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코 빠뜨리고 있는 사이에 5월 가정의 달도 반이나 지났다. 지난 10일 어머니날에는 같은 집에 살지 않고 멀리 사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그저 멀리서 전화와 SNS로 안부를 전하며 지금은 만나지 않는 것이 어머니를 위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4월에는 코로나19로 죽어가면서 6남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병상의 어머니가 우리들을 울리더니 지난 어머니날에는 멕시코 간호사 어머니가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미 워싱턴주 에버렛의 42세 어머니 선디 리터는 숨지기 전 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무전기로 아이들과 작별했다. 아들 엘리야 로스는 “동생들을 잘 챙길게요, 아이들도 엄마가 원하는 어른으로 잘 자랄 거예요, 사랑해요.”라며 늘 아이들을 우선시하며 살았던 어머니를 위로했다.
최근 화제가 된 동영상은 멕시코 치와와주 한 공립병원 간호사인 아나이 로페스가 병원 밖으로 급히 나가더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닐 옷을 뒤집어쓴 어린 두 딸을 끌어안는 장면이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아나이는 동료 간호사가 확진반응을 받자 자신도 검사를 받고 격리상태에 있느라 열흘간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나이 부모는 외손녀들을 위해 수제비닐 방호복을 만들어 입힌 후 병원 앞으로 데리고 간 것. ‘아이들이 하루하루의 원동력’이라는 아나이에게 빨간 장미 한 송이와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커다란 종이를 건네는 딸들, 먼 훗날, 그 아이들에게 올해의 어머니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모든 어머니는 이렇게 죽으나 사나 자식이 최우선이다. 그런데도 자식들은 철없던 시절에 왜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고 이렇게 고생을 할까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머니 나이가 되고 아버지 나이가 되어서야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최선을 다해 사셨구나 하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지금 나이든 이에게 살면서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있던 시절’이라고 답하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 노래가 생각난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양주동 작사에 이흥렬이 작곡한 노래다. 일본 동경의 동양음악학교로 유학을 떠난 이흥렬이 가장 처음 작곡한 노래라 한다. “어머니, 피아노가 없으니 음악공부를 할 수 없어요.” 유학간 아들의 편지를 받은 어머니는 그날부터 산이란 산은 모조리 뒤져 솔방울을 긁어모아 3년만에 거금 400원을 마련했다. 아들은 그 돈으로 피아노를 샀고 ‘섬집아기’, ‘바위고개’, ‘자장가’, ‘봄이 오면’, ‘진짜 사나이’ 등 우리가 아는 수많은 노래를 작곡했다.
다음은 미국 전쟁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1863년 남북전쟁 중 남군과 북군은 스팟 실바니아에서 대치 중이었다. 북군 군악대는 군가 ‘성조기의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남군 군악대는 비공식 국가 ‘딕시(Dixie)의 노래’를 연주하여 대항하였다. 이에 남군과 북군의 노래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자 북군 밴드가 군가를 중단하고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양쪽의 병사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남군의 밴드도 같이 ‘홈, 스위트 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살벌하기 이를 데 없는 전쟁터에서 남군과 북군의 합창이 터져 나왔다. ‘홈 스위트 홈’은 병사들의 마음을 고향으로 인도했다. 그들은 24시간 휴전을 하고 어머니를 비롯 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코로나와의 전쟁 중인 지금, 우리는 어머니를 비롯 많은 가족을 잃고 있다. 멀리 사는 가족들도 언제 만나 함께 식사하고 울고 웃을 지도 기약할 수 없다. 참으로 기가 막힌 어머니날이었고 가정의 달이다. 그래도 가정의 달인데, 이 앞날이 불투명한 시대에 다들 건강한 가족, 건강한 가정으로 살아남자. ‘홈 스위트 홈’ 노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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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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