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다시 만들어진 ‘라이온 킹’ 영화를 보았는데, 처음 만화영화와 달리 실제 동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하는 생생함이 좋았다.
영화의 무대는 사자가 다른 동물들을 통치하는 ‘프라이드 랜드’라는 아프리카의 한 왕국이다. 이야기는 지혜로운 개코 원숭이가 무파사 왕과 사라비 왕비의 아들인 심바 왕자를 새로운 후계자로 선언하며, 프라이드 바위에 동물들이 모두 모여 왕과 새로운 후계자를 칭송하면서 시작된다.
왕 무파사는 아들 심바를 데리고 프라이드 랜드를 돌아다니면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조화로운 삶의 순환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러나 왕의 자리를 빼앗고자 음모를 꾸미던 무파사의 동생 스카는 심바를 유혹하여 위험에 빠뜨리곤 한다. 무파사는 선대 왕들이 하늘의 별들 사이로 지켜보고 있다며, 그들이 함께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아들에게 가르쳐준다. 또 자신의 시대가 가면 무파사 또한 심바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준다.
얼마 후 스카는 심바를 좁은 골짜기로 유인해 위험에 처하게 하고 이를 왕에게 알린다. 무파사는 달려가서 아들을 구해내지만 자신은 낭떠러지에 매달리게 된다. 스카는 도와 달라는 무파사를 영양 떼 속으로 던져버린다.
심바는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스카의 말대로 프라이드 랜드에서 도망친다. 스카는 무파사와 심바가 죽었다며 자신이 왕이 되었음을 공언한다.
멀리 도망간 심바는 다행히 티몬과 품바의 도움으로 “하쿠나 마타타”라는 근심과 걱정 없는 삶의 철학 밑에서 성장하게 되었으나 늘 고향을 잊을 수는 없었다. 성장한 심바는 옛 여자 친구 날라에게 발견되고, 스카가 프라이드 랜드를 황무지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동료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심바는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오고 그를 죽이려고 갖은 계략을 쓰는 스카와의 최후 결전 끝에 승리하게 된다. 그 결과 프라이드 랜드는 다시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녹지로 변한다.
최근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 영화와 달리 아프리카 땅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처참한 상황에 놓여있다. 가뭄과 식량부족, 내란과 정치혼란, 종족 갈등과 전쟁, 교육의 부족, 주거 환경의 황폐화와 각종 질병 등. 그중에서도 에이즈는 결정타이다.
이번 방문 중 에티오피아의 병원에서 에이즈 관련 질환자들이 중환자실과 일반병동에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신규감염이 줄면서 오래지 않아 에이즈가 퇴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적이 있었지만 최근 아프리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다시 에이즈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오히려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그 동안 개발된 에이즈 바이러스 약으로 생명이 연장되면서 “에이즈 병이 당장 죽는 병은 아니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 그 결과 소홀해진 예방이 에이즈를 확산 시키고 있다는 현지 의사의 이야기였다. 빈곤으로 인한 젊은 여성들의 성매매, 보건시설의 부족, 교육 부족 등도 질병확산의 원인이다.
얼마 전 몇몇 분들과 함께 미주 아프리카미래재단을 설립하였다. 한국에서 이미 12년 전에 시작된 아프리카미래재단과 협력해서 일할 계획이다. 사업으로는 아프리카 6개국(말라위, 마다가스카르, 잠비아, 짐바브웨, 우간다, 탄자니아)에 보건의료사업, 농업개발과 교육, 지역사회지원과 현지인 지도자 양성이 진행되고 있다.
그외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9개국에서는 이미 현지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들과 협력하여 일할 예정이다. 여러 분들의 헌신으로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황량한 곳의 필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어떻게 이다지도 인간의 존엄성이 땅에 떨어져 들풀보다도 가련하게 되었는가?
아프리카에는 ‘미래’ 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해맑은 눈동자와 유난히 하얀 이를 가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죄악으로 황폐해져 버린 아름다웠던 초원의 아프리카, 프라이드 랜드가 우리를 부른다. 왕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린다. 기쁜 소식을 가지고 함께 멀리 갈 친구들이 많이 나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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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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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일 하십니다. 흔히들 남아공이나 케냐 갔다와서 아프리카를 말하는데, 위의 6개국이야말로 아프리카의 실상을 대표하는 나라들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