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릿
▶ 상반기에만 금 ETF에 395억달러 유입, 연준의 무제한 QE에 인플레이션 확률↑…돈 많이 풀어도 물가 안 오를 가능성도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03.80달러에 마감하며 9년래 최고 수준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금값이 올 들어 약 20% 오르면서 2011년 8월의 사상 최고치 1,891달러에 근접하고 있다”며 “상반기에만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395억달러가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금값은 왜 이렇게 오르는 것일까.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저금리, 인플레 우려, 달러 약세, 사실상 마이너스인 미 국채 수익률 등 크게 5가지 이유를 뽑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금은 안전자산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에서는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저금리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로 제로금리 수준이다. 이자수익을 얻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미 국채와도 연관이 있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QE)에 사상 최저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10년물 미 국채만 해도 연 0.6%대에 그치고 있다.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이 1% 정도라고 보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삭소 은행의 올레 핸슨은 금의 상승 이유에 대해 “우리는 코로나19에 퍼펙트 스톰을 보게 됐는데 그것이 기본적으로 좋은 기회”라며 “현재 미 국채의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고 더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시 보험론’을 제기했다. 그는 “증시가 엄청 오르면서 일종의 보험으로 투자자들이 금을 찾고 있는데 채권은 보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증시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분산투자 개념에서 금을 찾는데 같은 안전자산인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크다. 연준이 돈풀기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도 한몫한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금을 더 선호하고 있다. 지난달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향후 달러화가 35%가량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고 JP모건은 어느 정도 약세(mildly bearish)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이중에서 월가가 특히 관심있게 보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전례 없는 연준의 돈풀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플레이션이 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 식료품과 주가 외에는 물가상승은 없는 상황이다. 높은 실업률 때문에 물가가 오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워낙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보니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첫째 주 이후 미국의 좁은 의미의 통화량(M1)이 무려 34%나 급증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의 17%의 두 배에 달한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나는 지금과 같은 연준의 확장을 2차 대전 이후 보지 못했다”며 “지금은 단지 시작이다. 앞으로 더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는 사람들이 계좌에 있던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매우 강한 소비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금값은 더 뛰게 될 것이다. 아직 미국 경제의 회복이 갈 길이 멀고 연준의 유동성 지원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확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이들도 많다. 반에크 인터내셔널 투자 골드펀드의 조 포스터는 “금융위기 이후보다 더 큰 경기부양이 나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가격이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2,0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금값이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돈은 찍어내도 금은 찍어낼 수 없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그 수준이 관건이다. 최근에는 돈을 많이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2022년까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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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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