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 대선이 끝났지만 아직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당선이 유력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개표중단 소송과 재검표 요구 등이 대법원까지 갈 수도 있어 미국은 현재 대 혼란 속에 있다.
올 대선에는 코로나 팬데믹, 경제 불황, 인종차별 반대시위 등등 여러 이유로 유권자들이 앞 다투어 사전투표, 우편투표, 현장투표를 하였다, 실제 투표 자격을 지닌 미국인은 2억3,920만 명, 이 중 최소 1억5,980만 명이 투표하여 투표율이 66.8%로 집계된다고 한다. 1900년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고 하고 112년 전인 1908년(65.4%) 이후 최고 투표율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120년 전에는 어떤 선거였기에 당시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했을까.
190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윌리엄 맥킨리는 높은 관세장벽으로 보호무역을 펼치고 금본위제를 정착시키며 경제적 호황과 스페인과의 전쟁 승리를 내세웠다. 이로써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이 미국에 병합되었고 쿠바는 미국의 점령 하에 놓이게 되었다. 1898년 하와이 공화국도 병합했다. 이에 민주당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매킨리의 고압적인 제국주의 정책을 비난했고 평화와 번영, 낙천적 전망을 내세웠다.
대선 결과 제25대 대통령 맥킨리는 선거인단 292, 승리한 주 28, 득표수 7,228,864, 득표율 51.6%이고 민주당 브라이언은 선거인단 155, 승리한 주 17 득표수 6,370,932, 득표율 45.5%를 얻었다. 맥킨리는 부통령 후보로 시어도어 루즈벨트 뉴욕주지사를 택했다.
맥킨리는 재선되었으나 임기 6개월도 안된 1901년 9월, 무정부주의자 리언 촐고츠에 의해 암살되었고 후임은 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승계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독점금지법으로 대기업을 통제, 미국정치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 1905년 7월 루즈벨트의 큰딸 앨리스는 아시아 순방단 외교사절단으로 조선을 방문, 꺼져가는 조선의 등불을 되살리고자 애쓰던 고종의 환대를 받게 된다. 순방단 단장인 국방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조선에 오기 전 일본을 방문, ‘미국은 필리핀, 일본은 한국을 지배한다’는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맺은 지 몰랐다. 그해 11월17일 일본과의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은 박탈당한다.
1908년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당시에는 이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공화당 후보로, 1896년과 1900년 대통령 후보로 나갔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태프트가 승리, 27대 미국대통령이 된다. 그는 선거인단 321, 승리한 주 29, 득표수 7,678,395, 득표율 51.6%, 브라이언은 선거인단 162, 승리한 주 17, 득표수 6,408,984, 득표율 43%였다.
브라이언 측은 공화당 정부를 특권 정부라고 공격했으나 태프트 측은 개혁적인 공약과 루즈벨트 대통령의 진보적 정책을 받아들여 중도파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기업들의 지지를 유지했지만 민주당은 노동계의 지지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이렇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이 나왔던 시절, 미국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종횡무진 활약할 때이고 그때마다 한국과 연관된 불편한 진실이 함께 한다.
올해도 그렇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기치와 경제 성적표를 내세웠으나 코로나19 사태에 인종차별 항의시위까지 일어났다. 이번이 세 번째 대권도전인 바이든은 현 정부의 전염병 대응 실패와 무능, 갈등과 분열 심화를 지적하며 미국의 전통적 가치 회복을 내세웠다. 어느 쪽이든 한미관계 및 북미관계 방향은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리는 미국은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고 배웠고 이민을 오면서 미국은 정의롭고 멋지고 부유하기까지 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정치 수준이 못 미치면 민주주의는 쇠퇴한다는 것은 몰랐다.
하루빨리 다양한 인종과 표현의 자유, 정의와 공정성을 내세운 민주주의 대표국가 미국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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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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