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주고받게 되는 인사말이 있다. 아침에는 굿모닝(Good morning.), 오후에는 굿애프터눈(Good afternoon.), 저녁에는 굿이브닝(Good evening.).
굿애프터눈에서 애프터눈(afternoon)은 낮 12시인 눈(noon)을 지난 후(after)이니까 낮 12시 이후에 사용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굿모닝은 아침나절부터 낮 12시까지 쓰면 될 것이고.
굿나이트(Good night.)이라는 인사말이 있다. 밤에 마주친 어떤 남미 사람이 ‘굿나이트’라고 인사를 건네 왔다. 퍽 그럴듯하다. 만날 때 ‘좋은 아침’, ‘좋은 오후’, ‘좋은 저녁’이라고 인사를 나누었으니 밤에 만났을 때 ‘좋은 밤’이라고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영어에서 굿나이트는 밤에 ‘헤어질 때’하는 인사말이고 밤에 ‘만났을 때’ 건네는 인사가 아니다. 그러니 밤 11시쯤에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인사는 ‘굿나이트’가 아니라 여전히 ‘굿이브닝’이다.
중남미에서는 저녁에 만났을 때 Buenas noches 즉 Good night라고 인사를 하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직역한 Good night가 헤어질 때가 아니라 만날 때 하는 인사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밤 1시에 만난 사람에게는 뭐라고 인사를 전하나? 밤 1시는 한밤중이고 아침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굿모닝’이라고 인사한다. 밤 0시부터 낮 11시 59분 사이에는 ‘굿모닝’이 인사말이다.
영어로 오전/오후를 나타내는 말로는 AM/PM을 쓴다. AM은 라틴어 Ante Meridiem를 줄인 말이고 뜻은 before noon/midday 즉 오전을 말한다. PM은 Post Meridiem을 줄인 말이고 뜻은 after noon/midday 즉 오후를 말한다. 그리고 AM과 PM 앞에 시각을 뜻하는 숫자를 적는다. 2 AM, 2:00 PM처럼 말이다. AM 2나 PM 2:00처럼 숫자를 뒤에 적지는 않는다.
그런데 잠시 망설여지는 시각이 있다. 12:00 AM과 12:00 PM. 하나는 낮 12시이고 다른 하나는 밤 12시일텐데, 어느 것이 낮 12시일까? 간단하다. 낮 12시는 이미 PM(오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12:00 PM이 낮 12시다. 즉 AM 11:59:59까지는 AM이지만 12:00:00이 되는 순간부터 PM이 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12:00 AM은 밤 12시가 된다. 밤 11:59:59까지는 PM이었다가 밤 12:00:00가 되는 순간에 AM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00:00 AM이 맞겠지만 실생활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우리도 보통 ‘밤 12시 20분’이라고 말하지 ‘밤 0시 20분’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0시’라는 표현이 들어있는 옛 노래 ‘대전발 0시 50분’과 그 옛날 심야방송 프로그램 ‘0시의 다이얼’은 예외적 표현이 된다.
이제는 우리의 경우를 살펴볼 차례이다. 우리는 왜 ‘오전’과 ‘오후’로 나누는 것일까? 오전(午前)과 오후(午後)는 오(午)의 앞(前)과 뒤(後)라는 뜻이다. 오(午)가 무엇이길래 그 앞은 오전이고 그 뒤는 오후인 것일까?
지금이야 1시, 2시, 3시라고 말하지만 그런 시각 표시법이 나오기 전에는 자축인묘의 12지를 써서 시각을 표현했다. 하루를 12등분하여 자시(子時), 축시(丑時), 인시(寅時), 묘시(卯時) 등으로 이어 나가다가 마지막으로 술시(戌時), 해시(亥時)가 되면 하루가 끝나는 것이다.
이를 지금의 시각에 대비해보면 처음 시작하는 자시(子時)가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해당하는 시각이 되고, 축시가 새벽 1시에서 새벽 3시 사이에 해당하는 시각이 되고, 그리고 낮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해당하는 시각이 오시(午時)가 되는 것이다.
다시 자시로 돌아간다. 자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사이인데 그 중앙인 밤 12시는 자시의 딱 중간이다. 그래서 자(子)시의 딱 중간(正)인 밤 12시는 자정(子正)이 된다. 낮 12시도 마찬가지다. 낮 11시부터 1시까지의 오(午)시의 딱 중간(正)인 정오(正午)가 낮 12시인 것이다.
정오가 낮 12시임을 생각해보면 낮 12시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정오(午)의 앞(前)이니까 오전(午前)이 된다. 마찬가지로 낮 12시가 지난 뒤에 오는 시간은 정오(午)의 뒤(後)이니까 오후(午後)가 되는 것이다.
영어의 AM, PM에만 관심 두지 말고 우리의 오전, 오후도 다음 세대에게 설명할 수 있게 관심을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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