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차민영 내과
사실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육체적인 건강이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느냐 아니면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느냐, 이것이 끝나지 않을 논란이듯 우리 몸의 건강과 정신 건강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체육관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원에도 나가기 꺼려지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의 운동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꾸준히 운동을 하여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 근처를 빠른 걸음으로 산책하거나 집안에서 운동할 수 있는 영상을 찾아 홈트레닝을 하도록 한다. 가볍게 숨이 찰 만큼 기분좋은 운동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건강한 식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식당들이 문을 닫고 포장이나 배달 위주로 영업을 하게 되면서 집에서도 손쉽게 외식업체 음식을 배달해 먹게 되어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아진다. 또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평소보다 간식과 야식을 더 많이 자주 먹게 되기도 한다. 장을 보러 마켓에 가기 힘들다면 식료품 배달을 이용해서 과일과 야채 위주의 신선한 식재료로 건강한 식단을 지키도록 노력해보자.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택대기 명령에 자녀들과 손주들의 왕래가 힘들어진 어르신들은 유난히 외로움을 더 느낄 수 있다. 필자의 환자분 중에서도, 평소 열심히 봉사를 하며 활동적인 생활을 하다가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갇혀 지내고 가족을 본지가 오래되어 손주들이 보고싶고 힘든 마음을 눈물로 호소하기도 하셨다. 만약 이렇게 혼자 사는 경우라면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전화 통화또는 영상 통화를 자주 하여 어느 정도 심리적인 우울함을 달랠 수 있다. 누구든 집안에 오래 머물면서 답답하고 동떨어진 듯한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데, 지금은 어디든 크게 다르지 않을 상황이니 평소에 연락이 소원하던 친지들과 지인들에게도 먼저 연락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요즘 통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친구와 함께 영화나 티비쇼를 같이 보기도 하고 같은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갑자기 주어진 집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시도해 보고싶었던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정신 건강을 위해 매우 좋은 방법이다. 그림이나 뜨개질, 요리, 화초 가꾸기 등을 시작하기도 하고 온라인 클래스로 악기를 배우거나 비지니스 스쿨, 요리학교 수업 등을 듣는 경우도 많아졌다. 몸과 마음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 만큼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확실한 방법이 없다.
만약 이러한 활동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고 정신적으로 힘이 들다면 반드시 상담이 필요하다. 최근 전화 진료로 한 환자분과 상담을 하였는데 가족분이 중환자실에 있게 되면서 마음고생이 심하고, 평소 해오던 요가와 심호흡을 해 보아도 밤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만큼 걱정과 불안감이 커져 공황장애까지 생겼다고 하였다. 곧장 진료실로 직접 오시도록하여 충분한 진료와 상담 끝에 신경안정제를 처방해드렸다. 며칠 후, 환자분이 다시 전화를 주셨는데 잠을 잘 수 있게 되면서 불안감이 어느 정도 관리가 되었다고 이제 좀 살것 같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이 환자분처럼 정신적으로 힘이 들거나 우울감이 심해 고생하고 있다면 즉시 주치의를 찾아 진료와 상담을 받도록 한다. 여러가지 좋지 않은 상황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면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줄 누군가가 있다. 중앙 자살예방 핫라인 (1-800-273-8255)으로 24시간 전화할 수 있고, 로스앤젤레스 (1-800-854-777)을 포함 지역별 핫라인을 이용 가능하다. 한국어 통역 서비스도 제공되며, 838255번으로 전화가 아닌 문자를 통해 상담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실직이나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과 고립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심리지원에 대한 요구가 곳곳에 증가하고 있다. 각 지역사회에 심리지원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마련되어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확진자 가족 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온다고 하지 않던가. 현재의 위기 하나에 휘둘리지 말고 미래를 계획하고 몸과 마음을 충분히 휴식하는 기회로 삼도록 하자.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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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차민영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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