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 한국은 을사조약이 체결된 1905년부터 해방되는 45년까지 일제 통치 하 노예의 삶을 살았다. 사실상 정확히 몇 년도에 한국이 일제통치 하로 전락했는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1895년 일본군이 조선의 왕비인 명성황후를 무참히 시해한 때부터라고 본다. 그러면 한국인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주권이 없는 나라의 삶을 산 것이다.
소녀와 젊은 여성들은 성노예로 잡혀가고 소년과 청년들은 노동 노예로, 전쟁터 총받이로 붙잡혀갔다. 언어를 뺏기고 이름도 뺏긴 노예의 삶. 노예의 삶에서 자유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기원전 15세기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에서 노예의 삶을 살았다. 기원전 1446년 홍해를 건너 광활한 땅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자유인이 되었는가? 홍해가 갈라져 물속 땅을 밟고 갈라졌던 물에 뒤쫓아 오던 이집트 군사들이 몰살당하는 기적을 체험한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곧 광야에서 불만과 불평에 가득 차 오히려 노예로 살던 이집트의 땅을 그리워하곤 했다.
40년 동안 광야의 세월을 거쳐 노예의 정신을 떨쳐내고 새로운 세대에 이르러서야 이스라엘 민족은 그들에게 약속된 땅, 가나안에 들어갔다.
광복절이면 나는 김기택 시인의 <직선과 원>을 떠올리곤 한다. ‘옆집에 개가 생김/ 말뚝에 매여 있음’으로 시작하여 말뚝에 매인 개가 ‘등뼈와 말뚝 사이를 잇는 최단 거리’인 직선과 ‘아무리 격렬하게 흔들려도 오차 없는 등거리/ 격렬할수록 완벽한 원주의 곡선’인 원을 그리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 ‘주인이 처음 개와 말뚝 사이를 끊어놓음’, ‘말뚝 주위를 맴돌기만 함/ 개와 말뚝 사이 여전히 팽팽함’으로 끝나는 시.
이 시를 처음 읽은 날, 나는 나의 자화상을 본 듯하여 애통한 자처럼 울었다. 언제부터인가 광복절이면 우리 민족의 자화상을 보는 듯 이 시가 생각난다.
8월 15일은 인도의 광복절이기도 하다. 여러 나라에 출장을 다니며 곳곳에서 해방의 날을 기념하는 것을 보았다. 제국주의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엔 공통점이 있다. 분열된 나라라는 것. 예를 들면, 8월15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리는 나라인 한국-남한과 북한, 콩고- 콩고 공화국과 콩고 민주공화국, 인도와 파키스탄은 독립하며 두 나라로 분열되었다.
식민통치하 모든 통치자는 식민지 백성들의 분열을 계획적으로 만들어놓았다. 영국은 인도인이 단합하여 영국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철도를 놓을 때도 다른 언어를 쓰는 지방마다 철도 넓이를 다르게 하여 서로 왕래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프리카에서도, 남미에서도 분열이라는 족쇄에 매어 길들여졌다.
또 다른 공통점은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 많은 나라들이 독재에 시달리거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혹은 가까운 친인척이 감옥에 잡혀 들어간다. 이번엔 반드시 다르리라고 환호를 받으며 권좌에 앉은 이들도 어김없이 추악한 모습이 들추어지고 사람들의 지탄을 받고 사라져간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충복이 될 이들을 통해 식민지를 지배했다. 정의와 진실은 왜곡되고 잊혀지고 배부르고 힘 있는 것만이 정당화되는 사회로 길들여졌다.
이즈음에 서울대 재학생이 선정한 ‘부끄러운 동문’ 리스트를 들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한국의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남편이 인터넷상에서 보고 내게 큰소리로 읽어주었다. “1위 조국, 2위 유시민….” 조국은 두해 전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후보의 북콘서트에서 “김진태 의원이 저희 학교 학생들이 뽑은 ‘최악의 동문’ 3위에 오르신 분입니다. 1위는 우병우, 2위는 조윤선, 3위는 김진태입니다”라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가 올해는 그 리스트 1위에 올랐다니!
날마다 한국에서 조국 일가의 비리 소식이 끊이지 않고 촛불시위, 삭발시위 등등으로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줄이 끊긴 이후에도 말뚝 주위를 맴돌며 같은 동선을 반복하는 개처럼 우리는 이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한다. 높다란 가을하늘이 유달리 푸르른 날, 나는 아직도 광복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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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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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런인간이 비리쇄신을 한단다! 그런인간이 비리투성이인 정부를 깨끗한정부로 만들꺼라 믿는 또라이들, 정말 웃긴다!!!
어찌모두 그모양 인가...하늘이 무섶지 아니한가...허허참~~~!!! 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