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간의 노골적인 힘의 대결은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 핵무기고 확장을 계속하고, 북핵대화의 길이 막혀 있는 한,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미-중간, 또는 미-북간 핵충돌의 가능성이 실존하는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미국은 지난 4반세기 동안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여러가지 접근방법과 여러 차례의 협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994년 제네바 핵 협정,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그리고 2018년 싱가포르 비핵화 합의도 모두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전략군축조약들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도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NPT조약은 비확산, 핵무장해제, 그리고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 등 3대 목표 중에서 비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 핵보유국들은 핵무기 획득 또는 제조를 하지 않으며 미, 러, 중, 영, 불 등 5개 핵보유국은 비핵국에 핵무기를 이전하거나, 비핵국의 핵무기개발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북한은 1985년 이 조약에 가입했다가 2003년에 탈퇴했다.
NPT는 궁극적인 핵무기 전면 철폐를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갖고 있다. 그러나 5대 핵보유국들이 핵무기 무장 전면 해제를 위한 협상을 벌인 적은 없다. 2009년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발언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이 고작이다.
미국은 냉전기간부터 구 소련(후에 러시아)과 체결한 군축조약들에서 철수를 거듭해 왔다.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중단을 목표로 하는 반 탄도미사일 조약(ABM)은 2002년에, 중거리 핵군사력 조약(INF)은 2019년에 각각 철수했다. INF조약은 지상기지의 모든 중단거리 미사일(사거리 1,000-5,500킬로미터)과 발사대들(해상발사 제외)을 금지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중국의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의 조약위반을 탈퇴 이유로 들었다.
내년 2월에 만료되는 신군축합의(New START)는 핵탄두 배치를 1,550개로 한정했다. 여기에도 중국이 포함되지 않았고, 최근 악화되는 핵전략 환경에 비추어, 당사자인 미국과 러시아가 재협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냉전 때보다도 더 심각한 핵무기 경쟁시대가 올 수 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핵 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 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핵 태세 검토에 따라, 미국은 핵무기의 선제사용권(Option of First Use)을 유지하면서,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현대화해 나갈 것이다. 특히, 국지적 핵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소량 발효 핵탄두(Low Yield nuclear weapon)를 개발하고, 3대 전달체계(TRIAD--대륙간탄도 미사일, 중폭격기 및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새로운 체계로 보완 및 대체해 나간다.
미국은 핵무기고를 핵전쟁과 기타 비 핵전쟁을 억제하는데 기여하는 억제수단으로 간주한다. 동맹국과 동반국가들이 미국의 확장 억제력(핵우산)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들이 핵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비확산의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한편 핵확산과 군비통제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미국은 앞으로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 미국, 중국, 북한 등의 반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비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발적인 실험유예(Moratorium)를 지키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출구를 열어 놓고 있다.
현재 북한은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에 이어 이란도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에 핵무기 획득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중국은 현재 200개 내지 3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국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이에 대한 신뢰도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만약 미국도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한다면, 동북아 지역의 핵전략 환경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쉽게 그렇게 할 것 같지 않다.
한편, 한반도 문제를 일본을 포함하는 비핵화지대(Nuclear Weapon Free Zone --NWFZ) 접근방법으로 타결할 수 있다면, 이 지대가 미-중간의 완충지대로 발전할 수 있다. 비핵화 지대의 제안은 80년대에 북한이 먼저 했었다. 만성적인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포괄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접근법은 지금까지 논의해 왔던 북미간의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수립, 제재해제와 제재부활을 전제로 하는 단계적 상호조치의 비핵화 방법을 추구하는 토대를 유지할 수 있다. 한편 동시에, 관련국들이 비핵화지대 설정에 합의하고 핵보유국들이 핵위협으로 부터 이들의 안보를 보장하는 국제법상의 개념도 고려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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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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