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넓히기 전략 보다 전문적인 사업 마인드 필요
▶ 따라가기만 하면 결국에는 지치고 뒤쳐지기 마련…혼자 외롭게 개척하는 시대 아니라 서로 도와야 살아남는 시대
지난해 전국에서 9천개가 넘는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에 밀려 부도를 피하지 못한 소매업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신화를 이끌어온 ‘포레버21’을 비롯해 대형업체인 ‘시어스’, ‘페이레스 슈소스’, ‘짐보리’ 등도 파산을 발표했다.
한인 소매업자들도 과거와 달리 넘어도 넘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파고(波高)를 피하지 못하고 근면과 성실로 버텨온 한인경제 기반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대형업체들도 무너지는 마당에 스몰비즈니스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하는 불안도 적지 않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경제지표들을 보며 ‘조금만 버티면 좋아지겠지’하는 바람으로 2020년 새해를 맞이했다. 본보는 최근 젊은 사업가들을 초청해 비즈니스 좌담회를 열었다. 저마다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을 돌아보며 2020년을 전망해보고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는 무엇인지, 유망업종이나 한인경제인들에 대한 조언 등 한인경제의 돌파구를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제는 한인 고객만 바라보아서는 안돼”
△ 유제원
긍정적인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한인경제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 이상 나빠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하는 자조적인 기대뿐이다. 2019년을 돌아보며 2020년을 전망해보자.
▲ 장현석 (코스모비즈 대표)
한인이 90%를 장악한 뷰티서플라이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다.
50억 달러가 넘는 시장을 바탕으로 한인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을 만큼 지난 5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그러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2012년부터 시작된 하락세는 결국 지난 2019년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다른 소매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샤핑의 영향을 뷰티서플라이도 피할 수 없었다.
▲ 신디양(신디양보험 대표)
20년 넘게 호텔에서 일하다 6년전 보험인으로 나섰다.
이미 경쟁이 치열했던 보험업계를 선택한 이유는 한인시장이 아닌 브랜드(State Farm) 인지도를 믿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한인들뿐만 아니라 타인종 고객들까지 유치할 수 있었다. 소수계 이민자로서의 한계를 대형 보험회사의 이미지로 극복할 수 있었다.
비교적 빨리 6년 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현재에 만족할 수 없는 불안이나 긴장은 여전하다. 고객의 업소를 방문해 보면 하루 아침에 텅빈 매장을 접하기도 하고 대형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결국 문을 닫는 스몰비즈니스도 적지 않다.
▲ 윤필홍(인텔리시스템 대표)
온라인의 위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더 이상 가격 경쟁이 아닌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팔아야 한다.
▲ 강혜경(에덴시니어케어 원장)
재정전문가로 활동하던 가운데 지난해 버지니아 섄틸리에 에덴시니어케어 센터를 오픈했다.
고령화 사회, 시니어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어덜트 케어의 경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직접 운영해보면서 돈을 벌기보다는 보람을 느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법의 유혹도 적지 않고 이미 LA,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는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워싱턴 지역도 긴장하고 있다.
▲ 최현창(PK그룹 파트너)
뉴욕에서 프렌치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요리사로 활동하다 2003년 버지니아에 왔다.
당시 뉴욕에 비해 10년 정도 뒤쳐져 있던 워싱턴 케이터링 업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물론 서비스에 차별화를 두고 주로 정부 행사나 연회 등을 도맡아 해오다 2008년에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리셉션을 담당하기도 했다.
불경기에도 살아남는 것은 요식업인 만큼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인시장만 고집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을 넓히기 위한 전략, 보다 전문적인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
▲ 백성호(CPA)
발표된 경제지표는 긍정적이지만 한인사회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스몰비즈니스가 대부분인 한인경제에도 전반적인 소매업체의 불황은 피할 수 없었다. 몰 마다 자리하고 있던 ‘포레버21’이나 대형신발매장 ‘페이레스’가 파산하는 걸 보면서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다.
반면 불경기에도 효과를 보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할인매장은 오히려 늘고 있으며 달러 스토어 ‘달러 제너럴’은 지난해 900개가 넘는 매장을 새로 열었다.
한인업체 가운데에도 베이글 가게, 자동차 정비업소, 스패니시 식당 등은 매출이 늘었다. 비교적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새 차 구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차량을 수리해 몇 년 더 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젊은 사업가 6인이 지난해 12월 23일 본보 회의실에서 한인비즈니스 불황 타개책에 대해 좌담회를 열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유제원
불황 극복의 방법,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 장현석
한인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가능성은 있다.
당장은 분산되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한인 1세들의 자금력과 1세들에게 부족한 마케팅, 전문경영 노하우 등을 2세들이 지원하게 될 경우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대간 역량을 결집하는 ‘파워 그룹핑’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길 바란다. 그러나 여전히 세대간 벽이 높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하다.
유망업종은 한류관련 비즈니스다. 최근 K-pop, K-beauty 등 저절로 마케팅이 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할만한 사업력이 부족하다. 일례로 한국 제과점의 경우 특별한 노력 없이도 한류의 덕을 보는 대표적인 비즈니스다.
▲ 신디양
불황 속에도 기회는 있다. 센터빌 한식당의 경우 주변 다른 식당들과의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자신만의 메뉴를 고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의 반응,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뷔페를 선호하는 고객의 반응에 따라 새로운 뷔페 메뉴도 개발하고 온라인 할인쿠폰 등을 통해 시장을 넓혀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 강혜경
비즈니스는 무엇보다 냉정해야한다.
유행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신 껏 밀고 나갈 필요도 있다. 남들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따라 가기만 하다 결국 지치고 뒤쳐지기 마련이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 발전하는 비즈니스를 잘 살펴보길 바란다.
▲ 최현창
흔한 말이지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하루 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더라도 당장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비즈니스가 ‘게임’이라면 남들이 정해놓은 방식이 아닌 내가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판을 바꾸자.
△ 유제원
‘불황 속에도 기회는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와 한인경제에 대한 전망, 조언을 부탁한다.
▲ 신디양
이제 한인들만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는 피해야 한다.
제한된 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변화도 읽어야 한다. 도심을 선호하는 밀레니얼들의 경우 차를 소유하지 않고 우버나 리프트 등 대체교통수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들도 가족 수만큼 소유했던 차량을 2대로 줄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보험을 팔기 어려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대신 우버나 리프트 운전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언제나 돌파구는 있다.
▲ 최현창
한인들끼리 경쟁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싶다.
메릴랜드 락빌파이크에서 시작된 ‘파이크 키친’이 올해 4개 지역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한다. 한식과 접목된 퓨전 요리 등을 소개하며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한인들을 상대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더 이상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도움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업계를 이끌어가자. DC를 중심으로 요식업계 성장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한인경제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성장하길 바란다.
▲ 강혜경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경쟁에 앞서 한인경제 파이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전문성이 강조되는 시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으면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단 성실하고 정직하게, 성공의 비결은 따로 없다.
한편 많은 분들이 은퇴 후 어려움을 호소한다. 고령화 시대, 재정계획은 필수다. 일단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자. 가장 중요한 투자는 저축이다. 빠듯한 생활에 저축이 어렵다면 하루 25센트씩이라고 저축해보다. 꾸준히 하다보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 윤필홍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상대로 하는 만큼 자신의 기준이 아닌 고객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자.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어떻게 하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등 고객의 가치를 우선할 때 비즈니스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다.
▲ 장현석
한인경제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한인 1세들도 이제는 자기 고집을 꺾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혼자서 외롭게 개척하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해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의 바람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과도기에는 안전하게 리스크를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소비자 성향에 맞춰 변화를 시도해 보길 바란다.
▲ 백성호
미중무역갈등의 여파는 물론 대선을 앞두고 등장하는 다양한 포퓰리즘 정책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단 낮은 실업률은 미국 경제 기반이 튼튼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가계지출도 늘고 인플레도 2%로 전망하는 등 매우 안정적이다.
그러나 한인경제에는 이러한 지표가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 플랜이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은 마치 오늘만 사는 듯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경제 패턴을 알면서도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완전고용과도 같은 낮은 실업률로 인해 최근 다양한 취업의 문이 열려있다. 그동안 미뤄왔던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성공의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직업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잘 되는 법이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 진 행: 유제원(편집국 부장)
- 참석자: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장현석(코스모비즈 대표), 신디양(신디양보험 대표), 윤필홍(인텔리시스템 대표), 강혜경(에덴시니어케어 원장), 최현창(PK그룹 파트너), 백성호(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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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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