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6개의 목을 가진 괴물이다. 이탈리아 반도의 칼라브리아 지방에 있는 바닷가 바위산에 살고 있다가 그 근처로 배가 지나가면 번개 같이 선원을 낚아채 먹이로 삼는다.
카리브디스는 이 괴물이 사는 산 건너편 시칠리아 섬 인근 바다 속에 있는 괴물이다. 이 괴물이 한번 물을 들이키면 거대한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말려들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자기 부하들을 잡아 돼지로 만든 마녀 키르케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오딧세우스는 고민에 빠진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있는 이 메시나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둘 중 어느 쪽 가까이 가더라도 피해는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킬라 쪽을 택한다. 6명을 희생하는 것이 배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전부가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딧세우스는 결국 6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르고 이곳을 빠져 나온다.
스킬라는 암초를, 카리브디스는 소용돌이를 의인화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는 어떤 쪽을 택해도 나쁜 결과를 피할 수 없을 때를 가리키는 관용구로 자리잡았다. 이럴 때는 오딧세우스처럼 조금이라도 덜 나쁜 쪽을 택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한 풀 꺾이면서 언제부터 봉쇄를 풀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느냐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너무 일찍 봉쇄를 풀었다가 코로나가 재발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며 신중론을 펴는 반면 더 봉쇄를 고집할 경우 미국은 재기하기 힘든 장기 불황에 빠지고 그 피해는 코로나보다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상적으로는 코로나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안전한 백신이 개발됐을 때 봉쇄를 푸는 것이 좋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임시 휴직자는 장기 실직자가 되고 일시 휴업은 영구 폐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노숙자와 약물 중독자, 우울증 환자, 자살자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이다.
이런 상태를 무기한 방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확산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부분 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이번 주부터 사실상 미국의 거의 모든 주가 부분적으로나마 영업 재개를 허용한 것은 이런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6피트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코로나 확산의 절반 이상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 사망자의 대부분은 고령자나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이다. 모든 국민을 집에 묶어두는 것보다는 이런 취약층을 잘 관리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경제 활동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백신 개발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 희망적인 뉴스가 하나 나왔다. 모데나사가 개발한 백신이 인체실험 결과 면역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 회사는 올 가을까지는 긴급 처방용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900 포인트 넘게 올랐고 이 회사 주식은 20%가 뛰었다.
현재 개발 중인 100여개 백신 후보의 하나인 이 회사 제품은 현재 45명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실험에서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것이 시판되려면 대상자 수를 더 늘린 2단계와 3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3단계 실험은 올 7월 예정이다.
이 백신이 3단계를 모두 통과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실패한다는 보장도 없다. 개발 중인 백신 후보 100개가 모두 실패하기보다는 하나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백신 개발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안 속에 완전한 봉쇄 해제도 늦어질 것이고 그에 비례해 경기 회복도 더딜 것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주말 CBS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재발하지 않을 경우 올 후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락다운이 길어질 경우 회복은 내년이나 돼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경기 회복 속도는 백신 개발에 달린 셈이다. 하루 속히 백신이 나와 미국민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선택을 피할 수 있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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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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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다 접종하는 플루백신의 예방율이 50% 에 불과합니다. 코비드백신이라고 다를까요? 백신이 만사해결책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백신도 맞고, 위생수칙도 준수하고, 한편으로는 걸려서 항체도 형성되고 하면서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미 노숙자 수가 눈에 띄게 많아 지고 있고, 잠정 휴업이 아니라 아예 폐업하는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자들이야 몇 년 동안 샷다운해도 걱정이 없겠지만 서민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빠른 좋은 소식 결과를 기대봅니다,백신이 만일 너무 늦어지거나 아주 안 나온다면 상상도 하기싫은 결과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