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여성이 통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나라의 대통령, 총리, 왕이 여성이라면 … 세상은 달라질까? “2년만 그렇게 하면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나아질 것”이라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단언한다.
오바마는 ‘통치’와 ‘여성’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구상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을 8년 역임했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여성들이다. 일찍이 아버지 없이 엄마 밑에서 자랐고 이어 외할머니할아버지 손에 컸으며, 결혼 후 가족은 아내와 딸 둘. 인류학자였던 어머니, 변호사인 아내 미셸 등 여성들은 강하고 똑똑했다. 오바마가 자신을 ‘미셸의 남편’이라고 소개할 만큼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은 배경이다.
“만약 여성들이 다스린다면 …”은 지난 16일 그가 싱가포르에서 리더십 주제 연설 중 한 말이다. 세계의 문제들을 살펴보면 대개 나이든 사람들, 특히 나이든 남성들이 물러나지 않고 눌러 앉아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정치지도자들은 일을 위해 그 자리에 있어야지, 자존감이나 권력을 위해 평생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우리(남성)보다 낫다는 건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여성은 남성과 어떻게 다를까. 남녀의 천성적 차이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것이 ‘사냥하는 남성과 채집하는 여성’이다. 인류는 수백만년 동식물을 잡고 채집해서 먹고 살았고, 이때 생긴 습성이 유전자로 남아 현대인에게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냥의 본질은 집중. 피 말리는 긴장감으로 오로지 목표물만 쫓는다. 남성들의 공격적인 승부욕과 상관이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채집하는 여성들은 더불어 편안하다. 이웃들과 함께 열매를 따고 먹을거리를 채집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도 함께 돌본다. 소통과 배려, 협력이라는 여성의 특성이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10월 연방정부가 16일간 폐쇄되었을 때였다. 민주 공화 양당이 전혀 양보할 기미가 없어 국정이 마비되었다. 이때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 트고 타협의 접점을 잡아낸 것이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메인), 지금 민주당 대선경선에 나선 에이미 클로버차(미네소타) 등 여성 상원의원들이었다. “상원에 여성들이 있으니 좋다. 우리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 않는 가”라고 당시 아칸소 출신의 마크 프라이어 의원(민)은 말했었다.
미국에는 여성 대통령이 없었으니 여성 통치로 나라가 어떻게 바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연방의회를 보면 1990년대 초반부터 여성의원들이 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경험과 관심사안이 도입되었다. 유급가족휴가,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성별 임금차별 철폐, 그외 건강 교육 민권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상정되고 통과된 것은 여성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들이다.
정치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연방의회에서 여성의원들은 남성의원들에 비해 2배나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지역구에 더 많은 연방기금을 끌어간다. 전반적으로 일을 더 잘한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것이 ‘질 로빈슨 효과(Jill Robinson Effect)’이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였던 ‘재키 로빈슨 효과’의 여성형이다.
선수부터 관중까지 야구장 전체가 하얗던 시절, 로빈슨은 단 하나의 검은 점이었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백인선수들에 비해 월등하게 잘 하는 것이었다.
여성의원들 역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이겨내려면 남성에 비해 몇배나 노력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길러진 끈기와 인내, 강인함이 그들을 월등한 실력자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이 월등하지 않고는 남성들의 무대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세계 모든 나라를 여성이 통치할 가능성은 낮지만, 여성이 주축이 되어 통치하는 나라는 있다. 핀란드이다. 지난 주 34세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산나 마린 신임총리 내각은 19명의 장관 중 12명이 여성이고, 세 명은 30대 초반이다. 핀란드에서 여성총리는 이미 세 번째.
오바마가 지적한 ‘나이든 남성들’과는 정반대인 ‘젊은 여성들’이 통치하는 나라이다. 이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유엔이 매년 세계 150여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수준을 분석하는 세계행복 보고서에서 핀란드는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1위를 차지했다. 비결로 꼽히는 것은 강한 사회안전망, 신뢰의 문화, 높은 수준의 교육 그리고 성평등.
핀란드는 세계에서 엄마가 되기 가장 좋은 나라, 여성이 일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힌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행복하게 자란 아이들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게 된다. 젊은 여성이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될 수 있는 평등한 풍토, 이들 젊은 여성이 펼치는 배려와 공감의 정치가 이 나라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2020 대선을 거쳐도 기대하기 어려운 변화. 오바마 같이 성평등 의식을 가진 남성들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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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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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째 하원의원직에 있는 79세의 낸시 펠로시, 27년째 상원의원인 86세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26년째 대법관직에 있는 86세의 루스 긴스버그 등을 보면 여성의 권력욕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랫 동안 남성이 집권해 왔기 때문에 두드러진 현상일 수 있습니다.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 쪽의 집권보다는 상호협력과 보완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뭐든 사람나름이지 여자 남자 외구별하나 할일이없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이 있군요, 지금 미 정가처럼 수십년을 상원 하원이 똑깥은 이들이 나만이 옳고 너는 아니고 우리만 살겠고 너는 죽어야 죽여야 하며 어거지 을 부리며 애 어른들 끝없는 쌈박질 하는걸 지켜보면서도 알수있듯이, 하지만 여자만 이라는 건 좀 그렇고 정신이 옳고르다면 누군들 어떻겠는가요, 요즘같이 정신 이상 증상이 있는 자들 만이라도 없으면 적으면 좀더 나아질듯도 한데, 뭘 알려하지도 들을려하지도 않고 카더라하며 편만드는 소인들 때문에도 문제가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건 나만일까 합니다. 틀림이아닌 다름인데도 모르는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