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태생의 여류 감독 소니아 나세리 코울(56)을 영상 인터뷰했다. 코울은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15세의 나이로 단신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남을 돕기로 결심, 감독이 됐는데 영화 외에도 내전에 시달리는 조국의 여성들을 위한 구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코울은 탈레반의 횡포를 비판한‘블랙 튤립’(2010)을 현지에서 찍을 때 탈레반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코울의 또 다른 영화로는 탈레반으로 부터의 위협 때문에 터키에서 찍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청년의 아프간 탈출기‘아이 앰 유’(2019)가 있다. 뉴욕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코울은 최근 탈레반이 점령한 조국의 상황을 얘기하면서 한숨을 쉬고 울먹이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어떤 소식을 들었는가.

“현 아프간 상황이야 말로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카불 공항인근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으로 비행기를 타려던 많은 사람들이 도주해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 중의 한 여자의 애기를 듣고 내 가슴이 찢어지는 했다. 이 여자는 미군을 위한 통역사로 비행기를 타기 직전이었는데 폭탄이 터지면서 집으로 돌아가 분신자살을 했다고 들었다. 아무 희망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수치스런 미군의 철수야말로 아프간 국민과 미군 그리고 전 세계에 충격적인 타격이다. 이로 인해 세계는 보다 위험한 곳이 되었다.”

-내전에 빠진 아프간 현지에서 영화를 찍은 경험은.

“그야말로 지상의 지옥이었다.‘블랙 튤립’을 찍으러 조국을 떠난 지 처음으로 귀국했을 때 본 내 나라는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탈레반의 영향이 사방에 넘쳐흘렀다. 그런 곳에서 반 탈레반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내가 도착해 받은 첫 전화도 탈레반으로부터 온 것으로 그들은‘우리는 네가 어디에 있는 줄 알며 널 찾아가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들의 습격을 받아 숙소를 일곱 번이나 옮겨야 했다. 이로 인해 각 제작부서 책임자들은‘당신 이 영화 결코 만들 수가 없고 여기 있다간 죽는다’며 떠났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겠다는 열정 하나만 믿고 영화를 완성했다. 그로 말미암아 세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아프간 국민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출품됐다.”

-1960년대에 태어난 당신이 기억하는 아프가니스탄은 어떤 나라였는지.

“내 아버지는 외교관이어서 우리 집은 상류층이었다. 카불의 극장과 디스코텍이 기억난다. 나의 부모는 이 디스코텍에 자주 가 미국음악에 맞춰 춤을 즐기곤 했다. 여자들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었고 부부는 손을 잡고 카불 거리를 걸었다. 기독교와 유대교 그리고 무슬림 등 모든 종교가 공존했다. 그 때 내 나라는 광적인 무슬림 국가가 아니었다. 모두들 서로 사랑했고 그 누구도 강압 당하지 않았다. 카불은 전 세계로부터 신혼부부가 찾아오는 번창한 유명 관광지였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더 이상 아무 충돌도 없는 그 때의 아프가니스탄을 기억하질 못한다.”

-현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에 가장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비행기를 보내 피난민들을 보다 안전한 다른 세상으로 이주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들은 이민자들이 아니고 피난민들이다. 그들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을 피해 그리고 구타하고 참수하는 남자들을 피해 도주하는 것이다. 세계는 이들을 받아들여할 책임이 있다. 세계는 결코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해서는 안 되고 특히 고통 받은 아프간 여성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 한 군데서 인권이 유린되면 모든 곳에서 그 것이 유린되는 것이다. 서방 세계에 있는 우리는 그 곳의 일이 내 일이 아닌척하며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제 탈레반과 알-카에다와 아이시스 및 이슬람 형제들의 나라가 되었다. 이들은 이름만 달랐지 다 같이 이슬람을 도둑질한 극렬한 한 패들이다. 이들은 이제부터 세계를 상대로 더러운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페르시아 만과 인도양에 근접한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면서 파키스탄과 중국과 러시아에 큰 선물을 준 셈이다. 장기판이 완전히 뒤집어진 셈이다.”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포기 이면에는 무언가 숨은 동기가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내가 존경하고 믿는 아프간 언론인들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바이든은 아프간 정부 뒤에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에게 넘겨주기로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파키스탄 사람들이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 밀거래 없이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가 않는다. 미국은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에 관여하기를 마다한 것인데 파키스탄과 거래를 한 뒤에 아프간 정부에 군 장성 25명을 두바이로 피신시킬 비행기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아프간 군인들을 비겁하다고 비난들 했지만 대통령과 군 지휘관들이 없는 군인들이 무슨 싸움을 하겠는가. 그 동안 미국을 위해 일하다가 죽은 아프간 사람들이 20만여 명에 이르는데 미국은 이번에 우리나라를 포기함으로써 이들의 죽음을 욕되게 한 것이다. 이런 파키스탄과의 밀거래에 의해 옥중에 있던 4천여 명의 탈레반들이 풀려났고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는 탈레반의 우두머리도 4년간 옥중에 있던 사람이다.”

-왜 중동에서 근본주의 종교가 성하다고 생각하는가.

“자신들이 무슬림이라고 말하는 테러리스트들은 무슬림이 아니다. 이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을 도둑질해 와하비즘(Wahhabism)이라는 종교를 만들어낸 와하비들로 자기들을 거역하면 이슬람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은 같은 이슬람 신도들을 고문하거나 죽이지도 않으며 어린 여아를 강간하지도 않고 또 자살을 하지 않는다. 자살하면 결코 천국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강조하건데 그들은 무슬림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세상에 주지시켜야 한다.”

-러시아와 미국 같은 강대국들이 아프간에 들어왔다가 물러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아프간은 결코 외세에 의해 정복당한 적이 없다. 알렉산더 대왕은 두 번이나 우리나라를 정복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징기스칸도 그랬다. 러시아는 10년, 탈레반은 8년 그리고 미국은 20년간 이 나라를 정복하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따라서 단 한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살아 있는 한 탈레반은 결코 우리 나라를 정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모두 죽이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가 그들을 쫓아낼 것이다. 바이든은 우리나라가 항상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지만 그 것은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다우드 대통령 재임 시 소련의 침공을 받기전만해도 400여 년간 유혈 없이 평화를 누려온 왕국이었다.”

-아프간 사람들로부터 구조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지.

“지난 열흘간 뉴스 보느라 구조 요청 받아 처리하느라 한 잠도 못 자다시피 했다. 사람들로부터 여권과 노동허가증을 얻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들의 요구 사항을 여러 나라와 미 국무성 등에 보내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대부분 예술가들과 배우들과 언론인들 그리고 TV 인사들로부터 살려 달라는 요청이 답지하고 있다. 특히 여자들은 제 정신이 아닐 지경인데 그들은 분신자살하고 싶다며 도움을 애걸하고 있다. 나는 이런 와중에서 그들의 소식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독서와 하루 두 번 명상으로 평정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왜 아프가니스탄은 끊임없이 외세의 침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페르시아 만과 인도양에 근접한 전략적 위치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 매장량의 99%에 이르는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것 없이는 핸드폰도 컴퓨터도 만들 수 없다. 이 밖에도 아프가니스탄은 귀중한 광물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부국이다. 이런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이 중국과 파키스탄 그리고 러시아와 이란 등인데 이들이 모두 이 나라의 풍요한 자원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헤로인을 만드는 양귀비의 95% 역시 아프가니스탄이 재배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하겠다.”

-과거 탈레반에 의해 당신 목에 현상금이 걸렸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액수가 두 배로 올랐을 것 같다. 그 것이 두렵지 않은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블랙 튤립’을 만들 때 항상 위협 전화가 걸려와 늘 내 뒤를 돌아보곤 했다. 그러나 나는 비록 종교인은 아니지만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신의 일이라고 생각해 신이 날 보호해준다고 믿는다. 두려움을 느낄 때면 등에 신의 손길의 따스함을 느끼곤 한다. 사람은 다 죽게 마련으로 인생에 있어서는 죽음을 무릅쓰고 할 만한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 내가 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하다가 죽으면 보람 있는 죽음이라고 믿는다. 아무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않고 또 겁이나 말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 처지에 나는 아프간 여성으로서 우리나라의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