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창간 50주년 기념 리사이틀 갖는 백건우
오는 11월22일 본보 초청으로 LA에서 쇼팽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빈센트 제공]
백건우·윤정희 부부가 지난 1983년 본보 초청으로 LA를 방문해 연주했을 당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음악은 소리로써 시를 쓴다. 신비로운 음악의 소리는 한정 없는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
한국이 낳은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말이다. 뛰어난 예술혼으로 심금을 울리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LA에 온다. 한국일보 미주본사가 올해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마련한 리사이틀을 통해 남가주의 청중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이지만 늘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으로 ‘건반 위의 순례자’로 추앙받고 있는 백건우는 오는 11월22일(금) LA 다운타운의 콜번스쿨 지퍼홀에서 펼쳐지게 될 이번 리사이틀에서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본질을 선사할 예정이다. 쇼팽의 즉흥곡과 야상곡, 왈츠, 발라드 등 주옥같은 곡들로 레파토리가 이뤄지는 이번 공연은 한국 피아노계의 전설 백건우가 남가주 한인들에게 선사하는 깊은 가을밤 건반의 향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피아니스트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지 올해로 63년,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거장 백건우.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피아노 연습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곡에 도전하는 그를 사람들은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부른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난 백건우는 1956년 열 살의 나이에 김생려가 지휘하는 해군교향악단(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고 이듬해에는 독주회에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1969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1971년 나움부르크 콩쿠르에서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듬해에는 링컨센터에서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의욕적인 무대를 선보여 뉴욕타임즈 등의 주요 매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위그모어홀,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연이어 독주회를 가졌고 1987년 BBC 프롬스 폐막무대에 초청받아 BBC 심포니와 협연했다. 1991년에는 ‘프로코피예프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폴란드 국립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며 주목을 받았다.
1992년 스크랴빈 피아노 작품집으로 디아파종상을 수상하였고, 1993년에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집으로 디아파종상을 포함한 프랑스 3대 음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미국 유학생활과 활동
백건우는 한국에서 피아노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던 1961년 15세의 나이에 유학차 미국으로 온다. 그는 지난 2016년 뉴욕 한국일보 주최로 뉴욕의 클래식 명소인 링컨센터에서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을 하며 미주 한인 청중들을 만났는데, 당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연주자로서 꿈을 펼치기 위해 청소년 시절 뉴욕으로 건너왔을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영화 ‘페임’의 배경이 된 예술학교인 뉴욕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며 줄리어드 예비학교에서 로지나 레빈에게 지도를 받았습니다. 이어 줄리어드 음대와 대학원을 나온 뒤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건너갔지요.
1960년대 줄리어드 입학 당시 한국 학생들이 거의 없던 시절, 나에게 뉴욕은 아주 낯선 곳이었으나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과 유진 오먼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거장들이 이끄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카네기홀과 링컨센터를 오가며 음악에 심취했었습니다. 훌륭한 음악가들의 연주를 직접 보며 큰 위로를 얻었고, 얼마후 피아니스트 김형배, 이대욱,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의명 등 한국 학생들과 수학하게 됐지요.”
줄리어드 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영국 런던에서 일로나 카보스, 이탈리아에서 귀도 아고스티, 독일에서 빌헬름 켐프에게 사사했고, 이후 1967년 뉴욕 나움버그 국제콩쿠르 우승을 필두고 세계적 콩쿨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1972년 링컨센터 앨리스 털리홀에서 라벨 전곡을 연주, 카네기홀에서 제임스 콘론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함으로써 뉴욕 데뷔를 했고, 지휘자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네빌 마리너, 볼프강 자발리쉬, 이르지 벨라흘로베크, 미하일 플레트네프, 드미트리 기타옌코,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 이반 피셔, 파보 예르비, 엘리아후 인발, 펜데레츠키 등과 협연했다.
■음반과 연주 활동
2000년 데카 클래식과 계약을 맺은 백건우는 부조니 편곡의 바흐 오르간곡집을 시작으로 포레, 쇼팽 등 다양한 작품으로 음반을 발매했는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 전곡집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기념비적인 성과다. 2005년 소나타 16~26번이 담긴 첫 번째 음반이 출반됐으며, 전곡 녹음이 완성된 2007년에는 중국과 한국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독주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60년 연주인생의 동반자였던 관객들을 향한 감사의 뜻을 담아 청중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공모로 선발하여 연주하는 리사이틀 ‘백건우의 선물’을 선보였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이 공연은 제2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최우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그는 평생 예술에 헌신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0년 프랑스 ‘예술문화 기사훈장’을, 한국 호암재단으로부터 ‘호암 예술상’을 받았으며, 2017년에는 한국 국가브랜드대상 예술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또 2007년과 2017년, 8일 동안의 베토벤 32개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이며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왜 거장인가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반세기가 훨씬 넘는 오랜 세월동안 순수한 음악인으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연주 외에 광고 등 어떠한 상업적 활동을 일체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건우에게 평생 음악은 언제나 경이로운 존재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특히 일정 기간 한 작곡가를 집중 탐구하는 스타일로 유명한 그는 그래서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는 “음악가로서 성장하려면 모든 음악을 섭렵해야 한다고 본다. 폭넓은 레퍼토리가 음악의 성숙함과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이라 보고 평생 많은 작곡가의 음악을 연구하고 탐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파리의 연인
백건우는 1970년대 한국을 사로잡은 당대의 스타 여배우 윤정희와 1976년 결혼을 해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다. 백건우는 1974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유학하고 있던 윤정희와 우연히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파리에 거주하며 슬하에 딸(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하나를 둔 이들 부부는 백건우의 연주가 있는 곳마다 늘 부인이 함께 동반하며 여전히 연인 같은 금슬을 과시하고 있다. 백건우·윤정희 부부는 지난 1983년에도 본보 초청으로 LA에 함께 와 한인들에게 특별 콘서트를 선사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창간 50주년 기념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일시: 2019년 11월 22일(금) 오후 7시30분
■장소: LA 다운타운 콜번스쿨 지퍼홀
■티켓: R석 $200, A석 $150, B석 $120, C석 $80
■문의: 한국일보 사업국
(323)692-2070, 2055, 2068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