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시즌이 다가 오고 있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만나는 기쁨에 설레 인다. 기쁨에 들떠서 술을 많이 마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 염려된다. 요즘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어서인지 10대 사망 원인 안에 들어가는 간 질환 중, 알코올에 의한 간 경화 환자들의 사망을 병원에서 많이 보고 있다. 간이 굳어지면 중요한 역할인 대사와 해독 작용, 영양소의 가공과 저장, 혈당 조절, 단백질 합성, 호르몬 조절, 면역기능 등이 마비되면서 위험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간경화라 부르는 ‘간 경변’은 간에 염증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과정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간세포가 손상돼 간이 점차 굳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원인으로는 만성 B형, 알코올, 만성 C형 간염이 있으며 그 외에도 지방간염, 자가 면역성 간염, 경화성 담관염 및 유전 질환도 있다. 그중에서 알코올은 다른 원인에 의한 만성 간 질환을 빠르게 악화시키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간경변증을 일으킬 수 있다. 비만이나 2형 당뇨, 지방 과다섭취도 간경화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건강한 섭생이 중요하며 간경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간염에 대한 치료, 금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알코올은 간경화 뿐 아니라 암을 유발하는데, 유럽성인 남자 10명중 1명(10%), 여자 30명중 1명(3%)이 술로 인해 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식도암, 후두암, 인두암, 대장암, 직장암 순으로 많이 나타났고 여자는 대장암보다 유방암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유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인체가 흡수한 발암 물질을 녹여 점막이나 인체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게 해주고 또 간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만드는 강한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DNA의 복제를 방해하거나, 활성산소를 만들어 DNA를 파괴해 암을 직접적으로 일으키기 때문이다.
술은 높은 열량을 가지지만 단백질, 비타민 및 무기질 등 영양학적으로 중요한 성분은 하나도 없다. 곡물이나 과일의 즙이 발효해서 생긴 것이 발효주인데 대개 1~8%의 알코올을 함유하며 함유량이 높아도 12% 정도이다. 효모가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 함유량이 13%이기 때문이다. 알코올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8세기경 이슬람 연금술사들과 화학자였던 자비르가 값 싼 금속을 금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다 혼합된 물질의 끓는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증류기를 발명하면서 부터이다. 알코올은 끓는점이 섭씨 78도이고 물은 100도 이기 때문에 발효주를 가열하여 물이 끓기 전에 증기상태로 올라오는 알코올을 따로 모아 가공한 증류 술을 만들게 된다. 그 당시에는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닌 향수와 다른 화학 물질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13세기 프랑스 의학자였던 빌뇌브 교수가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을 더욱 발전시켰고 증류주가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의 ‘생명의 물’ 이라 이름 붙였다.
14세기 중반 창궐해 유럽 전체 인구 3분의 1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의 공포는 알코올의 확산을 부추겼다. 페스트의 원인도 모르고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알코올이 이 불가사의한 질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인해 알코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때까지 알코올은 약용이 목적이었다. 그 이후 인류는 다양한 곡식, 과일과 심지어 선인장의 뿌리의 발효주까지 증류시켜 다양한 술들을 만들어 냈다.
값싼 금속으로 귀한 금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연금술사들은 금 대신 독한 알코올을 만들어 내었다. 인간이 좋아하는 금보다도 쾌락을 주는 알코올은 더욱 영향력이 있었고 더 즐길 수 있기 위해 계속 도수가 높은 알코올이 필요한 것이 우리들의 역사였다. 간경화, 암, 각종 부작용으로 인간을 파괴시키는 알코올의 위력에 공포감을 느낀다. 알코올 중독자들도 술을 끊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깊은 수렁에서 빠져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느 분의 경험담을 들었다. 그와 가족들은 아버님의 심한 알코올 중독으로 십 수년 간 고통을 당했는데, 술독에 빠져있던 분께 “아버님, 저 이제 대학가서 공부해야 되는데 아버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버님 사랑 합니다”라고 간절히 이야기 했더니, 술 중독 아버지가 그 다음날로 술을 끊고 일하러 나가기 시작하였고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은 필요한 존재”예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해 주세요.”라는 말은 그 지독한 술도 끊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회복의 소망은 사랑의 종소리를 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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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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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발암물질 1호 술.. 50년을 즐긴 술을 의사들 말을 들으면 끊어야 한다니~ 차라리 절주는 어떤가? 애주가로서 술을 끊어야 한다는 말이 너무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