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최대 화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다’-. 이제는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부한 이야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리먼브라더스가 도산했다. 때마침 베이징에서는 올림픽경기가 펼쳐졌다, 한당성세(漢唐盛世)를 상징하는 장엄한 개막식과 함께. 그 해가 2008년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그 해를 기점으로 중국은 그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가면을 벗어버린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그 본격적 카운트다운은 10년 세월을 넘으면서 전선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관세에서, 무역, 통화, 기술전선으로. 이제는 ‘제 2의 냉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군사적 갈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 세기적인 갈등, 그 궁극적 승리는 그러면 어느 쪽에 돌아갈까.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 미국의 전성기는 끝났다. 비유하자면 미국은 지는 해다. 새로 부상하는 세력은 중국이다. 지난 30년 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 경제는 곧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될 것이다’-. 한동안의 지배적 담론이었다.
그 담론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시대가 끝난다는 예언은 오류로 중국 경제는 엄청난 역풍을 맞으면서 자칫 공산당 1당 통치체제마저 와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악시오스지의 분석이다.
인구는 한 국가 경제의 펀더멘탈이다.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는 관련해 ’인구는 운명이다(Demographics is Destiny)‘는 명언을 남겼다. 이 정의에 대입할 때 중국이 맞이할 장래는 암담하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0년 간 중국은 인류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폭발적 경제성장을 보여 왔다’- 중국경제에 대한 찬사다. 무엇이 가져온 기적인가. 덩샤오핑 체제의 개혁개방 정책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인구전문가들은 다른 요인을 지목한다. 1975년에서 2010년 기간 동안 중국의 근로가능, 다시 말해 생산연령(15~64세)인구는 두 배나 증가했다. 거기다가 마침 도입한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에 따라 유급 근로시간도 급속히 길어지면서 중국의 경제는 수직 상승곡선을 보여 왔다.
앞으로 20년 내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전망은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중국의 인구전선에 이상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출산율 저하, 인구의 고령화, 이는 전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공통의 문제다. 그 추세가 중국의 경우 특히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한 시기 베이징은 ‘한 가정 한 아이’ 산아제한정책을 강력히 실시해왔다. 그 결과 중국의 출산율은 급격히 낮아졌다. 2019년 초 현재 1.6(일부에서는 1.4로 보고 있다)을 마크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대적인 이민수용 등의 정책수정이 없는 한 중국인구는 오는 2027년에 피크를 이룬 후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미 감소추세를 보여 온 중국의 생산연령층 인구는 2015년에서 2040년 기간 동안 최소한 1억 정도 줄 것으로 미연방센서스국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는 연령그룹은 30세 이하의 인구다. 이 기간 30%나 줄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폭발적 증가세를 보일 연령그룹은 부양대상인 65세 이상 연령그룹이다.
2015년 현재 1억3,500여만으로 집계된 부양대상 연령그룹은 2040년께에는 3억2,500여만으로 늘면서 15세 이하 연령그룹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지난 2,500여 년 동안 중국사회, 더 나가 중국문명을 지탱해온 것은 대가족제도다. 노약자부양도 전통적 대가족제도 하에서 이루어져왔다. 이 대가족제도가 붕괴된 게 중국의 오늘날 현실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심각한 문제는 이 방대한 노년층 인구를 어떻게 돌보는가 하는 것.
방법은 보다 많은 예산을 노인복지에 배정하는 것이다. 그 경우 예상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중국경제가 퇴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자칫 공산당통치의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 악시오스지의 전망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인구동향은 어떤 추세를 보일까. 미국인구는 2019년 초 현재 3억3,000여 만에서 오는 2040년께에는 3억8,000여 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특히 큰 증가세를 보일 연령그룹은 생산연령층으로 2040년까지 10%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 3위의 인구대국 미국은 인구증가율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이민 덕분에 미국의 인구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또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25세에서 64세 연령그룹 중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소지자는 5,600여만으로 14억 인구의 중국에 비해서도 두 배에 이른다.
무엇을 말하나. 전 세계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다. 노동생산성도 가장 높다. 그 미국의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세를 유지한다는 전망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중국은 인구전선에서도 미국에 열세를 보이면서 ‘세계 패권국 중국의 야망’은 결국 미몽(迷夢)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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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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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맞는 말씀이나 이런 점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 노인들은 미국 노인들보다 훨씬 적게 소비한다. 중국의 젊은 생산층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미국 생산층 인구보다는 훨씬 많다. 1인당 부양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짐이지만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 해결될 여지가 있다. 군인 숫자가 많다고 꼭 강군이 아니듯이.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그리 도움이 되고 축복이라면 왜 미국은 한사코 이민을 막으려 하나? 아무튼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 정체시키거나 줄여나가는 것이 장래에 좋고 궁극적으로는 강국이 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상.
DACA 젊고 배웟고 미국이 정말 앞으로 필요한 양질의 일꾼 입니다, 옥위원님 트럼프한테 한마디 하시는게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