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갑자기 사이버 월드로 돌변한 느낌이다. 사람 만나기를 주저하는 상황이니 하루종일 집콕하며 뒹굴뒹굴 TV를 켰다 컴퓨터를 켰다 이 프로 저 프로 돌리다 보면 하루가 후딱이다. 그나마 인터넷이 있어 지루함을 덜 수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불행이라고 해야하나. 요즘은 오페라도 인터넷으로 보고 심포니도 인터넷으로 본다. 공연을 할 수 없으니 인터넷으로나마 팬들과 교제해 보겠다는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인터넷 화면의 작은 창구로 오페라를 보자니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침대에서 뒹굴뒹굴, 화장실을 왔다 갔다, 집중이 될 리 없다. 인터넷 시대? 과연 만능이며 행복한 시대일까? 편하다는 것이 행복의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편한 것은 그저 편한 것일 뿐 마음의 행복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아무튼 인터넷으로 오페라 한 편을 봤다. 메피스토펠레.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5월9일 첫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작품이었다. 2013년 당시 이 작품을 봤기 때문에 딱히 내용이 궁금해서 본 것은 아니었고 인터넷과 현장 공연의 차이가 어떤 것인가를 비교하고 싶었다. 그리고 프로덕션이 매우 훌륭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감상해 보자는 계산도 있었다.
오페라를 본 소감은 우선 나 자신의 기억력의 한계에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분명 7년 전에 본 오페라였는데 몇 몇 장면을 제외하곤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새로 보는 오페라 같았다고나 할까. 다른 하나는 감동을 느끼는 부분이 현장 공연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현장 공연에서는 합창이나 화려한 무대 신 등에서 감동이 일었는데 인터넷 공연에서는 독창이나 아리아 부분 등에서 더 큰 감동으로 와 닿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수의 얼굴 등이 클로즈업 됐기 때문이겠지만 3막에서 마게리타의 아리아와 2중창 등이 그렇게 아름다웠는지 현장공연에선 미처 몰랐었고 마게리타의 죽음 부근에서 극적인 감동이 진하게 와 닿은 것도 현장공연과는 달랐다. 이 작품이 왜 그렇게 유명한 작품이며, 아니 오페라와 연극이 왜 다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인터넷 오페라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는데 (당신이 만약 오페라 팬이라면) 여하간 어떤 이유로든 오페라를 보지 않은 것은 큰 손해였다는 느낌이다.
COVID19 여파로 각종 온라인 공연들이 성행하고 있다. 베를린 필 등 유럽지역의 많은 악단들이 무관객 온라인 공연을 스트리밍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베이 지역을 비롯 많은 지역에서 점차적으로 온라인 공연을 전격적으로 스트리밍하는 낌새를 노출하고 있다. 베이지역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역시 6월달 열릴 예정이었던 섬머 페스티벌을 취소함에 따라 매주 토요일 온라인 오페라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SF 오페라는 그동안 ‘오페라 인 더 파크’ 등을 통해 매년 한 차례 무료 공연 서비스를 야구장 등에서 실시해 온 바 있었으나 홈페이지(www.sfopera.com) 등을 통해 작품을 ‘스트리밍’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이번 온라인 공연은 COVID19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오페라 공연의 흐름이라고나 할까, 디지털 시대에 대처해 나가야하는 우리들의 감상 태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시대적 변곡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오페라를 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하나의 장면을 위해 오직 한 사람만이 가능할 수 있는 연출과 음악, 또 그 독창성때문이다. 오페라에도 영화처럼 대본가와 연출가가 따로 있지만 모두 작곡가와 연합하여 이루는, 한 사람의 의도가 전격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이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헤엄을 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외로운 섬. 그렇게 때문에 우리가 오페라를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아무리 테크닉이 발달하고 또 인터넷을 통해 많은 대중들이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하더라도 온라인 오페라는 온라인 오페라일 뿐이다. 즉 현장의 숨소리가 함께하지 않는 예술이란 예술이라 부를 수 없고 그저 예술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오페라의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오페라만의 극적인 요소때문인데 특히 ‘메피스토펠레’같은 작품은 청춘과 성욕…악마에게 영혼을 판, 선과 악의 구도가 인간의 눈이 아닌 악마의 눈을 통해 구현된다는 설정에서부터 극적인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대본가였던 보이토가 직접 ‘파우스트’를 해체하고 재조립, 명작 ‘메피스토’를 완성시켰는데 대본의 힘도 컸지만 보이토의 음악적 역량도 극찬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마게리타의 죽음 등이 그려지고 있는 3막, 프롤로그, 에필로그 등은 음악적인 요소도 아름답지만 극적으로도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2013년도 SF 오페라의 프로덕션이 이태리어 자막으로 유튜브에 나와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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