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서로 다른 두가지로 인식하는 한 우리는 건강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우리는 우울증이나 불안증, 혹은 견딜 수 없는 짜증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능적으로 스트레스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마음에 불편한 증상이 생겼으니 원인도 마음에 있으리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몸과 마음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인식하는 한 우리는 결코 ‘질병’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질 수가 없다.
몸에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의 많은 경우 그 원인은 몸이 아닌 마음에 있으며, 또 반대로 우리 마음에 생긴 질병의 원인이 마음이 아닌 몸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은 환자들이 겪는 질병들을 병리학적으로 분류하기 이전에 먼저 ‘이 병은 몸과 마음 중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라고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묻는다.
하지만 현대의학식의 접근법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많은 이들은 언제나 허리 통증처럼 몸에 나타나는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몸을 살펴보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처럼 마음에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은 늘 마음에 가해진 충격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문제는, 병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우리의 몸과 마음이 깔끔하게 나누어진 두개의 별개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에 가해진 충격이 몸에 이상을 일으키고, 몸에 가해진 충격은 마음에 이상을 일으킨다
실제로 임상 속에서 마음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몸에 병이 나거나, 몸에 가해진 충격이 정신적인 혹은 정서적인 이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너무도 흔하다. 분노를 일으키는 정신적인 충격에 우리의 몸은 식욕부진,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같은 신체적 이상을 나타내는 것이 좋은 예가 된다. 또 많은 여성들이 생리를 겪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인 불안감이 동반된 우울증, 불안증, 짜증이 생리가 끝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는 것을 매일같이 경험한다.
■아무리 살펴봐도 아픈 이유를 모르겠는 것은 엉뚱한 곳을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내원하시는 분들 중 많은 이들이 ‘도대체 왜 아픈지를 모르겠어요’ 라고 한다. 많이 먹거나 급하게 먹지도 않았는데 체했다거나,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걸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허리를 쓰는 을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를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는 식이다. 문제는 이렇게 원인도 모르는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혹시 내가 지금 희귀한 나쁜 병에 걸려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증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바라볼 때 처음부터 몸과 마음을 분리해 생각하질 않는다. 한의학적 세계관에서는 마음의 문제가 몸에서 비롯하거나 내 몸에 생긴 질병의 원인이 마음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하도 많아, 이 둘을 현대의학의 심리학이나 해부학처럼 따로 나누어 연구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 둘을 나누기 때문에 우리는 질병을 진단하는데 있어서 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앓고 있는 마음의 이상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면, 이는 그 병은 마음의 문제가 아닌 몸에 생긴 문제로 인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즉, 육체에 생긴 질병으로 인해 마음이 병들었는데, 병의 뿌리가 되는 몸은 돌보지 않고 무성한 가지(마음)만 관리하니 도대체 건강해질 수가 없다.
■산후 우울증은 마음의 비관이 아니라, 몸의 지침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산모가 겪는 산후 우울증은 아이로 존재로 인해 급격하게 바뀐 생활 환경을 비관함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경험한 대량의 출혈, 피로, 통증, 호르몬 변화와 같은 신체에 가해진 충격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산모의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카운셀링을 통한 힐링 보다, 잃어버린 피를 보충라고 어혈을 풀어 통증을 완화해주는 보약이 더 효과적인 치료라 본다. 임상적으로도 정서적인 교감을 통한 이해 보다는, 체력을 보강해주는 한약이나 체력을 온존할 수 있게끔 하는 남편과의 가사, 육아분담이 우울증에 더 효과적이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한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한다. 몸에 생긴 질병은 내 마음을 병들게 하고, 건강하게 관리된 신체가 내 마음을 밝아지게 한다. 춥고 우울한 겨울, 자꾸만 마음이 우울해지고 불안해진다면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병들어서가 아니라 추위에 움추려 들어버린 몸이 원인이니, 나가서 뛰고 걷고 땀을 흘려보자. 훨씬 더 쉽게 우울함이나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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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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