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제대로 읽었다면 이제 바람을 이용을 할지, 저항을 할지 판단해야 한다. 글쓴이는 바람을 이용하는 골프를 더 좋아한다. 바람이 나를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바람이 많이 분다면, 충분한 클럽을 들고 편안한 스윙으로 공이 최고점에서 홀 방향에 가깝게 떨어질 수 있는 스윙을 한다.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어온다면 충분하게 오른쪽을 공략해서 자연스럽게 홀에 가까운 방향으로 돌아오는 샷을 한다.
가장 가늠하기 어려운 샷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꽂히는 뒷바람이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하늘에서 땅 방향으로 불어온다면 그 샷은 공의 스핀이 거의 없어지고, 뜨지 못했기 때문에 뒷바람을 타지 못하고 떨어지게 되며, 많이 구르는 샷이 나오지만, 그 양을 가늠하기 가장 어려운 샷이다. 오히려 하늘에서 땅으로 부는 앞바람은 충분한 클럽만 사용해 주면 공이 착지했을 때 도망가지 않는다.
바람에 저항하는 샷을 할 때도 필자는 바람을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중에 바람과도 싸우려면 너무나 어렵고 외로워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람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받으려면 공의 체공시간이 적어야 한다. 공이 많이 뜰수록 힘이 없이 내려오는 시간이 길다. 바람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을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낮은 샷이 필요하다.
바람이 부는 골프장을 좋아했던 필자가 가장 자주, 가장 편안하게 썼던 낮은 샷은 로프트 각도가 더 낮은 클럽으로 60%만 스윙하는 것이다. 풀스윙이 아니기 때문에 공에 스핀이 적고, 스핀이 적기 때문에 공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간다. 이때 앞바람뿐만 아니라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저항,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저항도 다 적게 받는다.
이 샷을 위해, 항상 보통 거리에서 10%에서 20% 작게 가는 샷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낮게 가는 샷을 하는 기술은 결국엔 임팩트시 로프트 각도를 줄이는 기술이다. 스윙을 하는 방법을 바꾸지 않고 클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술에 변화를 주지 않고도 아마추어가 맞닥뜨릴 바람에는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 공의 위치를 살짝 오른발에 두거나, 드라이버를 칠 때 티를 낮게 꽂는 것은 간단히 공의 높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다. 60% 스윙 혹은 10%에서 20% 작게 가는 샷은 필드에서 사용해보기 전에 연습을 해놓고 거리도 측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풀스윙을 해서 가던 거리는 잊고 새로운 클럽에 새로운 방법에 새로운 거리를 기억해 두자.
바람을 읽는 일도, 바람을 이용하거나 저항하는 샷을 만드는 일도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상상 속에서 하는 일이다. 상상력을 이용하여 보이지 않는 바람의 형태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상상력을 이용하여 공이 날아가는 모습과 바람을 지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나면 그 샷에 믿음을 가지게 된다. 설사 내가 읽은 바람이 틀렸거나, 그린 그림이 틀렸다 하더라도 결정을 했다면 의심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의심을 해서 스윙을 하면 내가 가진 스윙이 나오지 않고 불안이 만든 자신 없는 스윙을 하게 된다. 상황을 제대로 읽었다 해도 확인이 불가능하고, 바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해도 다음번에 수정이 불가능하다.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준비가 끝난 후엔 자신 있게 샷을 해야 한다. 불안감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필자는 그린을 읽는데 캐디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함께 하던 캐디에게 그린에서도 다음 홀의 티샷을 위해 바람 방향을 읽어 달라고 지시했다. 그린을 읽는 것보다 바람을 읽고 방향 설정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샌타아나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골프를 알고 바람을 알고 바람을 맞이한다면 새로운 골프가 펼쳐질 수 있다. 골프장에 들어선 순간 바람은 강도는 다르지만 매순간 함께한다. 어떠한 바람에도 대비하여 바람에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골프를 칠 수 있다면 확실한 스코어 관리가 될 수 있다. 골프는 생각할수록 재미가 있어지는 스포츠이다. 이제 바람을 즐기며 나의 골프를 한 단계 상승시킬 때이다.
이일희 프로는…LPGA 투어프로(바하마 클래식 우승)
아로마 골프 아카데미 레슨 프로
ilhe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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