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1일은 ‘기빙 튜즈데이’(Giving Tuesday)다. ‘기빙 튜즈데이’는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 첫 화요일로 지정돼 있다. 나눔과 기부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이를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제정된 날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눔 운동 확산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에서 이날 하루에만 총 19억 달러가 넘는 기부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엄청난 부의 이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눌 수 있는 게 돈만은 아니다. ‘기빙 튜즈데이’ 캠페인은 금전적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한 시간과 재능 기부도 적극 권유하고 독려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베푸는 이런 친절과 관대함은 모두를 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지난 10여년 사이 나온 다양한 연구들은 관대함이 더 오래 사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명의 여성들에게 100달러를 지역 푸드 뱅크에 기부토록 한 후 뇌 촬영을 해 보니 예외 없이 기쁨을 관장하는 부위가 밝아졌다. 또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열심히 다른 이들을 도와준 사람들의 혈압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았다. 안마실험을 해 보면 안마를 받는 사람보다 해주는 사람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내려간다. 이른바 ‘돕는 사람의 희열’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관대함이 건강을 증진시켜 수명을 늘려준다는 사실이 최근 또 다시 계량적으로 확인된 것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지난 달 나온 독일 막스플랑크 인구통계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관대함과 나눔이 활발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렇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평생 소득의 68~69%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프랑스와 일본의 평균수명이 가장 높았다. 이 비율이 낮은 사회들일수록 수명은 더 짧았다.
개인들의 관대함이 개별적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밝혀진지 오래니 그런 사람들이 다수인 사회와 국가 전체의 평균 수명이 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 논문의 저자인 토비아스 포그트는 “우리는 삶의 초기 단계에서 모든 것을 다른 이들에 의존해 생존한다”며 그런 만큼 살아가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대단히 올바르고 바람직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나눔과 관련해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과 화제를 모았던 인물은 공항면세점 거부 척 피니라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9월 자신의 자선단체인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에 남아 있던 돈을 모두 기부하고 재단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가진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던 평소의 약속을 지켰다,
그가 평생 기부한 돈의 총액은 무려 80억 달러. 은퇴 후 아내와의 생활을 위해 떼어 놓은 200만 달러가 남은 재산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피니는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1931년생인 그의 현재 나이는 89세이다. 어쩌면 그의 장수는 “관대하게 베풀수록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아주 작은 증거일지도 모른다. 피니의 영향을 받아 재산 기부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90세이다.
관대함의 효과는 단지 건강과 수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맥과 비즈니스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만든다. ‘기브앤테이크’를 쓴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도움을 주는 기버들이 인맥구축과 사업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둔다”고 말한다. 조직심리학 전문가인 그랜트 교수의 결론은 한마디로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베풂은 100미터 달리기에는 쓸모가 없지만 마라톤 경주에서는 진가를 발휘한다”는 호텔업계 거물 칩 콘리의 말을 인용한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개인과 사회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대함과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왜 부의 재분배가 잘 이뤄진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의 행복지수가 높은지도 설명해 준다.
미증유의 팬데믹으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 올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스한 온기가 필요한 절기가 아닐 수 없다. 관대함이 안겨주는 긍정적 영향을 떠올린다면 ‘기빙 튜즈데이’에 ‘건강습관 증진 화요일’이라는 별칭을 붙인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것 같지 않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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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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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분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맞는 말씀 입니다. 현 미국은 이게 잘 이뤄지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 상황이 되는것같아 문제가 있는것 같읍니다. 공화당의 정책이 이를 도와주고요. 그들 생각에는 부자들을 더 도와줘서 직장 창출해 가난한 자들을 살릴다는데 문제는 이 초부자들의 자산은 매년 몇억달러씩 늘고 미니멈 웨이지들만 만들어 거의 노예 부리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