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현관문 앞 화환 위에 둥지를 틀고 앉은 후 몇 주간 우리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날마다 남편은 둥지 위 사진을 찍어 확인했다. 이렇게 작은 알에서 생명이 나온다니. 남편이 보여주는 둥지 안 새알의 사진을 보며 되뇌었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학교 때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구절을 새삼 떠올리며, 작은 새 한 마리도 고통 없이 세상에 나올 수 없구나 생각했다.
앞마당 현관문 가장 가까운 곳에 서있는 백일홍 나무에 새 모이도 달아주었다. 어미 새가 잘 먹어야 새끼 새를 잘 돌보겠지 싶어서. 모이는 날마다 줄어 다시 채워넣어야 했다. 어미 새가 둥지를 틀고 앉은 지 삼 주쯤 되었을 때 세 마리의 새끼 새가 알을 깨고 나왔다. 사진을 찍어 들고 들어오며 남편은 “새가 나왔어!”하고 흥이 나서 소리쳤다. 자그마한 둥지 안에 갓 나온 새끼 새들이 듬성듬성 털이 있고 분홍빛 살갗이 엉켜 어디가 머리이고 다리인지 제대로 분간할 수도 없었다.
그날부터 날마다 나는 현관문 안쪽의 의자에 앉아 불투명한 유리 현관문을 통해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다 새끼 새에게 먹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새끼 새가 고개를 들기 전까지는 어미 새도 작은 새였는데, 새끼 새가 고개를 들고 부리를 벌려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을 보니 어미 새의 모습이 갑자기 커 보였다. 앞에서 받아먹던 새끼 새가 어미 새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듯 일어서다 고꾸라지기도 하고, 어미 새는 그 뒤에 앉은 새끼 새에게 고개를 쭉 빼서 먹이를 건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콜로라도에 사는 친구 집에도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부화해서 우리는 종종 새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로키산맥 국립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친구는 매년 새들이 찾아와 같은 곳에 둥지를 틀곤 한단다. 어미 새는 어디서 먹이를 구해다가 저렇게 먹일까? 세 마리의 새끼 새들이 둥지에서 크고 있는 와중에 부화되지 않은 두 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새끼 새들이 작은 둥지에서 잠을 자면 어미는 어디에서 잠을 잘까? 우리는 서로 질문만 던질 뿐 답은 찾지 못했다.
“한번은 새가 조약돌이 깔려있는 뒷마당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거야.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는 본능 때문인지 조약돌이 알과 비슷해서 숨기려 그랬나 봐. 근데 여기는 간간이 탁구공만 한 우박이 내리거든. 그런 우박이 하늘에서 막 떨어질 때는 집 유리창도 깨질 정도로 힘이 센데, 하루는 밤새도록 우박이 막 떨어지는 거야. 우리는 새알이 다 깨지지 않았을까 했는데, 다음 날 보니까 그대로인 거 있지. 어미 새가 알을 깔고 앉은 채로 그 우박을 다 맞은 거지. 그래도 어미 새는 살아남아 알을 품고 결국 부화를 시키더라. 어미의 생명에 대한 애착은 얼마나 끈질긴지.”
그러던 어느 날, 온종일 어미 새가 보이질 않았다. 보통 아침에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던 시간이 되어도, 한낮에도, 늦은 오후가 되어도 어미 새가 둥지에 날아오지 않자 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하러 갔다가 다쳤나? 새끼를 버리고 갔나? 다행히 저녁 무렵 어미 새가 날아와 새끼 새들에게 먹이를 먹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둥지를 살펴보고 들어온 남편은 둥지가 깨끗이 비었다고 했다. 함께 나가보니 주변에 새털도 한 조각 없고 부화 안 된 알까지 모두 없어져 둥지는 비어 있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온 지 꼭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한 주밖에 안 된 새도 날아갈 수가 있나? 아무리 찾아봐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아무리 작은 새도 부화해서 12~15일은 지나야 날 수 있다고. 하지만 둥지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아무런 흔적이 없이 모두 사라진 것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불쑥 날아와 둥지를 틀고 생명의 신비함을 보여주었던 작은 새는 왔을 때처럼 그렇게 인사도 없이 떠나갔다. 햇살은 유난히 반짝이고 잔잔한 바람에 나뭇잎은 살랑이고 있었다. 어린 새들이 날아오르기엔 더없이 좋은 날일 듯했다. 새들이 자신을 찾아 신에게로 날아갔기를 간절히 바라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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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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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족, 어케 된거지...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