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매더 핌코 미핵심전략 최고투자책임자
▶ 선진국 인플레 몇달 내 최고치… 공급망 문제 내년에야 개선, 연준 2023년 하반기 금리 올릴듯… 기업 부채위기는 없을 것
코로나로 불평등 심각해져 ‘사회적 채권’으로 지원 나서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몇 달 안에 최고치(peak)를 찍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미국핵심전략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매더는 지난달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창간 특별 인터뷰에서 “공급망 문제가 내년 들어서야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인프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1996년 유럽 통합 통계가 집계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의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와 규모는 공급망 문제 탓에 불확실하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올해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3.5%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에서 에너지와 농산물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것이다.
이는 미국의 고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4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한 뒤 5월 5.0%, 6월 5.4%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7월에도 5.3%의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월가의 예측이다. 매더 CIO는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상품이 주도하고 있다”며 “서비스 분야는 코로나19 이전을 밑돌고 있지만 상품은 꽤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물가가 조만간 정점을 찍은 뒤 물가 상승세는 갈수록 약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내년에는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2.3%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완화될 것”이라며 “실업률은 여전히 5%대로 미국은 완전 고용과 거리가 멀고 필립스곡선과 인플레이션 기대치, 생산성 증가를 고려하면 더 그렇다”고 강조했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과 물가의 반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필립스곡선이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지만 여전히 지금의 실업률 등을 생각하면 무제한적인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흥국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 그는 “(신흥국의) 치솟은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의 추가적인 정상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수요 증가와 구조적인 상품 공급 제약은 2008년 이후 대부분의 신흥국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중앙은행(BCB)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5.25%로 1.00%포인트나 올렸고 오는 9월께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앞서 러시아와 헝가리도 금리를 인상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물가 불안에 선제적인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매더 CIO는 “브라질 같은 나라는 통화정책의 부분적인 정상화를 강요받아왔다”며 “하지만 통화 약세로 인한 수요 감소 가능성 등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음을 강하게 의미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문제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은 그 신호만으로도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데, 테이퍼링을 실제로 시작하면 일부 신흥국에 사회불안이 올 수 있다는 게 매더 CIO의 생각이다. 그는 “연준은 3분기에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보낼 것이며 시장과 의사소통을 잘할 것으로 보여 2013년과 같은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2~3개 분기에 걸쳐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점쳤다.
그러나 위험이 크다. 매더 CIO는 “최소한 테이퍼링은 시장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한다”며 “신중히 의사소통이 이뤄진 테이퍼링 논의도 시장의 혼란(disruption)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글로벌 금리는 테이퍼링 논의에 상당한 변동성을 보여왔다”며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채권 매입 규모 축소에 따른 리스크를 전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남미는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올해와 내년에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테이퍼링과 관련해) 경기 부양책 축소는 올해와 내년에 선거가 많은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도전이 될 것”이라며 “부양책이 줄면 사회불안(social unrest)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2023년 하반기”라고 답했다. 매더 CIO는 “연준은 2023년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부에서는 연준이 테이퍼링 종료 전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연준은 테이퍼링 종료 전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업 부채에 관해서는 “위기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미국 내 비금융회사의 채권 발행액은 무려 1조 7,000억 달러(약 1,949조 7,300억 원)로 기존 최고치보다 6,000억 달러 많다. 매더 CIO는 “지난해 미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기업 채권이 발행됐으며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영향을 받는 업체들이 발행한 것”이라면서도 “경기회복 기조 속에 기업의 기초 체력이 개선되고 있고 정부의 지원책도 계속될 것이기에 부채 위기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를 비롯해 채권 금리가 낮고 테이퍼링 논의에도 연준이 수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 미국 기업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부채 위기를 예상하지 않는 이유다.
매더 CIO는 “미국에서는 소비자와 기업에 상당한 양의 통화·재정 지원이 있었다”며 “재정·통화 지원 지속과 백신 접종 가속화로 미국 기업의 이익은 계속 늘고 있으며 많은 산업에서 마진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의 기업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일시적 폐쇄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정 업체와 분야가 있지만 전반적인 신용 시장의 기초와 분위기는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방정부는 델타 변이 확산에도 전면 록다운(봉쇄)을 꺼리고 있고 부스터샷(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올 들어서도 채권 발행은 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증가 폭이 감소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가들의 위험 회피 성향에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채 위기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매더 CIO는 코로나19로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해졌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에 이어 인종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시위가 투자자들과 기업들에 사회적 요소를 고려해야 함을 보여줬다”며 “지난해 미국에서만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시급 노동자와 자녀가 있는 사람, 소수자가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노동자들이 같은 조건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승자와 패자가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서도 사회적 채권을 통해 코로나19 극복과 취약 계층 지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스콧 페더는 글로벌 ESG 투자 이끌어스콧 매더 핌코 미국핵심전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세계 최대 규모의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투자위원회 위원이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이끌고 있다. 월가를 포함한 금융시장 경력만 27년이며 오랫동안 채권과 유럽 시장을 들여다봤다. 최근에는 시장 전반과 함께 ESG에 주력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석사 △골드만삭스 채권 트레이더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매니징 디렉터 △핌코 핵심전략 CIO 겸 매니징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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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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