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 보릿고개를 경험한 어르신들 경우, 이제는 잘 살게 되었으니 죽기 전에 홍수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을 가볍게 겪는 것 외에 별일 없이 노후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던 재앙임이 분명하니 그 분들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한 생”을 살고 계신 것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양로원의 입주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다. 노화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집단 생활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일상적 방역으로 감염균을 없애는 일반적 방역 조치를 잘 하고 있는 양로원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엄청난 감염력을 이기지 못해 많은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한 양로원의 일상은 전쟁과도 같은 생활이었다.
방역을 위해 완전 무장을 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격리된 생활을 시작 하였고, 모든 입주자들을 한 분 한 분 모니터링 하며 발열, 기침, 가슴통증 등을 확인하고, 입주자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주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를 하는 것이 일상생활로 되어 버렸다.
외부 방문자를 철저히 차단하다가, 최근에서야 비로소 가족들의 방문도 준비된 야외 만남의 광장을 따로 마련해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철저한 방역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다.
샤워를 한 샤워장을 매번 방역하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게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생활화 되었다.
이러한 일들로 더 많은 손길이 가야 하고,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지만, 어르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코로나 바이러스 없는 청정 양로원’이라는 자부심을 얻게 되었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를 접한 직원들이나 입주자들이 모두 당황해 하며, 뉴스를 통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함께 생활하며, 모여서 식사를 하고, 액티비티, 예배, 가족 및 친지들의 방문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일상을 뒤로 하고, 격리된 생활을 시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금지되어 더더욱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양로원 생활은 어르신들을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더 나빠지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이기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는 좌절과 절망을 넘어선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또 다른 감동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입주자 어르신들을 이전과 다른 일상생활을 경험하게 하며 하루하루 의미 있는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돕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다.
양로원뿐 아니라 모든 헬스케어 영역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 및 직원들은 그야말로 ‘영웅/Hero’이다. 많은 양로원들이 “Heroes work here!/ 영웅들이 일하는 곳입니다!” 라는 푯말을 붙이며 스스로의 희생과 노력에 칭찬하며 자부심을 갖게한 것 역시, 양로원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가슴 벅참을 느끼게 만든 문구(Catch Phrase)다.
가족, 친지들의 양로원 방문이 제한되었을 때, 직원들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연결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불안해 하는 가족들을 안심 시키며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영상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격리 상태에서 증손자를 얻은 기쁜 소식을 듣고도 서로 만나지 못한 할머니는 영상통화를 통해 만나고 대화하게 됨으로,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새로운 삶의 패턴이 되었다.
우리는 언제 다시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언제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나와 더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않게될 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수만 명이 매일 감염되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잘 이겨낸 어르신들과 이 분들을 위해 헌신적인 케어를 담당해 온 모든 양로원 직원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며 아무쪼록 매일 건강한 삶을 이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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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선/로렐브룩 한인양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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