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결코 식지 않는 뜨거운 이슈들 가운데 하나는 “누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인가”를 둘러싼 ‘GOAT’(Greatest Of All Time) 논쟁이다. 농구의 경우 마이클 조던으로 일찌감치 정리되는 듯싶더니 르브론 제임스가 등장하면서 논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NFL의 경우에는 지난 2월 55회 수퍼보울을 통해 GOAT 논쟁에 마침표가 찍힌 분위기다. 수퍼보울에서 43세의 노장 탐 브래디가 이끈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는 캔자스시티 칩스를 31대9로 가볍게 꺾으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경기 MVP로도 선정된 그가 남긴 커리어 기록은 대략 이렇다. 수퍼보울 7회 우승, 수퍼보울 MVP 5차례 선정, 정규시즌 최다승(230승), 최다 터치다운 기록(581개) 보유 등등. 브래디는 넘볼 수 없는 대기록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자신을 폄하해왔던 전문가들과 팬들을 머쓱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처럼 역대 최고선수로 평가받는 브래디이지만 그의 프로생활 출발은 초라했다. 미시간 대학 출신인 그는 2000년도 NFL 드래프트에서 전체 선수들 가운데 199번째로 지명됐다. 그보다 앞서 선택을 받은 쿼터백만도 6명이었다. 그리고 21년이 흐른 지금 브래디에 앞서 선택을 받았던 쿼터백들은 오래 전 풋볼 무대에서 사라졌거나 팬들로부터 잊혀졌다.
드래프트는 관련 스포츠에 오래 몸담아온 스카우터들의 분석과 성적이라는 객관적 수치를 바탕으로 결정이 내려진다. 그럼에도 미래의 위대한 선수는 그냥 지나쳐버리고 버스트로 판명될 선수를 먼저 고르는 최악의 선택을 하곤 한다. 다양한 배경에서 성장하고 선수생활을 해온 신인들의 능력과 미래 잠재력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재력을 바르게 평가하는 일은 한국사회에 정의론 열풍을 일으켰던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가 공정과 관련해 제기하고 있는 중심적 이슈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의 전반적인 잠재력을 평가하는 일은 아주 복잡한데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한다. 온갖 수치들로 가득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선수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종종 실패하듯 말이다.
그의 이런 관점은 대학입학 사정으로까지 확대된다. 샌델 교수는 하버드 같은 최고 명문대학에 매년 몰리는 수만 명의 지원자들 가운데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제대로 추려내는 일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을 평가하고 판단을 내리는 데 SAT 점수 같은 수치를 능력의 객관적 잣대로 사용한다. 점수가 능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험의 점수는 학생 집안의 경제적 능력과 연관성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각종 사교육 덕분이다. 그러니 이것을 온전히 학생의 능력과 잠재력이라 보기는 힘들다. 지난 2017년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38개 명문대학 입학생들의 집안 경제력을 조사해보니 상위 1% 집안의 학생들 수가 하위 60% 집안 출신들보다 더 많았다.
샌델 교수는 명문대학에 수만 명의 학생들이 지원했다면 이 가운데 정말 엉터리인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대학과정을 충분히 이행할만한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부 잘하는 저소득층 지역의 고등학생들에게 명문대 학점 코스를 수료하도록 해본 결과 대부분이 우수한 학업성과를 보였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있는 집안 학생들 못지않게 대학과정을 훌륭히 이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평가와 관찰을 바탕으로 샌델 교수는 명문대 지원자들의 자격을 세세히 따져 고르기보다는 ‘제비뽑기’로 입학생을 선별하는 것이 공정의 개념에 더욱 들어맞는 것일 수 있다는 급진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물론 오랜 관행과 통념을 무너뜨리는 그의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다만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능력을 들여다보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만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표준 테스트인 SAT와 ACT 점수를 입학전형에서 제외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UC 계열 대학들이 올 가을학기부터 입학 사정과 장학금 심사에 SAT와 ACT 점수를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쓴 철학자 존 롤스는 “출생이든 재능이든, 아니면 기회이든 본질적으로 불평등은 우연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그런 속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지적처럼 능력으로 치부되는 많은 요소들이 실제로는 태어난 집안 같은 행운과 우연의 결과라면 누군가의 미래 잠재력을 판단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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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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