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정작 이 나라에 대해서 속속들이 모르는 게 많다. 특히 미국의 정부와 정치 시스템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백악관과 행정부는 물론 의회, 사법부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아는 것은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미국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이를 위해 본보는 연방 교육부 기관에서 30여년 몸을 담았던 박옥춘 박사(현 조지 메이슨대 겸임교수)의 글을 모두 10여차례 연재해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예비선거
미국 대통령 선거는 매 4년마다 그해 첫 번째 화요일에 실시된다. 다음 선거일은 올해 11월 3일이다.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연방 상원이나 하원의원과는 달리 대통령은 각주에서 직접선거로 뽑힌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투표에 의해서 최종 선출이 확정된다. 다수에 의한 대표의 선출이란 민주주의 기본 선거원칙과 각기 자치 통치권을 갖는 주의 대표성을 공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직접-간접 선거방식을 복합한 독특한 선거형태이다.

▲프라이머리와 코커스
대통령선거는 예비선거로 시작되는데, 대부분의 주에서 각 정당의 후보자는 유권자들의 직접비밀투표에 의해서 그 주의 해당 정당 후보자로 선출된다. 이런 프라이머리(Primary) 예선 방식과는 달리 유권자들이 정당 후보를 선출하는 집회에 참석하여 토론을 거친 후 투표로 뽑는 코커스(Caucus) 방식을 택하는 주들도 있다.
맨 먼저 예선을 치루는 아이오와 주를 비롯한 10개 주와 3개의 영토령이 코커스 예선방식으로 후보를 뽑는다. 이중 켄터키와 워싱턴 주에서는 한 정당의 후보는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다른 정당 후보는 코커스 방식으로 선출된다.
또 해당 정당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예선에 참석할 수 있는 열린(Open) 예선제를 채택하는 주도 있고, 특정 정당에 등록한 유권자에 한해서 그 정당의 예선에 참석을 허용하는 닫힌(Closed) 제도를 채택하는 주도 있다.
버지니아 주는 프라이머리 방식에 오픈투표제이나, 메릴랜드 주는 프라이머리 예선제이지만 정당에게 오픈 혹은 크로스드 방식의 선택권을 주는 혼합(Mixed) 투표제이다. 이렇게 주에 따라 선거제도가 다른 것은 연방 헌법이 모든 선거의 기본 책임과 권한을 주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지명대회와 대리인(Delegate)
위에서 설명한 절차에 따라 각 주에서 정당별 예비선거가 실시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선 후보자들은 각 주로부터 정당 후보 지명 대회에서 자신에게 투표할 후보 대리인(Delegate) 수를 배정받게 된다. 후보 대리인 수의 배정도 주에 따라 그리고 정당에 따라 다르다. 투표비율에 따라 배정하는 주도 있고 최다수 표를 얻은 후보에게 대리인 전부를 배정하는 주도 있다.
각 주의 전체 대리인 수도 정당에 따라 다르다. 민주당의 경우 하원의원 1명에 3명, 상원의원 1명에 5명, 그리고 주지사나 다른 선거에서 보여준 그 주의 정당에 대한 지지도에 따라 배정되는 대리인 수가 있다.
같은 정당 소속 현직 혹은 전직 대통령과 부통령,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 전국 정당 간부 등에게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투표할 수퍼 대리인(Super delegates) 수도 배정된다. 따라서 예비선거 후보자들은 수퍼 대리인을 배정받는 정당의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의 인구 수에 따라 그 주 대리인의 수는 크게 다르다. 예를 들면 53명의 하원의원과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캘리포니아 주와 단 1명의 하원의원과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알래스카나 델라웨어 주의 대리인 수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공화당의 선거 대리인 수와 대리인 배정 절차는 이런 민주당 절차와 다르다. 또 각 정당은 그 절차를 변경하기도 한다.
2020년 민주당은 약 3,768명의 선출된 대리인과 764명의 수퍼 대리인이, 공화당은 168명의 수퍼 대리인을 포함하여 2,472명의 대리인이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정당 후보자를 지명하게 된다. 민주당의 경우, 후보지명 정당대회에서 한 후보가 선출된 대리인(3,768명)의 과반수 이상의 투표를 확보하면 정당 후보로 확정이 된다.
하지만 한 후보가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수퍼 대리인들을 포함한 전체 대리인들(4,532명)이 특정후보가 과반수를 얻을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여 후보를 확정하게 된다. 공화당의 경우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다수 표를 얻는 후보가 당 후보로 지명이 되는데,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 외에 빌 윌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출마를 선언한 정도다.

▲후보 지명 7-8월 전당대회서
민주 공화 양당 모두 각 주의 예선결과에 의해서 후보자들에게 배정될 전체 선거대리인 수가 결정되므로 일반적으로 후보지명 전당대회는 당 후보를 공식화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처럼 많은 후보자가 난립하여 다수의 선거대리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예선이 모두 끝난 후 한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게 되면 예비선거의 결과가 후보지명 대회에서 바뀔 수도 있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예비선거 운동은 2020년 2월부터 6월 사이 각주에서 실시되는 예비선거로 끝이 난다. 예비선거에서 각 후보자가 획득한 전체 선거대리인의 수가 집계되는 대로 해당 정당의 후보가 사실상 결정되지만 해당 정당의 공식 후보로의 지명은 2020년 7-8월에 열리는 정당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결정된다.
어떤 대통령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통령 후보의 공식지명은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통령 후보의 공식선언으로 확정된다. 2020년 민주당 후보지명 전당대회는 7월 13-16일 위스콘신 주 밀워키(Milwaukee)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는 8월 24-27일에 노스캐롤라이나 샬럿(Charlotte) 시에서 열린다.

# 본 선거
예선에서 선출된 정당 후보들의 본선 캠페인은 정당 후보가 결정되면서 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예비선거 운동과정에서도 본 선거를 위한 캠페인이 함께 진행된다.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정당후보가 확정되면 9-10월 중 정당 후보들 간의 토론이 몇 차례 열리고 11월 첫 번째 화요일(2020년에는 11월 3일)에 선거가 실시된다.

▲18세 이상 시민권자가 투표
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은 18세 이상 시민권자는 누구나 선거에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주의 구역에서 유권자 등록을 마감일까지 마쳐야한다. 주에 따라 등록마감 일과 등록 절차가 다르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를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주의 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을 뽑는 투표이다. 해당 정당의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티켓으로 지명을 하기 때문에 투표지에 이름은 대통령 후보와 같이 쓰여 있지만 부통령 후보에게 따로 투표를 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최종 선출은 이렇게 각 주에서 직접투표에 의해서 선출된 선거인단들에 의한 간접선거에 의해서 (형식적인 절차이긴 하지만) 확정된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그 주의 하원의원 수에 상원의원 수 2를 더한 것이다. 예를 들면 53명의 하원의원을 뽑는 캘리포니아의 선거인단은 55명이고 하원의원이 한명인 델라웨어 주의 선거인단 수는 3명이다.
워싱턴 DC는 주가 아닌 연방 구역이기 때문에 의회에 대표권이 없어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선출하지 못하지만 대통령 선거 참여를 위한 3명의 선거인단을 뽑는다. 미 통치령은 선거인단을 선출하지 못한다. 따라서 총 선거인단 수는 하원의원 수 435명, 상원의원 수 100명, 그리고 DC 선거인단 3명을 합쳐 538명이다.
각 주의 직접 투표에서 다수를 얻은 후보자는 그 주의 선거인단 수 전체를 얻게 된다. 하지만 메인 주와 네브래스카 주에서는 다수를 얻은 후보가 상원의원 수에 해당하는 2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하게 되고 나머지는 각 하원의원 선거구에서 이긴 대로 한명씩 선거인단을 차지하게 된다.

▲표 많이 얻고도 낙선할 수도
한 후보가 이렇게 주별로 계산된 선거인단 전체의 과반수(270명)를 얻으면 대통령에 당선된다. 2016년 선거 시에 트럼프는 전국 유권자 직접 투표에서 힐러리 클린턴보다 약 290만 표를 적게 얻었으나 31개 주에서 304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미국역사상 네 번째로 유권자 전체 투표에서 패했으나 다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여 당선된 대통령이다.
만약 어느 후보자도 선거인단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대통령은 하원에서, 그리고 부통령은 상원에서 선출한다. 미국 역사상 두 번, 1800년과 1824년,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했다. 만약 대통령 취임일까지 대통령이 선출되지 못하면 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을 대행하고 정, 부통령이 모두 선출되지 못하면 의회(하원 의장)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 박옥춘 박사는
1978년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주립대 조교수, 미 국방부 육군연구소 선임 심리 연구원, 미 교육부 교육과학원 책임 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조지메이슨대 겸임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