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의식이 고조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랑과 같다. 그런 상태에서 우리는 의식이 깨어있고, 친숙하지 않은 것을 수용하고 변화될 수 있다.” 함께 여행을 떠난 피코 아이어(Pico Iyer)는 말한다. 그의 부모는 인도 사람이다.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나서 일곱 살이 되는 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사와 자랐다. 외양은 인도인에, 영국 액센트로 말하는 미국인. 그는 어려서부터 세 대륙에서 모두 외지인으로 인식되어 자신에겐 마법의 주문처럼 외지인 주문(foreign spell)이 걸려있다고 한다. 그런 그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그가 겪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동행하며 여행을 하듯 즐겼다.
올여름 나는 그렇게 특별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스물네 명의 작가와 스물네 곳의 독특한 곳. 그중엔 모로코, 일본, 인도, 서울, 알래스카, 하와이, 우크라이나, 파리, 런던 등 예전에 들른 적이 있지만 새로이 보게 된 곳도 있고, 북한, 호주, 러시아, 쿠바 등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가본 곳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도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집에만 갇혀 지내는 시기인지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는데 우연히 <베스트 아메리칸 여행 글>이란 책이 있어 책 속의 글을 통해 떠난 여행이었다. 이 책은 미국 잡지에 실리는 여행 글 중 최고의 작품을 선별하여 2000년부터 연간 발행해 왔는데, 내가 빌린 것은 2016년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이 에디터로 작품을 선발하였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곤 한다. 색마다 고유한 멋이 다른데 가장 좋은 색을 고르라고 하면 난감하듯 이 질문 또한 답하기가 무척 어렵다. 각 곳마다 독특한 아름다움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제한된 시간 내에 스물네 곳을 모두 나눌 수는 없기에. 고심 끝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것과 실제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골랐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 에디터인 데이비드 로웰의 <스위스 드림>이다. 내가 사는 곳의 매거진이어서는 아니고 그의 열정이 부러워서랄까.
중학교 때부터 드럼을 쳐온 그는 타악기를 좋아해 성인이 된 이후 전 세계의 타악기를 모아왔다. 그는 ‘항’(Hang)이라 불리는 타악기의 소리를 인터넷을 통해 듣게 된 후로 이 악기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이 악기는 2000년에 스위스 베른에 사는 펠릭스 로너와 그의 파트너 사비나 쇠러(Felix Rohner & Sabina Scharer)에 의해 창조되었는데 수재로 제작되는 악기는 극히 제한적으로 그들에게 왜 그 악기를 갖고자 하는지 설득해야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간신히 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악기를 구입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누군가가 그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연주를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은 꿈을 안고 스위스로 향했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보고 싶은 열망을 안고 떠나는 여행 - 그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작가는 그가 처음 본 영상의 연주를 ‘악기를 두드리는 연주자의 손이 흐르는 물과 같고 그 멜로디는 외계에서 오는 메시지와 같았다’고 묘사했다. ‘항 악기’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니 사천 칠백만명이 방문한 연주가 있었다. 알프스 산 위에서 두 연주자가 자유로이 연주하는 이 악기의 소리는 눈을 감고 들으니 천상에서 아침을 맞는 소리가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가장 실제로 가보고 싶은 곳은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가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도(Bolzano, South Tyrol) 지역의 여섯 산봉우리 위에 지은 메스너 산 박물관(Messner Mountain Museum)이다. 일생을 산을 타고 살아온 그가 험하고 높은 산 위에 산악인을 위해 지은 박물관인데 각각이 절경과 어우러져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힘들게 올랐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산을 좋아해 본 적이 없고 바다와 산이 있으면 바다를 택해 한 번도 험한 산을 넘어 본 적이 없는데 이곳에 가기 위해 동네 야산이라도 오르기 시작해야 하나 싶다.
올가을 여행을 위해 오늘은 도서관에 예약해 놓은 2006년 발행된 책을 찾으러 간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6년으로 돌아가 어떤 작가와 어느 곳을 여행하게 될지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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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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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이니 쓰레기 글을 실어주겠지요
각 개인 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타지에 여행가도 사람 사는곳이 다 그저 그래 별 감흥이 없던데요. 아마 화성같은곳에 가면 몰라도 전 그냥 집콕하는게 더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