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더운 모나코의 섭씨 28도의 그늘 아래 세상에 오직 우리들 뿐. 모든 것이 푸르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어요. 그대는 두 눈을 지긋이 감았고 태양은 더 높았어요. 그대를 어루만지는 내 손은 매우 뜨거워졌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를 안아 주세요. 난 행복해요. 사랑이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우리는 행복해요. 모나코 너무도 무더운 여름 섭씨 28도의 그늘이래서. 그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돼요. 난 담뱃불에 불을 붙이고... 여전히 따가운 날씨이네요. 그대의 입술은 과일 향기가 가득했어요. 그대의 머리 결은 황금 빛 물결 같았어요. 그대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죠. 그러니 아무런 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랑이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이 노래의 원 제목은 1978년 처음 소개될 때 ‘28 도 A L’omber(28도의 그늘아래)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팬들은 자연스럽게 ‘모나코’로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모나코’로 알려지고부터 더욱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이 노래는 1969년 프랑스 작곡가이자 가수인 Serge Gainsburg가 발표한 ‘Je T’aime Moi Non Plus‘(사랑해요... 난 더 못해요) 영향을 받은 노래이다. 노래 진행 스타일이 매우 흡사하여 마치 Serge Gainsburg가 ‘모나코’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여겨진다. 반주 악기 배열부터 남녀가 함께 노래하는 방식까지 거의 같은 구조로 제작했다.
모나코는 프랑스 동남부 지중해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 국가로서 인구가 약 3만8천여명정도 되는 작은 국가다. 카지노와 관광산업이 주 수입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56년 모나코 왕인 레니에 3세가 당시에 미국 최고 인기 여배우 중의 한 명인 Grace Kelley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서부터였다. 1982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Grace Kelley는 왕비로서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에 쌍송이 들어온 역사는 꽤 깊다. 해방 후 외국 문화가 밀물처럼 들어왔을 때 예술가, 문학가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즐겨듣는 음악이 프랑스 대중가요 썅송이었다. 그 당시 이브 몽땅, 쥬리엣 그렛코, 에띠드 피아프 등의 가수들이 알려졌고 노래로는 ‘파리의 하늘 밑’,’파리의 지붕 밑’,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세시봉’ 등 소위 인테리라고 불리는 부류들이 즐겨 듣는 음악이었다. 그 이후에는 미국의 대중 음악에 밀려 한동안 잊혀져 왔다. 1960년대 들어서 국내 젊은 음악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 방송국들은 미국 팝 음악 일색에서 탈피하여 프랑스 및 이태리 음악까지 범위를 넓혀 소개한 곡들이 프랑스 쌍송 가수들인 Salvatore Adamo의 ‘눈이 내리네, ‘밤의 멜로디’, Enrico Macias’의 ‘Solenzara’, ‘lamoure cien pour rien‘, Sylvia Vartan 의 ‘시바의 여왕’, France Gall 의 ‘꿈꾸는 쌍송 인형’, Dalida 의 ‘행복한 이별’ 등이었다.
모나코 노래가 한국에 소개된 때는 카세트 음악이 대세였다. 그래서 많은 남성팬들은 자동차에 필수품처럼 이 노래 카세트 테입을 지참하여 틈틈이 즐겨 듣곤했다. 이 노래의 매력은 감미로인 멜로디에 있지만 Jean Francois Maurice의 묵직한 바리톤 음성에 필자는 가산점을 주고싶다.
3인조 여성 코러스 반주로 나지막하게 대사조로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가 중년남자의 혼을 빼앗아 가는 것 같다. 강력한 전기 기타와 오르간 건반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진행하는 연주는 이 노래의 매력에 한층 더 부채질한다. 필자가 그 당시 이 노래에 흠뻑 빠진 한 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이 노래를 그토록 좋아하는가?” 그러자 그의 대답이 “나도 저런 목소리를 가졌으면…” 그의 나즈막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는 뭇 남성들의 공통적인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고 남았다. 사실 이 노래는 본 고장인 프랑스를 제외하곤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곡이다. 코로나19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요즈음,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잠시 한적한 시골 길을 달려보자. 차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시원한 미풍을 맞으면서 ‘모나코’ 노래를 음미해 보면 지나간 추억의 향수를 느끼게 해 줄 안성맞춤의 노래이다.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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