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애 엄마가 키우겠다고 한다던데?’
내 생애 최고의 사변이라 말하는데 일말의 주저도 없는 이번 팬데믹이 터진 작년 4월 이후 근 17개월만에 반갑게 만나 이야기를 나눈 아담한 체구와 온화한 표정의 이 흑인 친구는 이디오피아 출신의 52세 재혼남 ‘디쌀리’ 이다. 근 10년간 자주 만나던 YMCA가 아닌 이웃 짐의 자쿠지에서 재회한 것이었다. 나의 약점을 하나 자수하자면…외국인의 이름을 잘 기억 못한다는 것이다. 방금 통성명을 했으면서도 너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야기를 듣는 경향이 있어선지 나는 그가 ‘로버트’ 였던가 ‘앤드루’ 였던가 가물해서 꼭 다시 물어 보면서 스스로 황당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꼽 옆살을 살짝 꼬집으며 단단히 기억했다가 잊어 먹기 전에 스마트폰 콘택(연락처)에 단단히 입력해 두었다. 한국전쟁 당시 16개 유엔 참전국의 일원으로 우릴 도와 파병해 준 나라요, 이상하게 잘 기억되는 이름인 셀라시에 황제와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그리고 반세기 전 지구촌 최강의 마라토너로 축구황제 펠레와 견줄 만큼 이름 높았던 맨발의 비킬라 아베베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중 유럽(이태리)의 식민침략 기도를 단호히 물리친 유일한 나라로 국가적 자긍심이 엄청 높다는 나라 바로 이디오피아다. 그는 ‘93년 이디오피아에서 독립한 에리트리아 출신 엄마와의 혼혈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피부색 기준의 혼혈만 알고 살아온 나에게는 좀 생소한 개념의 혼혈이었다. 그의 부친은 에리트리아 해방전선과의 교전중 그가 유소년기였던 40여년전 전사했다고 한다. 그의 표정에 배어 있는 쓸쓸함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직도 단축 운영중인 YMCA로 복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개장 시간이 훨씬 긴 경쟁 피트니스 센터로 이렇게 10년, 20년된 단골 멤버들이 대거 이동해 왔으니 모르긴 해도 YMCA의 존립에도 큰 타격이 갔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는 멘로 팍에 위치한 페이스 북의 카페테리아에서 풀타임 쿡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 짐으로 옮기면서 1년치를 선납하기도 했거니와, 여러가지 편의성으로 볼 때 YMCA로 다시 돌아갈 이유를 찾기는 어려울 거 같다고 했다. 모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던 중 우리의 화제는 그와 완전 판박이에 키만 약간 큰 23세의 아들 ‘히이압’ 의 얘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들은 내가 10여년간 참가했던 YMCA 수영장의 토요 ‘딥 워터 아쿠아 부트 캠프’ 멤버 중 최연소여서 환갑에 가까운 멤버들이 주축이었던 클래스에서 영 건으로 분위기를 띄워 항상 멤버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었다.
비즈니스 전공으로 풋힐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산호세 주립대로 편입한다더니 팬데믹 기간 동안 어느 새 후딱 졸업하고는 전공을 살려 좋은 잡을 잡고 독립해 나갔다는 것이다. 약 15년간 싱글 대디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 보상이라는 듯 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옅은 한숨을 내쉰다. 성격차로 전 부인과 이혼할 무렵 어린 아이였던 아들이 아빠와 함께 살겠다고 해 이후 주욱 홀로 키워오다 이제야 짐을 벗게 됐고, 팬데믹 직전에는 자신도 18세나 어린, 이디오피아 국화인 칼라 릴리처럼 아름다운 34세의 독일 살던 이디오피아 여인을 데려와 재혼한 뒤로 새 신부가 자신을 마치 어린 아들처럼 세심하게 케어하고 사랑해 줘 요즘은 정말 클라우드 나인(지복운)을 타고 있는 듯 절정의 행복감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홀로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 찾아온 커다란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신부를 데려오는 신랑을 ‘도동넘’ 이라 부른다고 알려주며 낄낄 웃으니 그도 재밌다며 따라 웃는다. 젊은 여자 싫다 할 남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너무 나이 차이가 나는 상대는 피하고 싶다고 했다. 젊음 그 자체로 이쁜 여자가 옆에 있으면 날이면 날마다 중독처럼 사랑하게 돼 진이 빠진 쭉정이 처럼 삐삐말라 그만 일찍 죽을 거 같아 두렵다 하니 그는 그건 기우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냥 매일의 행복한 일과(?) 일 뿐이라는 거다. 쩝, 정말 좋긴 좋은가 보다.
사랑이란? 어려울 거 없다. ‘관심과 애정이 담긴 섹스’를 말하는 것이다. 여당의 유력한 대권후보자가 형수에게 내뱉은 어이없는 지독한 욕설이 요즘 큰 화제인데 그로 인해 무의식의 장막 뒤에 뭉수리 있어야 할 여성의 신체에 관한 신비감이 백일하 저자거리에 까발려져 사라진 허무한 현 세태에 대한 자조가 깊다. 각설하고… 그래서 나는 삼국지의 동탁이 총애했다는 초선이 같은 경국경성의 미색이 다가와도 아주 젊은 여자는 피할 것인가?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엊그제는 산타클라라 한인타운 안에 자그마한 리테일 샵을 구하는 고객을 도와주고 나서 같은 몰 안의 ‘오복’이란 순대국밥 집에서 모처럼 얼큰한 순대국을 이른 저녁으로 들었었다. 두고 온 고국의 향토 미각에 대한 소증이 해소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복이라면 장수, 부자, 건강, 다손, 치아의 복 아닌가. 남자들에게는 특히 빠질 수 없는 여복도 오복 어느 한가지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복중의 복이라는 것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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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업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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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뭐니 뭐니 해도 대화를할수있는 맘이맞는 고런게 최고 아니 전부지요, 맘이 안맞는 취미가 종교가 사고가 다른이들과 대화를한다거나 같이 산다면 요건 지옥 그 자체 요즘 미쿡이 돌아가는게 지옥 그처에 근접한것같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