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버지니아 주의 한 선교회 앞에는 긴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겨울비처럼 차게 굳어 있었다. 일주일치 정도의 식재료를 나눠주는 자리였다.
TV 카메라 앞에서 한 여성이 말문을 열었다. “여기 오는 게 망설여졌어요. 최후의 뭔가를 선택한 저 자신이 싫었어요”. 그녀는 일자리를 잃은 회계사였다. 감원 통고를 받은 약사도 차량 행렬에 있었다. “아이가 둘인데 음식이 정말 중요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LA의 엘몬티에서도 몇 블락에 걸쳐 차가 길게 늘어섰다. LA 리저널 푸드뱅크는 이날 식품 4,000박스를 배포했다. 식사와 신선한 야채, 낙농품, 통조림, 기저귀 등이 들어 있었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일자리가 있다는 한 여성은 “요즘 같은 때 큰 도움이 된다”며 식품 박스를 반겼다.
비슷한 시간 오렌지카운티 애나하임의 혼다 센터에서는 세컨드 하비스트 푸드뱅크가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었다. 주말마다 15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일손을 도왔다. 해고된 후 처음 푸드뱅크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한 남성은 지금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인의 살림살이는 상대적으로 더 고지식하다. 완충장치가 그만큼 엷다. 안정된 사회에서 살아 온 때문인 듯 하다. 굴곡진 세월을 보내야 했던 이민자들이 거의 본능적으로 비오는 날에 대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백신도 없는 것이 배고픔이라고 한다. 통계를 보면 이게 맞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미국의 굶주림도 심각하다. 지난달 연방정부 발표에 따르면 팬데믹 후 미국 성인의 11%, 자녀가 있는 가정은 7집중 한 집 꼴로 식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특히 라티노와 흑인 주민들이 심각하다. 이들이 밀집한 동네는 건강 식품을 찾아 보기 어렵다고 해서 ‘식품의 사막’, 또는 패스트 푸드점만 몰려 있다고 해서 ‘식품의 늪’으로 불리기도 한다.
LA 리저널 푸드뱅크는 지난해 3월부터 반 년간 1억1,500만 파운드, 9,500만 끼의 식사를 나눴다고 한다. 전보다 145%가 늘어났다. 버지니아의 실직 회계사나 약사처럼 중산층도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부되는 식품과 자원봉사도 늘었다. 돕고 사는 사회인 것이다.
미국의 기아 대응 정책의 근간은 영양보조지원 프로그램, 스냅(SNAP)이다. 푸드 스탬프, 캘리포니아에서는 칼프레쉬라고 불리는 바로 그것이다. 지난 회계연도 예산은 856억달러에 달했다. 팬데믹 전보다 900만명이 늘어난 4,400만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 뼈대 위에 다양한 정부 프로그램과 푸드뱅크 등 민간차원의 구호활동이 더해진다. 스냅 예산 증액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실업율은 떨어져도 높은 빈곤율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하려고 하기 보다 공짜 복지에만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복지 정책의 맹점이다. 바이든 정부 들어 굶주림 해소는 중점정책 중 하나다. 지난 12월 통과된 9,000억달러 규모의 팬데믹 구제법안에는 스냅 수혜액을 6개월 한시적으로 15% 올리는 예산이 포함됐다. 대학생과 실업수당 수령자의 혜택도 용이하게 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었다. 그만큼 기아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이어 올해는 세계적으로 기근 바이러스가 덮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식량 주권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미국은 밥을 굶기는 사회는 아니다. 식품 안전망이 다른 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팬데믹으로 수입이 급감했다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칼프레쉬(GetCalFresh.org)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에 최대 월 204달러(지난해 10월). 요즘 같은 때는 소득기준을 맞추기가 쉽고, 식구가 많을 수록 지원액도 적지 않다. 여성과 어린이 지원(WIC), 시니어를 위한 별도의 식사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푸드 뱅크와 푸드 팬트리등 무료 식품 공급망도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많이 있다. 배급 날짜와 요건 등이 다 다르다. 첫 방문 때 소득 정도를 보여달라는 곳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40달러(EBT도 가능)를 내면 200달러이상 장보기가 가능한 곳(worldharvestla.org.)도 있다. 4시간 자원봉사하면 무료라고 한다. 어려울 때 어려운 것은 쉬쉬할 일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요즘 같은 때의 기부와 자원봉사는 어느 때보다 빛이 난다. 이민자로서 받았던 혜택을 갚을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겠다. 푸드뱅크는 25달러 기부를 받으면 100명분의 식사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LA리저널 푸드뱅크(LAFoodBank.org)만 해도 700여 기관 단체와 연계해 식품을 무료로 배급하고 있다. 푸드 뱅크, 푸드 팬트리를 검색하면 혜택을 받고 나눌 수 있는 정보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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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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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옥씨도 좀 이런글좀보쇼
So you make $70K. Sorry you can't live in CA. Move to Louisiana, Ohio, please.
미국의 문제는 최빈곤층이 아니라 바로 그 위에 있는 중하층계 국민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 없다는겁니다. 예를 들어 일년에 한 $7만불 버는 가정들은 빈곤층에 대한 수혜도 못받고 또 국민 건강보험도 없어 점점 더 이들은 최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초부자들은 매년 버는 수입이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