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11개월 때였다. 아이를 안다가 오른쪽 팔이 부러졌다. 1~2주 전부터 이상하긴 했다. 무를 자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마 했다. 팔이 빠진 거겠지-. 병원에서 진단 결과 골육종으로 판명됐다.
뼈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골육종은 다른 암과는 달리 10대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많은 암. 생존율 10~15%에 종양이 발견된 팔 다리는 자르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불행한 일은 ‘어느 날, 문득’ 다가오는 거지만 “현실로 와 닿지 않았다”고 스텔라 김씨는 당시를 말했다. 7년 전 일이니까 그 때 32살이었다.
항암치료와 함께 인공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팔꿈치에서 어깨 아래까지를 타이태늄으로 갈아 끼웠다. 8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골육종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재발과 폐 등으로의 전이가 잘 되는 희귀 암’이라는 설명이 공통적이다. 정작 위기는 수술 후 1년반 뒤에 찾아왔다. 오른팔 근육에서 다시 종양이 발견됐다. 재발한 것이다. “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셋째의 예정일을 불과 2달 앞둔 때였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낙태 후 절단”을 강하게 권했다. 마침 이 케이스는 전문의들의 토론에 부쳐질 수 있었다. 30여 명의 의사들이 토론한 결과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출산 후 수술’로 결정했다. 막내를 낳은 뒤 전신마취 상태에서 다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새 키모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받았다. 수술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잘 버텼다. 키모 후 떨어졌던 백혈구 수치가 올라오면 이 독한 화학치료를 받고 또 받았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LA 통합교육구 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학교를 짓거나 리모델링 하는 등 교육구의 시설관리가 그의 일. 암 발병 사실을 그가 멘토로 삼고 있는 직장상사에게 알렸다. 1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상사는 “네 삶에 경이로운 여행이 시작된 것(Such a wonderful journey in your life)” 이라는 말로 그녀를 보듬었다. 여행은 시작됐다. 여태 알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이었다. 때로 극한의 고통이 동반됐을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이 여행을 통해 감사, 순종, 나눔 등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내가 변하니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감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골육종에 걸렸다는 것에서부터 왔다. 나 말고 아이나 남편, 부모에게 이 암이 덮쳤다면 얼마나 더 가슴 아팠을 것인가. 아무리 바빠도 위로는 나눌 수 있는 것이란 것도 알게 됐다. 카톡이나 전화 한통으로도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없어도 물질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한다. 사과 한 알이 있으면 반쪽씩 나누면 될 일이었다. 전에는 없던 마음들이었다.
살면서 집착하던 것들을 내려놓게 됐다. 내가 할 수 있고,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알게 되고, 모두 내 것이 아님을 수술대로 향하면서 깨닫게 됐다고 한다. 새로운 여행이 새 사람을 빚고 있었다.
주위에는 그를 돕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두번도 아니고 몇 년 동안 변함없이 도움의 손길을 나눠주는 이들의 공통점은 각자의 삶에서 큰 어려움을 경험했던 사람들이었다. 자식을 잃거나, 암을 앓았거나….
팔을 유지해 보려고 했으나 암 발견 5년 반만인 올해 4월 결국 오른쪽 팔을 절단해야 했다. 이 일을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른손잡이였어요. 인공뼈 이식 후 제한적이긴 했으나 오른손을 쓰면서 운전하고, 글 쓰고 하는 것들을 왼손이 익힐 수 있는 시간이 있었죠. 그게 감사해요.”
그의 골육종은 이미 4년 전 폐로도 전이됐다. “암이 전이됐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죠”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이된 암세포를 약으로 다스리며 살고 있다. 감기에 걸려도 그렇듯, 암에 걸려도 하던 일을 계속하며-.
그의 이야기를 나눠줄 것을 요청했을 때 “기도해 보겠다”고 했다. 생명의 주권자에게 은밀히 기도로 하던 이야기들을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인가? 무리한 부탁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흔쾌한 기도응답을 받은 것 같진 않았지만 그는 점심시간에 직장근처인 LA 다운타운의 한 카페로 나왔다. 마침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재킷을 걸쳤는데 오른쪽 소매가 헐렁했다.
그의 이야기는 실은 모두 신앙간증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은 남모르는 아픔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됐으면 해서였다. 우리 모두 용기를 내 살자고 다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풀타임 직장생활을 하면서 10살, 7살, 4살 세 아이를 돌보는 풀타임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물론, 지금껏 그러했듯 앞으로도 강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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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맘 먹기에 달려있다 할수있지요, 하늘은 자기를 돕 는자를 돕기도 하구요, 또한 나도 이웃도 친구도 친척 동료도 누가 어떤 사람 이라는 것 도 잘알아 돕기도 욕하기도 하구요, 하늘은 언제나 좀 시간은 걸릴지모르지만 당당히 줄 것 주고 받을것 받기도 한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힘내셔서 모두가 자기에게 정정당당 하게 사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