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 볼이 미국 내에서 유행하고 있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테니스장보다 작은 코트에서 탁구와 테니스와 배드민턴이 합쳐진 듯한 규칙을 따라 나무판으로 만든 라켓으로 약 30개 정도의 작은 구멍이 있는 플라스틱 공을 치는 게임이다. 플라스틱 공은 가볍고 구멍이 있어서 그런지 테니스 공보다 속도가 느리고 코트가 크지 않아 힘들지 않게, 둘이나 네 사람이 즐길 수 있다.
1965년 여름, 시애틀, 배인 브릿지 섬에서 친구들과 골프를 끝내고 집으로 온 프리차드는 무료하여 심심 해 하고 있던 가족과 친구 들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서 급하게 배드민턴을 하려 했으나 깃털 달린 공을 찾지 못하였다. 그는 생각을 바꾸어서 배드민턴 네트를 낮추고 구멍 난 플라스틱 공을 합판을 잘라서 만든 판으로 치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그때 같이 놀았던 친구 맥켈럼이 정식으로 패들 (라켓)을 만들었고 그 아들은 회사를 설립하여 이 게임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스포츠로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이 공놀이의 이름은 프리차드 가족의 강아지 ‘피클’에서 유래되었는데 게임 주위를 이리 저리 뛰어다니던 귀여웠던 멍멍이의 이름을 따서 ‘피클 볼’이라 명명 하였다. 시애틀에서 시작된 이 게임은 주로 따뜻한 서남부 지역과 하와이까지 퍼져나갔다. 지금은 협회도 있고 국제 시합도 생겨났다. 여러 가족들이 모여 시작된 게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남녀노소 모두 쉽게 할 수 있고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어 나이가 든 사람에게 맞는 운동이다.
원래 피클은 식초 소금물에 절인 오이를 말한다. 피클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금이 필요하다,
소금은 인류의 음식저장, 부패 방지에 없어서는 아니 될 필수품으로 기원전 6천 년 전부터 사용되었다. 인간의 수렵시대, 동물을 섭취할 때에는 그 안에 이미 소금기가 있었으므로 별도로 소금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농경시대로 바뀌면서 곡물, 채소에는 소금 성분이 없으므로 따로 섭취하여야 되었다. 과거에는 소금이 귀하였기에 화폐 역할도 하였고, 통행세, 봉급으로도 사용되었다.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도 배추를 먼저 소금에 절여야한다.
배추 속에 소금물을 뿌리고 또 배추 잎 사이에 소금을 뿌린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위, 아래를 바꾸어 가면서 몇 시간을 절이면 김치가 맛있게 된다고 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은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농약성분, 이물질도 함께 빠져 나와서 좋다. 배추가 소금에 의해 부드러워지는 것은 삼투압 현상 때문인데, 세포막을 경계로 소금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수분이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소금은 물을 잡아당기는 능력이 있으므로 배추 안에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 배추의 숨이 죽고 부드러워진다. 너무 오래 절이면 물이 너무 빠져서 채소의 부피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음식에 소금을 뿌리면 음식에서 수분을 빨아내고 산소를 줄이기 때문에 유해균이 번식을 못하게 되어 오래 동안 보관을 가능케 한다
우리 인체 내에서 소금, 즉 나트륨은 세포 밖 수분에 존재하며 삼투압 작용을 이용해 세포의 크기를 조절해 준다. 소금섭취에 비해 물의 섭취가 부족한 경우 혈중에 소금 농도가 높아지면서 세포안의 물이 세포 밖으로 많이 빠져나와 세포의 크기가 작아진다. 그러나 반대로 여름에 땀을 많이 흘려 몸속 염분과 수분이 빠져나가 있는 상태에서 소금기 없이 물만 많이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뇌세포 안으로 수분이 과도하게 이동한다. 그 결과로 뇌가 붓게 되어 두통, 피로감, 식욕저하, 의식장애까지 일어날 수 있다.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신경 전도속도가 느려지고 근육이 수축해 걷는 도중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소금기처럼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맛이 있다. 상냥한 맛, 친절한 맛, 따뜻한 인간미, 겸손,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공감 능력, 유머, 그리고 때로는 단호한 용기, 바른길을 가겠다는 열정, 도전정신, 차별에 맞설 수 있는 자존감과 배짱 등등. 우리 자신의 인격을 형성해 주는 맛과 멋. 그러나 종종 이러한 미덕이 잘 조화되지 못해 너무 뻣뻣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인격을 적당히 절여주는 삼투압 작용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필연적 죽음과 조절할 수 없는 질병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음을 깊이 깨달을 때, 우리 속에서 호언장담과 자만은 스르르 빠져 나가버리고 나긋나긋하고 적당히 겸손의 맛이 든 절인 배추 같은 존재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지나치게 세게도 말고 너무 약하게도 말고 적당히 소금 뿌리듯이 볼을 치라는 선배들의 가르침에 따라 오늘도 ‘피클 볼’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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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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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을 알때 자기를 모두를 살릴수있는 지혜를 얻을수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