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가 왔다. 투어 프로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초청 시합을 제외한 LPGA의 모든 시합이 10월에 끝이 난다. 올해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초청 시합에 모두 초청되는 선수들도 있고, 초청 시합은 나가지 못하지만 내년 투어 카드를 확보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혹은 내년 카드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지금 퀄리파잉 스쿨(Q스쿨)에 가 있는 선수들도 있다.
큐스쿨은 3개의 스테이지가 있다. 1차는 매년 8월 말에 캘리포니아에서 열린다. 누구든지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참가비 2,500달러를 내야한다. 3라운드 예선에 총 4라운드 후 60등까지 1차를 통과한다. 2차는 10월에 플로리다에서 열리는데, LPGA 2부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함께 시합한다. 2차 참가비는 3,000달러나 된다. 총 5,500달러나 되는 참가비 때문에 실력이 충분히 갖춰진 선수들이 참가한다.
2차는 통과 인원수가 나와 있지 않다. Q시리즈 참가 선수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야 Q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성적순서 대로 얻을 수 있다. (올해는 38명이 Q시리즈에 올라왔다.)
마지막 관문인 Q시리즈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리는데, 1차와 2차에서 차례로 통과한 선수와(보통 1차부터 올라오는 선수는 그 수가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2부투어에서 활동하다가 상금랭킹 10등 안에 들지 못한 선수와(10등 안에 드는 선수는 자동으로 다음해의 LPGA 카드가 확보된다), LPGA에서 상금랭킹 101등에서부터 150등까지의 선수들로 된 98명의 선수들이 2주간 8라운드 시합해서 상위 45등까지 순서대로 투어 카드를 받는다.
올해 2020년 투어카드를 받기위해 Q시리즈까지 진출한 98명의 선수들은 24개 나라에서 참가하였고 미국 선수가 46명이며, 그 다음으로 많은 선수가 참가한 나라는 우리나라에서 7명이다. 1년에 한번 뿐인 기회에 여러 나라에서 참가하는 선수들이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큐스쿨 기간 동안엔 모두 극도의 긴장상태이다.
모든 시합이 끝난 후 큐스쿨을 하기 때문에 큐스쿨을 하는 시기는 항상 춥다. 올해 노스캐롤라이나 경기장의 온도는 0도에서 밤에는 영하를 기록하고 있다. 추우면 체력 소모도 크고 근육 긴장도 높아져서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두껍게 입은 옷 때문에 스윙하기 불편하고, 공과 클럽도 단단해져서 비거리 손실도 생긴다. 날씨 때문에 춥기도 하지만 또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도 선수들은 몸이 덜덜 떨린다.
필자가 큐스쿨을 했을 때는 비가 아주 많이 왔다. 스트레스와 긴장감, 장거리 비행, 그리고 날씨 때문에 독감에 심하게 걸려서 고생을 하며 시합을 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심한 감기에 숨을 쉬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매일 아침 두꺼운 옷을 입고 땀이 뻘뻘 흐를 때까지 달렸다. 3라운드 중간에 그린에 물이 가득 차서 시합이 중단되고 다음날도 취소가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중간에 중단되느라 남기고 왔던 2야드 퍼팅을 다시 재개할 때까지 이틀간 수백번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연습했지만 3펏을 하고 말았다.
큐스쿨의 긴장감은 LPGA 정규 시합과는 다른 긴장감이다. 시합은 무대에 서는 긴장감이라 말할 수 있다면 큐스쿨은 수능을 보는 긴장감과 같다. 재수를 할 수는 없다. 한 등수라도 올라갈수록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모두가 적이다.
나는 스무 명이 투어 카드를 받던 해에 20등을 했다.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 갔을 때 어머니의 의미심장했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버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5에서 1야드 남짓한 거리의 퍼팅을 성공시켜서 버디로 마무리하고 확인해보니 마지막 홀의 버디 때문에 간신히 20등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20등이 두 명이었다. 다른 한 선수는 남미에서 온 선수였는데 나이는 나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전히 비가 오던 마지막 날, 둘이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3홀을 경기하는데 합산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방법이었다. 그 선수는 모두 파를 기록하였고 나는 두 홀은 다른 선수와 함께 파를 기록하고 마지막 홀, 또 같은 홀에서 3야드 버디를 성공시키며 마지막으로 투어 카드를 받았다. 나도 울었고 그 선수도 울었다. 필자는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었고, 그 선수는 슬픔의 눈물이었겠다. 더욱더 안타까운 사실은, 나는 그후 아직까지도 LPGA 투어에서 그 선수를 만난 적이 없다.
큐스쿨에 통과한 루키 선수들은 다같이 모여 세미나를 한다. 이미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은 비를 피해 다 함께 모여 있었고 마지막으로 합류한 나는 박수세례를 받았다. 세미나가 진행되며 선수들은 깃발, 야드지북 커버 등등 LPGA 로고가 찍힌 기념품들을 선물로 받는다. 투어에 대한 소개와 기본적인 정보에 대해 배운다. 정식으로 세계 최고의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된 것이다.
이번 주가 지나면 모든 것이 끝이 난다. 8라운드의 경기에 한 타가 인생을 좌우한다. 모든 선수들이 다 투어 카드를 받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서 후회없이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일희 프로는…LPGA 투어프로(바하마 클래식 우승)
아로마 골프 아카데미 레슨 프로
ilhe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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