으로써 수용적인 자세를 갖췄기 때문에 근본적로 반-감독 구실을 했다. 재소자들의 가능성에 경탄해 그들의 얘기에 영화를 맞추려고 시도했다.”
-재소자들은 자기 아이가 세 살이 될 때 까지만 함께 있고 그 후에는 가석방이 되지 않는 한 아이와 헤어져야 하는데 그에 대한 재소자들의 반응과 느낌은 어땠는지.
“그에 대한 답은 매우 복잡하다. 재소자들은 각기 사회적 배경이 다르고 저마다 자기 아이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가 자기 곁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데 그 것을 보자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들에게는 자기 아이와 헤어진다는 것은 큰 비극이다. 내가 여기서 발견한 한 가지 흥미 있는 일은 아이들이 그들의 어머니의 태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돌연이 여자들은 삶의 이유를 갖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지금 밖에 있었다면 강도질과 마약을 계속했을 텐데 여기서는 내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이야 말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그들의 어머니를 진짜로 바꿔 놓은 것이다. 어머니들이 자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장면을 찍은 필름을 보면 그들의 얼굴 표정을 비롯해 사람이 완전히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한 경험은 어땠는가.
“물론 매우 힘들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을 교도소에서 있으면서 영화를 만드는 강행군이었다. 그래서 뭐 이 것 저 것 따질 겨를도 없었다. 여름에 촬영해 촬영을 끝내면 저녁에 교도소 밖으로 나와 수영을 하고 이튿날 아침 다시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는 식이었다. 나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사람들인 제작진과 러시아어를 쓰는 재소자들 간에 언어가 달라 찍기가 더 힘들었다. 난 정신적으로 늘 교도소 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밖에 나오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해야 하겠다. 교도소 안에서 휴대폰을 쓰는 것이 금지됐지만 나는 아직도 재소자들과 사회전산망을 통해 서로 연락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휴대폰을 이용하는지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다. 그들은 이제 내 삶의 일부분이 됐고 나 역시 그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나는 지금 교도소에 있는 한 아이의 대부이기도 하다.”
-왜 교도소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우선 영화를 만들기 전에 교도소 영화들이 갖고 있는 상투적인 것들을 제거시키기로 했다. 섹스 장면과 샤워장에서의 야자 나체 그리고 간수들의 재소자들에 대한 폭력 등과 같은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 매력을 느낀 큰 이유는 교도소 안의 재소자 어머니와 그들의 아이들 간의 관계 때문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이 관계가 바깥세상에서와 달리 보다 명료하게 이뤄지고 있다. 내가 여기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인간관계의 것으로 그 것은 교도소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다 명약관화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감동적인 때는 언제였는가.
“촬영 초반에 한 재소자가 내게 자기 아이와 작별하는 장면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을 때다. 그 것은 진짜로 어머니가 자기 아이와 헤어지는 것인데 나는 처음에 그 부분을 배우를 써 찍으려고 했다가 그 여자의 부탁에 따르기로 했다.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끝났는데 그 여자는 눈물을 흘리지도 울지도 않고 침묵 속에 아이와 헤어졌다. 그리고 그 후로 둘은 서로 오래 동안 만나질 못했다. 이 장면은 영화에 있는데 나는 지금도 그 장면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그 침묵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순간이다.”
-재소자들 중 많은 여자들이 남편을 살해해 형을 살고 있는데.
“영화를 찍기 전 연구하면서 알게 됐다. 재소자들 중 60%가 질투로 남편을 죽이거나 또는 남편의 애인을 죽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기본적 감정인 사랑이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는 것은 아주 흥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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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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