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나는 장인이 되었다. 딸이 결혼을 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맙고 홀가분한지 큰 책임을 덜은 기분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위, 존은 유럽계 미국인이니 구수한 된장을 같이 먹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의 어머님이 들려준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존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큰형의 골수 이식기증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사위가 태어나기 전에 형이 있었는데 어린나이에 백혈병에 걸렸다. 항암치료를 받고 골수이식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으나 가족을 포함하여 조직 형이 맞는 기증자가 없어서 기다리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부모들은 혹시 새 아기를 낳으면 가능할까 하여 존을 낳았는데 마침 골수조직이 그 형과 맞았다. 사위는 태어나자마자 골수 기증자로 길러졌는데 균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 무균실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아주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게 되었다.
존이 3살 쯤 되었을 때 형제간에 골수이식을 했지만 그 형은 살지 못하고 끝내 죽었다.
그 어머님은 그때의 상처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존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이 많다고 하였다. 사위는 잘 자라주었고 건실한 청년이 되었지만 많은 알레르기를 갖게 되었다.
‘위생이론(Hygiene theory)’이 있다. 어릴 적에 지저분한 환경에서 세균이나 기생충에 노출 되면 성장 후에 알레르기가 덜 생긴다는 이론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감염을 주관하는 면역과 알레르기 주관 면역이 마치 놀이터의 시소와 같이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어릴 적에 세균에 자주 노출되어 감염 주관 면역이 활발하게 발달되면 반대편에 있는 알레르기 주관 면역이 약화되어 알레르기의 발생이 적어진다.
옛날 한국에서나,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알레르기가 적고 감염질환이 많은 이유이다. 알레르기는 부유한 사회의 고급 병이라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관찰, 확인 되었고 나는 사위, 존의 경험을 통해서 위생이론을 확실히 믿게 되었다.
존은 골수 기증자로서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덕에 온갖 알레르기 증상을 다 갖게 되었는데, 땅콩, 참깨, 각종 흰살 생선, 호도, 그 외에도 셀 수가 없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땅콩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모르고 마셨다가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어떤 음식을 먹든 참깨도 땅콩도 없는 소스에 먹으려니 본인은 얼마나 아쉽겠는가?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특정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항원에 과도한 반응을 일으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독소나 병균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해롭게 작용하지만, 알레르기는 어떤 특정인만이 반응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증상은 피부가 부풀어 오르거나, 눈과 피부가 가려운 증상, 재채기에서부터 심하면 호흡곤란과 쇼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원인 물질이 우리 몸을 자극하는 경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에서는 특정세포가 자극되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방출하여 염증을 일으킨다. 심한 반응으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경우는 에피네프린 주사를 즉시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심한 환자들은 본인들이 주사를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
모든 물질은 알레르기 항원이 될 수 있다.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개나 고양이털은 물론이고, 땅콩으로 인해 비행기 안에서 호흡곤란으로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었다. 캐나다에서 땅콩기름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고 여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국식 곰국, 찌개에도 맛을 낸다고 땅콩을 갈아 넣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잘 물어보고 먹어야 한다.
햇빛, 물, 운동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데, 필자도 청소년 시절에 겨울 찬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면 기관지가 수축되어 쌕쌕거리며 숨이 찼던 기억이 있다. 찬물에서 갑자기 수영을 할 경우에 호흡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고, 어렸을 때는 없다가도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일단은 원인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이지만, 원인을 찾아내어 처음에는 아주 엷게 희석한 것을 주사로 만들어 맞으면서 천천히 농도를 올리는 면역치료도 아주 효과적이다. 알레르기를 차단하는 새로운 면역제 개발도 희소식이다
자라면서 적당히 지저분한 곳에서 뒹굴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끼리 살살 서로 면역을 쌓아가며 같이 사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 다르다고 알레르기 과민반응을 일으켜 서로 반목하고 미워하면 같이 괴로움에 빠질 수 있다.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사회에는 무슨 치료가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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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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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 미워하고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건데 누군가 미워하는 순간에 면역기능이 확 떨어진다고 믿는 편입니다.과거 정미홍 아아운서란 분이 대한문 앞에서 박사모운동을 하며 험한 말을 하더니 59세에 암으로 죽더군요.그래서 험한 말은 암을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난 가끔 아내와 내가 가난은 했지만 너무 가난해서 공부도 못할정도는 아닌 시골에서 태어나서 다행 이라고, 지금도 어디에서라도 살아날 자신이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요즘 아이들 부족한게 없고 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한다고 잘 알지도못하는? 건강한 환경 문제로 너무 깨끗하게 애지중지 키우다보니? 여러가지로 질병에 무방비 상태가 아닌가? 라는내 생각입니다, 우리 때는 40대가 넘어서야 겨우 감기정도로 약을 먹을정도 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