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대 30 정도의 압승으로 끝났어야 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았을 때. 트럼프와 바이든, 더나아가 공화 대 민주당의 한판 승부 말이다. 그랬더라면 개표가 중단되고, 말도 안 되는 소송러시가 이어지는 혼미한 상황도 없었을 테니까….
100년만의 최악의 팬데믹의 내습으로 20만이 죽어갔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 코로나바이러스는 또 다시 창궐, 사망자수는 25만을 향해가고 있다. 경제는 계속 하락을 거듭하면서 대공황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천년 영화를 자랑하던 로마가 야만인의 침공을 받았다.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공화당은 분노, 충격, 비애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 섰다.’ 2016년 5월3일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공화당의 분위기다.
한 마디로 ‘doomsday(최후의 심판일)’를 맞았다는 것이 당시 미 주류언론들의 반응이다. 그 트럼프가 결국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제 45대 미국대통령이 됐다. 이후 트럼프는 주류언론의 ‘공적(public enemy) 1호’로 떠오르고 ‘트럼프 때리기’가 줄곧 이어져왔다.
여론조사도 그렇다. 대선시즌 내내 트럼프는 열세였다. 투표일이 임박해오면서 차이는 더 벌어져 바이든은 두 자리 숫자이상 트럼프를 앞질렀다.
현직인 트럼프로서는 온통 악재투성이었다. 그러니 이쯤 되면 해보나마나 한 선거가 아닐까하는 것이 일반의 예상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블루 쓰나미’ 경보다. 민주당은 레드 스테이트도 휩쓸면서 대통령선거는 물론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둔다는 것. 이와 동시에 ‘트럼프 청산’은 국민적 소명이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산이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대통령선거에서는 바이든이 이겼다. 그러나 말 그대로 박빙의 승리다. 연방 상하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선전을 했다. 상원에서는 여전히 다수당의 위치를 고수한 것. 하원선거에서는 오히려 의석수를 늘렸다.
이 대선결과는 무엇을 말하나. 다른 두 개의 현실이 존재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 사실을 2020년 대선은 드러낸 것은 아닐까.
“가치관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방안에서, 이상기후에 대한 의견에 이르기까지 도시지역과 농촌지역, 심지어 카운티와 카운티가 서로 다를 정도로 미국은 분열되어 있다. 그 분열상은 4년 전 보다도 더욱 심화,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2020년 대선은 결과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진단이다.
문제는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함께 상대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악마화’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그 분열은 변해가는 미국의 모습,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변화의 과정에서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 간에서 비롯된 것으로 82%의 미국인은 미국을 분열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유에스에이 투데이지의 보도다.
요약하면 트럼프는 패배했다. 그러나 트럼피즘(Trumpism)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결과는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타임지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누가 제46대 대통령이 되 든 그가 맞닥뜨리는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것이다. 배려와 화합의 외침에는 귀를 막는다. 대신 상호 적개심에만 깊숙이 침잠, 의심과 분노만 이글거리는 미국이 46대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분노한 근로계층의 백인 유권자들. 거기에다가 미국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는 일종의 니힐리즘, 다시 말해 엘리트계층에 대한 저항감, 미국 시스템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이 전반적인 반사회적 감정으로 표출되면서 트럼프지지로 응축되고 있다.
그 현상이 4년이 지난 현재 계속 굳어지고 있다. 그 결과 예상과는 달리 2020년 대선은 박빙의 선거가 됐다는 분석인 것이다.
포린 어페어지는 이 같은 대선결과와 관련 더 음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날로 심화되는 소득격차, 불평등 등으로 미국 사회는 포퓰리즘 배양에 아주 적합한 토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나오고 있는 지적은 품위, 정직, 관용, 공정, 더나아가 시빌리티(civility) 등 미국적 미덕은 더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과정의 혼미 자체가 그 조짐으로 국제사회도 미국의 민주주의가 파국상황으로 치닫지 않고 있는가 하는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하여튼 2020년 미국의 대선과정은 비관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조명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미국은 세계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큰 관심이 없다. 미국인은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늘 문제를 발견하고 또 스스로 해법을 찾아간다.” 지오폴리티컬퓨처스의 조지 프리드먼의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진단도 가능하지 않을까. 글로벌 시대의 미국은 거대한 시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치러진 것이 ‘트럼프란 이단아’가 주역이 된 2016년과 2020년의 대선이다. 그 4년을 보다 나은 장래를 위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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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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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미국에도 부정선거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뿌리째 뒤흔드는 공산주의 좌파들의 전세계적인 쿠테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선진 초강대국의 민주주의 법치와 국민들의 의식이 살아 있으므로 정의와 진실이 가려질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그렇군요, 깊이 보면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의 표가 나타났네요. 실제로 민주당은 의석은 잃었는데 동성애자 의원들 당선이 두드러지네요. 울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참 답답할 뿐예요.
오랫만에 읽는 좋은 지적들이군요, 처음 부터 요렇게 올 고른 생각을썻드라면 될텐데도 어찌하여 청개구리가 되었었는가요...이쉽기는하지만 어제는어제고 오늘 내일이 중요하니 게속하시길 바랍니다, 이나라는 내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차별없이 자유스럽게 행복하게 맘껏 실력을발휘하고 살 나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