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꿈은 소박했다. 유학생으로 미국에 왔던, 맨손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러 낯설고 물선 이국땅에 왔던, 그저 잘 사는 나라 미국에서 자녀교육 시키며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었다.
1965년 개정이민법으로 한국인의 가족이민 문화가 열렸고 너도나도 기회가 있으면 미국으로 왔다. 운 좋게 영주권을 받고 오기도 했지만 신분 미비자로 힘들게 막노동하면서 신분을 해결하기도 했다. 의사, 간호사 같은 전문직 외에는 택시운전, 청소, 웨이터, 캐시어 등 육체노동으로 종자돈을 모아 가게를 열었고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차도 샀다.
새벽부터 일터로 나가 밤늦게까지 일하며 소원이 ‘잠 실컷 자보는 것’이던 그 시절. 주말이면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고 가족이나 이웃들과 갈비 바비큐를 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한국말 밖에 못하던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가 능숙해지고 아이비리그를 가면 미국에 온 보람도 느꼈다.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뭐 대단한 부를 일구어 건물주가 된다거나 한국의 일가친척들에게 자랑거리를 들고 금의환향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식구 잘 먹이고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켜 시집장가 보내어 늘그막에 손자손녀 보면서 사는 것, 그것이 지나친 꿈이었던가.
올해 갑자기 우리의 꿈과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아침이면 커피 한잔을 들고 동료, 이웃과 정담을 나누며 시작하던 일상이 무너져 내리고 아들딸이 일하는 병원이나 수퍼마켓에서 혹여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두려워하며 사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재택근무를 하고 스테이 홈 정부지침을 지키면서 친구와 친지, 동료들 간에 SNS로 “조심하자”, “살아남읍시다”, “살아남아 함께 밥 먹읍시다”라는 문자를 주고받고 있는 요즘, 워낙 확진자가 많다보니 검사도, 병원 가는 것도 쉽지 않아 초기 발병 시 대처법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서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결혼식이 취소된 이들은 젊고 살아있으니 나중에 하면 되지만 노부모가 사시던 너싱홈에 갑자기 전화 연락이 안 되고 만날 수도 없으면 황당해진다. 그러다 부고 소식이 날아들고, 임종은커녕 장례식도 치를 수가 없다. 평생 옆에서 같이 알던 이들이 “잘 있어요, 그동안 고마웠소.”, “편히 쉬세요” 작별인사도 없이 침묵한 채 황망히 세상을 떠나고, 또 보내고 있다. 이곳이 미국이 맞는가, 여기가 정녕 내가 사는 현실인가를 의심하게 한다.
집에만 있다보니 스트레스가 생겨 우울증이 될까 겁나고 커가는 손자손녀는 스마트폰의 페이스타임을 보고 “안녕! 사랑해.”를 외쳐야 한다. 그래도 견뎌내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소소한 개인의 행복이 꿈이던 우리의 꿈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한인사회에서는 지역사회 병원, 소방서, 경찰서, 봉사센터와 노인센터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기부하고 전달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단체, 교회, 식당, 정비소, 10대부터 노인들까지 각계각층의 한인들이 적극 나서서 의료진, 응급요원, 저소득층, 너싱홈, 필수업종 근로자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 생필품, 구호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또 실직으로 생계가 막연해진 자, 이민법 강화로 한층 살기 어려워진 서류미비자 돕기 성금을 내는 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신도 어렵지만 더 힘든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면서 주정부와 한인사회가 함께 하고 있다. 미국을 바로 세우고 제대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미국이 우리의 고향이 되고 고국이 되었구나 하는 것을 깨우치게 만든다. 이곳이 바로, 내가 살고 내가 죽을 곳인 것이다. 이렇게 코리안 아메리칸의 꿈은 지역사회 모든 이와 함께 이 땅에서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이 되었다.
매일 저녁 7시면 뉴욕 시민들이 베란다와 창가에서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격려하는 박수를 치듯이 요즘 우리 아파트도 매일 오후 3시면 거실 유리창 문을 열고 있다. 청소하고 소독하느라 힘든 관리인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치기위해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가지자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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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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