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클릭클릭… 자 다 됐어요’ 와우! 20초도 안 걸린다.
불과 한달 전 교체해 1,200마일 밖에 안 달렸는데 엔진오일과 필터를 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계기판에서 계속 뜨길래 신경이 쓰였던 나는 오일 체인지 샵에 차를 몰고 가서 좀 봐 달라고 했던 것이다. 주인인지 매니저인지, 아주 친절한 친구가 날 보고 잠깐 차에서 내려보라 하더니 운전석에 앉아 계기판의 리셋 메뉴를 찾아 능숙한 솜씨로 몇번 누르고 나니 거짓말 처럼 골치 아팠던 에러 메시지가 사라진 것이다. ‘오-썸!’ 나는 주먹 부딛기로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에게 좋은 서비스를 받고 나면 우리는 정말 흐뭇해진다. 오일 샵도 결코 만만한 비즈니스가 아닌가 보다. 수많은 차들의 계기판을 보고 간단한 리셋 조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니 말이다.
‘스트로베리, 체리 앤드 언 에인절스 키스 인 스프링~’ 멋진 서비스에 기분이 한결 부드러워진 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딸로 어느덧 8순이 된 낸시 시나트라가 27세때인 1967년 리 헤즐우드와 듀엣으로 불러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다는 ‘서머와인’을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바닷가를 걷는다. 돌아오는 길에 계란을 한판 사러 들른 코스코에는 입구쪽 제일 잘보이는 곳이 온통 장미꽃 붉은 다발이 한가득 놓여져 다른 인기 계절 상품들을 몰아내고 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더스 데이가 다가 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사랑의 달이다.
오월오일 어린이 날이 오면, 어린 우리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앞으로 나란히’ 줄 맞춰 서서는 밀가루 반죽에 이스트만 조금 넣어 부풀린,두쪽의 맨숭한 맛의 얇은 빵 사이에 하얀 크림을 살짝 발랐을 뿐인 20원짜리 삼립 크림빵을 한 개씩 배급 받고는 마치 생일이라도 된 듯 흐뭇해 했었다. 우리는 어린이 날을 제정해 주신 선구자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그리며 마음속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나면 어머니 날이라 우리는 문방구에서 카네이션을 사서 할머니와 어머니 가슴에 옷핀으로 달아 드리곤 했던 것이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초딩 때 어머니 날이면 얼굴도 이쁜데다 우리 산동네 코흘리개 무지랭이 남자 아이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피아노를 벌써 체르니까지 떼, 선망의 여학생 중의 한명이었던 윤영이가 앞에 나가 공주 같은 자태로 반주하는 풍금에 맞춰 이 노래를 제창했었다. 그러다 이 대목에 이를 때면 나는 괜히 목이 메어져 붉어진 눈시울로 노래를 잠깐 멈추고는 교실 천장을 올려다 봤던 것이다. 실토하자면,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어언 10년째, 환갑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언능와~ 매시 포테이토 용으로 씨알 굵은 좋은 감자를 벤더가 들여놔 줬어. 대홍단 감자 못지 않게 큰데 몇 개 줄테니까.. 정말 맛있네’ 함경도 출신 실향민 가족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모교 졸업 후, 내가 ‘83년 공군 소위로 복무를 시작한 오산 비행장 바로 옆 도시인 평택 여중고의 총각 물리 선생님으로 부임해 2년간 봉직하던 중, 서울대 간호대를 졸업해 미국에 취업한 큰 누나의 초청으로 45년전 온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H 선배의 살가운 전화다. 미국에 도착해 7살 터울의 역시 서울대 출신의 큰 형님과 함께 UC Davis 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공부를 하다 큰 형님이라도 박사학위 공부를 편히 마칠 수 있도록 자신은 학업을 중단하고 부모님을 모시며 홈 디포 파트타이머 등 일을 하며 이민 초창기 생활을 힘겹게 이어 갔다고 한다. 그러다 42세에 부인과 함께 서니베일에 있는 미국 스테이크 식당을 인수해 27년째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실리콘 밸리 최고의 부촌에 큰 집도 장만한 성공한 레스토란터가 되었다. 식당이 위치한 대형 샤핑 센터는 불어 닥친 실리콘 밸리 재개발 광풍에 예외 없이 쓸려, 입주해 있던 20여 다른 가게들은 리스 연장을 못 받은 채 속속 쫓겨나 이제는 3곳만 남아 샤핑센터는 황량한 바람만 쓸쓸히 불고 있다. 다행히 잔여 리스 기간이 상당히 남은 선배는 이제 막 팬데믹에서 회복되기 시작하는 비즈니스를 계속하면서 새 건물주와 리스 바이아웃 협상을 진행 중인데, 원만히 타결이 되면 미련 없이 은퇴를 할 계획이라 한다. 콤프레서까지 돌려 가게안의 온갖 장비를 웬만한 미케닉 못지 않게 직접 고쳐가며 알뜰하게 관리를 해 왔다는 선배가 웃으며 넋두리 한다.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레스토랑은 절대로 안할 거야. 정말 지긋지긋해. 지난번에 2개 준 콜리플라워는 다 먹었어요? 또 줄게’ 신록의 계절, 푸르른 5월은 우리에겐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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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업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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