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8.15 해방 74주년이 되는 해이다. 비록 연합군에 의해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얻어진 해방이지만 일제하 36년을 쉼 없이 싸워온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이 바탕이 되었다. 일본의 식민치하에서 살아남아 8.15 해방의 감격을 맛본 독립투사도 있지만 독립운동 현장이나 형무소에서 사망하여 조국의 해방을 못 본 채 세상을 떠난 이들도 무수하다.
먼저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1879~1910), 1932년 1월8일 동경에서 일황에게 수류탄을 투척한 이봉창(1900~1932), 1932년 4월29일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상해 전승축하식장에 폭탄을 투척해 일본군 수뇌부를 사상시킨 윤봉길(1908~1932)이 있다.
도산 안창호(1878~1938)는 상해 임시정부, 조선, 샌프란시스코에서 애국계몽단체 신민회, 평양대성학교를 세우고 재미한인들의 구심체 형성 등 독립을 위해 일하다가 1938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미국에서 산다면 미국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는 명언을 남겼다,
또 일본의 조선 침략을 규탄하고자 고종황제의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이준, 이상설, 이위종이 있다, 이준(1859~1907)은 영일동맹을 맺은 일본의 반대로 만국평화회의에 못 들어간 한으로 헤이그에서 사망했고, 이상설(1871~1917)은 블라디보스톡 등에서 해외독립운동 건설에 이바지하던 중 병사했다. 그는 동지들에게 조국 광복을 부탁하며 식민지 조국에 고혼인들 돌아갈 수 없으니 유해와 유물을 불태우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했다. 이위종(1884~1924년 행방불명)은 아버지 이범진이 경술국치로 자결하자 장교가 되어 항일 무력투쟁 중 행방불명됐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1860~1920)은 전 재산을 조국 독립을 위해 헌납하고 조선인학교를 설립, 3.1운동 이후 항일투쟁이 연해주까지 번지자 다급해진 일본에 의해 1920년 4월 수많은 조선인과 함께 처형됐다. 우당 이회영(1867~1932)은 6형제가 모두 만주로 망명하여 전 재산을 모두 독립운동에 바쳤으며 1932년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이태준(1883~1921)은 비밀결사조직 신민회에서 국권회복 운동을 하다가 일제에 발각되자 망명해 몽골에서 복드 칸의 어의로 활약하며 최고 훈장을 받는다. 의사 봉급으로 독립운동가 숙소, 교통편, 자금을 대었으며 폭파전문가 마자르를 소개하는 등 드라마 ‘이몽’과 영화 ‘밀정’에 등장한 인물이다. 일본과 밀접한 러시아 백위파에게 가족과 함께 살해당했다,
해방을 못보고 세상을 떠난 예술가 중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도 잊을 수 없다. 윤동주(1917년 ~1945년 2월16일)는 중국 지린성 명동촌에서 태어나 연희 전문을 졸업한 후 도시샤 대학에 유학 중 1943년 항일운동 혐의로 후쿠오카 형무소에 투옥되어 이름 모를 주사를 계속 맞다가 27세에 옥사했다. 윤동주는 죽기 전날 감옥에서 악 하는 비명을 크게 질렀다고 한다. 불과 몇 개월 뒤 조국이 해방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윤동주의 고종사촌 송몽규(1917년~1945년 3월7일)는 교토 제국대를 다니던 중 1943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후쿠오카 감옥에 투옥되어 이름 모를 생체실험용 주사를 맞다가 옥사한다. 윤동주보다 한달여 뒤였다.
참으로 아까운 인물들이 암담한 조국의 현실만 보다가 죽어갔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동족 전쟁에 휘말리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생전 평생소원이던 가슴 벅찬 해방의 날을 볼 수 없었기에 더욱 안타깝다.
뿐만 아니다. 6.25 등 혼란기에 수형인명부나 재판 서류가 소실되고 발굴이 어려워 무명의 독립가로 남은 이들도 많다. 만주나 연해주 방면 골짜기, 한국 땅 어느 산과 들에 백골이 묻힌 채 공적도 이름도 없이 무명으로 남겨진 이들의 숫자는 헤아릴 길이 없다.
그래서 기념식마다 무명용사들을 위한 묵념이 가장 애틋한 순간이다. 이들의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한창인 요즘, 8.15 해방조차 못보고 죽은 이들, 무명용사들이 더욱 머리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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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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