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보면 거지나 노숙자가 “Any change!” 또는 “Any change, please.”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가 있다. 여기서 change는 ‘변화’, ‘교환’이라는 뜻이 아니라 ‘잔돈’이라고 번역한다. 즉 ‘혹시 잔돈이 있으면 제게 주세요’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change는 상황에 따라 ‘거스름돈’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거스름돈은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의 change가 왜 ‘잔돈’ 또는 ‘거스름돈’을 의미하는지 추측해 보았다. 일단 change가 ‘거스름돈’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추측해본다. 그리고 이 추측은 미국 사람들의 거스름돈 내주는 방법에 기초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국도 화폐는 우리처럼 10진법을 쓴다는 것을 말해 둔다. 즉 1센트가 100개 모이면 1달러가 되고, 1달러가 10개 모여 10달러가 되고, 10달러가 10개 모여 100달러가 되고, 100달러가 10개 모여 1,000달러가 되는 식으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본다. 가게에서 손님이 7달러 56센트짜리 물건을 사면서 물건값을 치르기 위해 10달러 지폐를 건넨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종업원이라면 이 정도는 암산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받은 돈 10달러에서 물건 값 7달러 56센트를 빼면 거스름돈은 2달러 44센트(10달러 - 7달러 56센트 = 2달러 44센트)라는 답이 즉각 나온다. 답이 나왔으므로 돈통에서 2달러 44센트를 꺼내서 거스름돈으로 손님에게 건네 줄 것이다. 뭐 이 정도는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런데 미국식 계산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종업원은 10달러를 받은 후 손님이 가져온 7달러 57센트짜리 물건을 앞에 놓고 이렇게 계산하기 시작한다.
종업원은 손님이 가져온 7달러 57센트짜리 물건 옆에 1센트 동전 3개를 얹으면서 “60센트.”라고 말한다. 7달러 57센트짜리 물건에 3센트를 더했으므로 종업원과 손님 사이에는 손님이 산 7달러 57센트짜리 물건과 종업원이 건넨 3센트 현금을 합해서 도합 7달러 ‘60센트’의 가치가 놓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종업원은 10센트 동전 4개를 더 얹으면서 “8달러.”라고 말한다. 손님이 가져온 물건의 값 7달러 57센트에 처음 얹었던 거스름돈 3센트를 합한 합계 7달러 60센트 가치에 이제 종업원이 40센트를 더 얹었으므로 이제 종업원과 손님 사이에 있는 물건과 현금의 합계가 ‘8달러’이다.
마지막으로 종업원은 1달러 지폐 두 장을 얹으면서 “10달러.”라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종업원과 손님 사이에 있는 물건과 현금인 거스름돈의 합계가 ‘10달러’가 되었다.
이제 손님은 7달러 57센트짜리 물건과 현금 2달러 44센트를 집는다. 이렇게 해서 손님은 10달러짜리 지폐를 주고 7달러 57센트짜리 물건과 현금 2달러 44센트를 합한 10달러를 받은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10달러 지폐 = 물건 + 거스름돈’이 되어 같은 가치 즉 등가(等價)의 거래를 한 것이다.
즉 우리가 거스름돈이라고 말하는 그것은, 손님이 물건값을 치르기 위해 건네준 돈에 대응해서, 종업원이 물건값에 더 추가한 돈이고, 이렇게 함으로써 물건을 사는 사람과 물건을 파는 사람은 동일한 가치를 교환(change)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건 외에 건네진 돈 2달러 44센트가 왜 change인지 이해가 된다. 이 2달러 44센트는 우리말로 하면 거스름돈이니까 change의 번역도 ‘거스름돈’이 된다. 그리고 이 ‘거스름돈(change)’은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으니까 ‘잔돈’이 되는 것이고.
물론 이 얘기는 무슨 학문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혹시 이래서 거스름돈을 change라고 하는 게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본 것이다.
미국도 지금은 앞에서 적은 종업원의 거스름돈 내주는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물건값 받는 점원 앞에 있는 돈통(register)에 계산기 기능이 있어서 손님이 가져온 물건 값을 입력하고 손님에게서 받은 금액을 입력하면 손님에게 내어줄 거스름돈이 얼마인지 즉각 표시된다. 즉 앞에서 설명한 거스름돈 계산 방법은 계산 기능이 있는 돈통이 있기 전의 이야기인데 그때 사용하던 어휘가 지금도 그대로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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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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