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은 한마디로 영웅이었다. 백성들이 예언자 사무엘에게 자신들을 이끌 왕을 요구한데에는 그 이유가 있었다. 전쟁을 나갈 때마다 12 지파들이 의견이 갈라지고 이해가 갈라져서 효율적으로 군대를 조직해 내지 못하고 전략적인 통솔도 불가능했다. 그러니 싸우는 족 족 필리스티아인, 암몬족, 아말렉인 등에게 지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적들은 이미 자신들의 군대를 조직하고 이끄는 훨씬 선진적인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인 왕정을 갖고 있었고 강력한 왕밑에 일사불란 움직이는 군대에 느슨한 부족동맹인 이스라엘이 매번 번번히 깨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사무엘 8장)
그러나 그 같이 온 국민들이 열망을 담아 샛별처럼 솟아 오른 영웅 사울의 시대도 잠시의 빛나는 성공 후에는 곧 저물기 시작한다. 영원한 권력과 재물과 힘이란 것은 없다. 하느님 앞에서 교만하고 하느님 눈에 잘못 보였기 때문이다. 사울도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것을 멈추고 전쟁에 이기고 나서 전리품에 눈이 먼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사울을 버리시기 시작을 한다. (1사무엘 15:10) 사울을 대신해 떠오르는 별은 이번에는 다윗이었다. 사울은 유능한 장군인 다윗을 자신의 사위로 삼으면서 그를 권력의 핵심으로 자신의 아들인 요나탄과 함께 왕정의 한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와 같이 철통같이 단단할 것 같았던 권력의 기둥에 금이 가기 시작한 사건이 생겼다.
사울이 필리스티아와 벌인 전쟁을 이기고 나서 기분좋게 군대를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고 있는데 성의 아낙들이 주절거리는 소리와 노랫자락이 말위에서 기세등등하게 돌아오는 사울의 귀에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게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왕인 나를 한마디로 뭘로 보고 이런 노래가 예루살렘에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인가? 성서에서는 명확하고 분명하게 이렇게 보고를 하고있다. “
그 날부터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게 되었다.” (1사무엘18:9) 바로 그날부터 그의 철통같은 권력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를 몰라주고 무시 당한 것 같다는 것에 이미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온갖 수단을 다해 다윗을 죽이려고 한다. (1사무엘 18:10) 여기서 이미 사울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물러나는 마음이 그에게 없었던 것이다. 자기가 끝까지 다, 자기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깨끗하게 물러나는 비어있는 마음이 아름답고, 다 내어 주는 빈 손이 아름답고, 깨끗하게 뒤 돌아서서 퇴장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가 자기가 끝까지 다 해 먹겠다고 해서 결코 총 맞고서야 물러난 정치였다. 훌륭하고 능력있는 후배와 부하를 오히려 의심하고 경계하고 죽이는 척박하고 형편없는 풍토였다. 이는 정치판이나 기업이나 회사나 심지어는 교회에서까지 만연해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 교회가 두개씩 세개씩 네 파이니 내 파이니 갈라진 것이 얼마나 되는가? 나도 본당신부로 보좌를 많이 받아 왔는데 “이러면 우리 본당신부 질투하는데” 신자들이 지나가는 소리인지, 말에 뼈가 있는 소리인지 보좌에게 잘해주라고 그리고 시기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몇 번씩 들었다.
왜 인간인데 욕심이 없겠고 자기가 제일 잘할 것같고 자기가 없으면 안될 것 같지 않겠는가? 왜 사람인데 사울과 같은 마음이 들지 않겠으며 그런 말을 듣고 사울처럼 속이 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그렇다. 본당신부로 모든 사람들이 다 나의 말을 공경하고 순종할 때 왜 인간적으로 교만한 마음이 들지 않겠으며 똑똑한 후배와 부하에게 왜 질투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도 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결론은 분명하다. 그러면 안된다. 바로 그게 하느님을 등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세우셨으니 그 분이 다른 이를 내세우시면 나의 자리는 비워야 한다. 그 분이 하시는 일이고 다 그 분 것이다. 깨끗하고 분명하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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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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