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마음과 몸의 병’을 지니고 살아간다. 매일 같이 환자를 분석하고 치료하는 의료인의 눈에는 너무나도 확연하게 보이는 병증을 지니고 매일 같이 괴로움을 겪는 이들조차 자신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안녕하다고 생각하며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을 종종 본다. 아무리 모르는 것이 약이라지만, 알면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을 굳이 안고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매일 아파하면서도 지금 아픈 것이 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할까?
#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첫째로, 우리는 건강함에 대해 ‘잘못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허리가 아프고, 컴퓨터를 많이 쓰면 목이 아픈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지닌 신체적 고통을 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고, 변의를 자주 느끼고 설사를 하거나 요의를 자주 느끼며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을 순수한 육체의 문제로만 치부한 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거부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은 이들이 많으며, 젊은이들 중에도 허리가 아픈 이들은 있다. 컴퓨터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도 뒷목이 뻐근하지 않은 경우가 잦은 두통과 뒷목 결림으로 고생하는 경우보다는 많다. 즉 ‘통증을 노화의 일부가 아니라 질병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아 자신의 문제를 인식조차 못하는 것이다.
또 사람의 소화기능 배변기능은 감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 잦은 속 쓰림을 동반한 위궤양, 변비를 동반한 설사, 잦은 요의를 동반하는 방광염과 같은 증상들은 거진 다 마음의 문제가 몸에 영향을 미친 ‘심인성 질환’들이다. 그런데 자꾸 몸에 증상이 생겼다고 해서 마음은 안 들여다보고 몸만 살피니 문제가 잘 찾아질 리 없다.
# 문제가 어디서 시작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사람의 마음과 몸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넓게는 날씨와 지리, 문화, 환경 같은 것에도 큰 영향을 받지만, 좁게는 바로 옆의 사람의 사소한 표정과 언행에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환경이 변하면 우리의 마음이 반응하고, 우리의 감정상태가 변하면 이번에는 우리의 몸이 그에 대응하여 변화한다.
그런가 하면, 어쩔 때는 날씨의 변화에 따라 내 관절의 상태가 변하고, 생리 중 나타나는 몸의(호르몬) 변화는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사람의 몸과 마음 환경은 늘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기에, 어느 한 곳에 생긴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내가 오늘 머리가 아픈 이유가 오늘 날씨가 흐려지면서 떨어진 기압의 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고, 어제 부족했던 수면시간으로 인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오늘 오후에 미팅이 잡힌 중요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 위의 두가지 무지를 해결해 내가 가진 불편함 중의 어떤 증상이 진짜 질병인지도 알았고, 그 질병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도 알면 이제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아니다. 처음 두가지 무지를 해결하는 것은 질병의 치료를 향한 기초 과정의 완성이고 최소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니다.
내 잦은 짜증과 두통이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고, 그것이 분노와 걱정이라는 감정에서 기인했음도 알았지만, 내 남편은 도통 바뀌질 않는다. 내가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던 이유가 날씨 때문이 아니라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 변화에 기인했음을 깨닫는다 해도, 갱년기 자체는 내 잘못으로 인해 생긴 질병이 아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처럼 문제를 정확히 인식해도, 많은 경우 그 문제 자체가 내 역량과 범위를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은 또 다른 벽에 부딪히곤 한다.
몸을 고쳐 마음을, 마음을 고쳐 환경을, 환경을 바꿔 몸과 마음을 고칠 수도 있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꼭 이미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할 필요는 없다. 엄마가 침, 보약, 호르몬치료, 식이요법 같은 방법들을 통해 몸 안의 화학적 균형만 잘 잡아줘도 산후우울증 증상의 90프로는 개선된다. 너무도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직장을 그만 둘 필요도 없다. 일하지 않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스스로에게 충분한 포상을(재미와 휴식) 줄 수만 있다면 직장을 바꾸지 않고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얼마든지 챙길 수 있다.
두번째 무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환경은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에, 우리는 몸을 고쳐 마음을, 마음을 고쳐 환경을, 혹은 환경을 바꿔 몸과 마음도 고칠 수 있는 법이다.
문의 (703)942-8858
<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