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회 리더십 부재·한인경제력 감소 주요 원인
▶ 풀뿌리 운동 살리고 후보자 토론회 부활시켜야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운동, 어떻게 돼가고 있나
미주 한인사회의 가장 큰 화두중 하나는 ‘정치력 신장’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을 위한 펀드레이징 파티는 찾아보기 힘들고 한인공화당과 민주당 조직은 유명무실해졌다. 또 미주한인 풀뿌리 컨퍼런스도 열기가 식어가고 있으며 버지니아 총선 후보자 토론회와 같은 행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인 문제인가. 워싱턴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운동의 현주소와 왜 시들해졌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단해본다. <이창열 기자>
# 한인들의 정계 진출 현황
워싱턴 한인들의 정계 진출은 지난 20년간 엄청나게 늘었다. 현재 버지니아에는 마크 김 주하원의원(민주, 페어팩스 카운티)이 있고 메릴랜드에는 데이빗 문(민, 몽고메리 카운티)과 마크 장 주하원의원(민, 앤아룬델 카운티)이 있다.
이들은 한인 1.5세 또는 2세로 주 의회에서 설 기념일 법안 제정 등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으며 우리 2세와 3세들의 롤 모델로서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메릴랜드에는 유미 호건 주지사 부인이 있어 한인들의 입지는 엄청나게 커졌다. 매년 주지사 관저에서는 열리는 설 기념행사에 참석하면 한인이 소수계가 아니라 주류임을 느끼기도 한다. 또 메릴랜드에는 지미 리 씨가 특수산업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페어팩스 시에는 임소정, 이상현 시의원이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선거에서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임 의원은 특히 워싱턴한인연합회 회장 출신으로 한인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인사회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 최근의 변화상
최근 두 명의 한인 정치인이 물러났다. 그레이스 한 울프 헌던 시의원에 이어 문일룡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이 낙선했다.
울프 전 시의원은 2015년 워싱턴에서 미주체전이 열렸을 때 헌던 지역에서 체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왔다. 문일룡 전 교육위원은 카운티와 한국의 지방 도시를 연결하면서 교육 분야에 있어서 한미간 교량역할을 했다. 이들의 빈자리가 어떻게 채워질 지가 관심사다.
또 15년 전만 해도 버지니아에서는 한인민주당과 공화당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1년 마크 워너가 주지사 민주 후보로 출마했을 때 한인민주당은 똘똘 뭉쳐 그가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북VA한인회와 한인 민주당 등이 앞장서 주의회에서 소주를 병째 마실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는 로비를 벌이는 등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요즘 한인민주당은 없어졌고 대신 워싱턴한인민주당이 생겨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인 공화당의 활동도 예전 같지 않다.
# 왜 시들해졌나?
먼저 한인회 리더십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종전에는 워싱턴지역 한인회장들이 정치력 신장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기금모금행사에도 참석하고 정치인 초청 행사를 통해 가교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노력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두 번째로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비롯된 경기침체와 소비자 구매 트렌드의 변화로 한인사회의 경제력이 크게 감소된 점도 한 원인이다.
세 번째로 활동가들의 바통 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마이클 권 씨 등 정치력 신장운동을 해온 활동가들이 물러나면서 인적 네트워크 등 무형의 재산이 한인사회에 전수되지 못했다.
임소정 페어팩스 시의원은 “한인정치력 신장에 대한 화두가 한인사회에서 시들해진 것은 이런 단체를 이끌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모두 희생해야하는데 요즘 자기 돈과 시간을 쓰면서 일을 만들고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한인권익 신장을 위해 가슴으로 뛰는 리더들이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롤드 변 버지니아 한인공화당 이사장은 “정치는 꾸준해야하는데 한인들은 그런 점이 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정치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석도 하고 주류사회에서 인정하는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한인들은 우리끼리 싸우고 서로 자신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크 김 버지니아 주하원의원은 “정치력 신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슈”라면서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한인들의 경우, ‘빨리 빨리’ 정신으로 너무 급하게 이 문제에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무엇이 필요한가?
- 투표 참여
대통령 선거에는 보통 70%, 주 선거에는 40%, 로컬 선거에는 30%의 유권자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한인들의 투표 참여는 항상 이 평균 수치보다 10% 정도 낮다. 안 그래도 숫자가 적은데 투표 참여까지 적으면 우리의 정치력이 어떻게 신장될 수 있을까. 투표는 권리이자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해야 한인들의 정치력이 신장될 것이다.
- 풀뿌리운동 다시 불 지펴야
워싱턴에서는 매년 여름 미주한인풀뿌리 컨퍼런스가 열린다. 한인유권자연대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500-600여명의 한인들이 참가한다. 2박3일 일정으로 열리는 행사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의 북한 이산가족상봉, 한인 입양인에 시민권 자동부여,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한미간 무역 증진 등을 이슈로 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 행사에는 15명가량의 연방 의원들이 참가하는데 지난해에는 5명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워싱턴에서 열리는 데도 불구하고 메릴랜드와 버지니아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최 측의 노력 부족으로 워싱턴 한인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실망스런 부분이다.
-후보자 초청 토론회 부활시켜야
2011년과 2015년에 버지니아에서는 총선이 실시됐다. 당시 한인정치참여연합(KCPP)의 주도로 연 토론회에는 주지사, 부지사, 검찰총장과 주상하원의원 후보들이 한인들의 표를 의식해 참가하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인사회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로 다시 부활되길 바란다.
-한인 공화, 민주당 조직 재정비해야
버지니아 한인공화당과 버지니아 한인민주당은 조직을 재정비해 후보자들을 초청해 한인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또 이슈가 뭔지도 알려야 한다.
-정치인 초청 간담회 가져야
예전에 한인사회에서는 주지사, 연방 상하원의원을 초청한 행사들이 간간히 열렸다.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현 연방 상원의원)는 애난데일에서 한인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마크 워너 연방 상원의원(전 버지니아 주지사)도 간담회를 가졌다. 또 북핵문제가 심각했을 때는 팀 케인 연방 상원의원이 애난데일에서 한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타운홀 미팅에 적극 참여해야
버지니아나 메릴랜드 주상하원의원들은 회기전과 회기 후 타운홀 미팅을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토대로 입법 활동을 한다. 물론 영어라는 장벽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모임에 적극 참여해서 우리가 원하는 법안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한인사회에서 우려하고 있는지를 알려야 한다.
-시민권 취득 및 유권자 및 투표 등록 캠페인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을 취득해야 하며 유권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와 최향남 한인여성회장이 주도한 신미국인 사회참여연합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현정 버지니아 주지사 아시안 자문위원은 “한인들이 정치력 신장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는 투표이고 둘째는 참여인데 이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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