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민간 달 탐사부터 일반인 우주여행까지
▶ 더 이상 ‘꿈’이 아닌 새로운 우주시대 도래

①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민간 달 탐사선이 보낸 달 표면 사진. ②스페이스X의 펠콘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③ 블루오리진의 상업용 우주비행체. ④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비행체. [로이터]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과 현주소
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의 달 탐사 유인 우주선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날이다.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발을 디딘 첫 인간으로 기록됐다. 그
로부터 56년이 지난 2025년, 다시 달 탐사선이 궤도에 진입하고, 민간인이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때 국가 주도의 전유물이었던 우주가 이제 기업과 개인의 영역으
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은 현실을 바꾸고, 현실은 우주를 일상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과학기술과 우주항공 테크놀러지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도래한 우주시대의 현 상황과 전
망을 살펴본다. <황의경 기자>
■ 첫 민간 우주선, 달을 향해 쏘다2025년 2월 휴스턴 소재 민간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가 쏘아 올린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는 달 남극 인근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우주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연방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한 이 미션은 민간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첫 사례로 기록됐고, 이후 달 자원 탐사와 유인기지 구축을 위한 수많은 민간 프로젝트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의 상업화를 향한 인류의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23년 4월, 일본의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는 ‘하쿠토-R 미션 1’을 통해 달 착륙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는 착륙 직전 통신이 끊기며 실패했지만, 순수 민간 기업이 추진한 첫 달 착륙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아이스페이스는 포기하지 않고 2025년 1월 ‘하쿠토-R 미션 2’를 재차 발사했으며, 오는 6월 초 달 표면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행보도 주목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2년 8월 발사한 달 궤도선 ‘다누리’는 같은 해 12월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국내 우주탐사 역사의 분기점을 만들었다. 다누리는 현재까지도 궤도상에서 정상 작동 중이며, 과학탑재체를 활용한 달 표면 관측, 우주 인터넷 기술 실험 등을 수행하고 있다. 후속 달 착륙선 개발 역시 본격화되면서 한국형 유인 탐사 시대를 향한 발걸음도 가속화되고 있다.
■ 아르테미스, 인간의 달 귀환 준비민간의 도전과 함께 국가 주도의 우주 탐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통해 50여 년 만의 인류 달 귀환을 준비 중이다. 2022년 11월 발사된 아르테미스 I호는 무인 우주선으로 달을 한 바퀴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하며 첫 관문을 통과했다. 뒤를 이을 아르테미스 II호는 2026년 4월 유인 비행을 앞두고 있으며, 이후 아르테미스 III호에서는 2027년 중반 인류가 다시 달에 착륙하게 된다. 특히 이번 착륙에는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상징성도 크다. NASA는 단순한 달 방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달 탐사’ 기반을 구축하고, 향후 화성 탐사의 디딤돌로 삼는다는 목표다.
■ 상업 우주여행 시대로이처럼 달 탐사가 정부와 민간의 협력 아래 현실로 다가오면서, 더 놀라운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누가 보낼 수 있는가’에서 ‘누가 갈 수 있는가’로 질문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민간인 4명으로만 구성된 ‘인스피레이션4(Inspiration4)’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들은 국제우주정거장이 아닌, 지구 상공 357마일(575km) 궤도에서 사흘간 머물렀고, 그 자체로 인류 유인 비행사 전체 중에서도 상위권 고도 기록을 세웠다. 훈련 기간은 단 몇 달에 불과했다.
같은 해 블루 오리진은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를 포함해 6명을 태워 첫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약 11분간 진행된 비행에서 승객들은 수 분간 무중력을 경험했고, 우주경계선으로 간주되는 카르만 라인(약 62마일, 100km)을 넘었다. 이듬해엔 90세 배우 윌리엄 샤트너, 18세 네덜란드 청년도 탑승해 ‘최고령’과 ‘최연소’ 우주인의 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버진 갤럭틱 또한 2023년부터 상업 우주여행을 본격화했다. 고도 약 53마일(85km)까지 상승한 뒤 하강하는 방식으로, 우주에 다녀왔다는 상징성과 무중력 체험을 제공한다. 우주로 가는 시간은 몇 분이면 충분하고, 훈련은 단 이틀이면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45만 달러. 여전히 값비싼 여행이지만, 수요는 줄지 않는다. 대기자는 수천 명에 달한다.
■ 민간 기업 경쟁 치열달 탐사와 민간 우주여행의 이면에는 기술을 현실로 끌어낸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이 있다. 이들은 기술력뿐 아니라 비전, 자본력, 창업자의 상징성까지 내세우며 우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 기술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팰컨9은 이제 로켓 회수 영상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상업화에 성공했고,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 임무도 수행 중이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 ‘스타십’은 화성유인 탐사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으며, NASA의 아르테미스 III호 달착륙선으로도 선정됐다. 단순한 기업을 넘어 ‘인류 우주의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서사를 실현해가는 중이다.
블루 오리진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뉴 셰퍼드’ 로켓을 통해 민간인 우주비행을 상업화했다. 단기 훈련만으로 무중력 체험을 제공하며, 대중적인 우주 관광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는 궤도급 차세대 발사체 ‘뉴 글렌’의 첫 발사를 준비 중이며,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내 유인 달 착륙선 개발 사업에도 합류해 ‘블루 문’ 착륙선을 개발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수백만 명이 우주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버진 갤럭틱은 가장 ‘관광’에 가까운 우주여행을 제공하고 있다. 비행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고도 약 53마일(85km)까지 상승해 잠시 무중력을 체험하고 지상으로 귀환한다. 다른 기업보다 기술 깊이는 얕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대중성, 모험적 체험을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 세계 부유층과 유명 인사들의 관심이 꾸준하다. 여기에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등 기존 항공우주 기업들도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 유럽, 중국도 자국 기업을 내세워 민간 우주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 더 이상 ‘꿈’에 머물지 않는다우주산업은 더 이상 꿈의 산업이 아니다. 2040년까지 시장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술뿐 아니라 경제와 정치, 국제 안보 문제까지 얽히며 새로운 글로벌 주도권 경쟁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중국, 인도, 유럽연합 등은 달 남극의 수자원 확보, 화성 탐사,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 구축 등을 두고 치열한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달착륙선이나 궤도선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장기적으론 ‘우주기지 건설’과 ‘광물 채굴’, ‘지구 외 생명 탐사’로까지 확장된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민간 우주여행은 여전히 값비싼 체험이며, 안전 문제는 늘 경계의 대상이다. 우주 쓰레기 증가에 따른 위성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고, 달이나 화성 같은 천체의 자원 소유권을 둘러싼 국제 규범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누가, 어디까지, 어떤 권리로 우주를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주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되었다. 인류는 다시 달로, 나아가 화성으로 향하고 있다. 그것은 과학과 상업,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 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 여정의 첫발에, 지금 우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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